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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A를 구입하기에 앞서, PDA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용도보다 비용 문제가 최선이라면 적정 비용에 맞춰 구입할 수 있는 PDA로 용도 선택을 고려해봐야겠죠. 막연하게 'PDA 하나쯤 있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다가선다면 선택의 폭도 매우 넓어지고(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제반 지식하에 좋은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 어느 정도 사용한 후에 구입한 기기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PDA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면 기기의 사양, 기기에 알맞은 주변 기기 등을 구입하기에 훨씬 수훨하겠죠.

어쩌면 PDA를 사용해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생각해보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 사전의 용도,  네비게이션의 용도, 일정관리의 용도 등으로 사용하겠다면 기기를 선택함에 있어 도움이 되겠지만, 정말 PDA가 너무 갖고 싶다는 이유로 구매 욕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무거운 책 대신 전자책을 보고 싶고, 침대 위에 느긋하게 누워 PDA용으로 인코딩된 동영상도 감상하고, MP3 플레이어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간간히 네비게이션도 사용해보고 싶고, 전자 사전도 언젠간 필요할 것 같고, 휴대용 게임기처럼 에뮬레이터도 돌리고 싶고, 익숙하진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자기 관리를 위해서 일정이나 연락처, 가계부 등의 사용법을 배워보고 싶기도 합니다. 또한 PDA 하나만 있으면 위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제조업체에서 정도껏 바람도 잡아줍니다.

저는 어느 날 친구의 PDA를 보게 되고, 친구가 추천해준 투데이스피피씨 웹사이트를 알게 되면서부터 PDA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3년전에 선물받은 전자책 2000권이 하드디스크에 잠자고 있고, 운전 할 때 카팩에 MP3 CD 플레이어를 연결해서 음악을 듣곤 하는데 새로 듣고 싶은 음악이 생길 때마다 CD를 만들어야하는 어려움과 파일 검색의 불편함때문에 종종 무한 셔플로 듣고 있으며, 지금까지 모아온 DivX를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해서 PMP를 하나 구입할 생각이었는데 PDA를 알고나서부터는 완전 돌아섰습니다. 더구나 여기저기 흩어져 뒹구는 메모지와 포스트잇 그리고 체계가 없는 작업 일정 등 제 삶의 몇몇 부분들이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것 같아서 더더욱 PDA를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처음엔 가볍게 MP3도 듣고,  지하철 탈 때 영화도 한 편 감상하고, 쌓여있는 전자책도 보고, PMP에 없는 일정관리 용도를 주로 사용할 목적이었는데 사람 욕심이라는게 PDA 활용도를 파헤치면 파헤칠 수록 네비게이션도 써보고 싶고, 무선랜도 느껴보고 싶고, 에뮬레이터로 게임까지 해보고 싶어집니다. 물론 시중에 나와있는 고성능 PDA는 모두 가능한 기능이지만 저의 경제력이 그것을 가로 막더군요. 현금으로 한 두달 힘들게 보내기보다 무이자할부로 알뜰하게 한달 한달을 생활하고 싶어서 알아보니 고성능 기기도 6개월에서 심지어 10개월까지 무이자 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거 10개월이면 그럭저럭 먹고 살만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자 몇 일동안 꼼꼼하게 가격대 성능비도 따지고, 커뮤니티에서 유저분들 의견도 들어보고 했던 일련의 과정들이 물거품 되려하더군요. PDA 본체하나로 해결된다면 아마 망설임없이 구입했겠지만 메모리카드도 사야하고, 리더기도 필요하고, 케이스, 보호필름 그리고 키보드가 가장 필요했기때문에 자제했습니다.  더구나 그 정도 액수라면 차라리 조금 더 돈을 들여 쓸만한 노트북 (현재 P3 750노트북을 알차게 사용하고 있습니다)을 얻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PDA를 사용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기능이 없으면 어쩌나, 저런 기능이 필요하면 어쩌나' 하고 구입하기도 전에 걱정하는 건 시간낭비가 될 것 같아서 과감하게 사용하지 않아도 좋다 싶은 기능들을 빼고 나니 선택의 여지가 없더군요. 블루투스는 주변기기가 없는 여건에선 활용가치가 없고, 꼭 구입해야하는 키보드는 적외선 포트 지원이면 문제없으니까 (GPK-1000을 구입할 예정입니다. 포터블 키보드를 사용할 바엔 필요한 내용만 요약한 후 노트북에서 편집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블루투스 기능은 제게 아무런 짝에도 쓸모가 없었습니다. 무선랜은 참 탐나던 기능이었는데 PDA의 묘한 매력 중 하나가 '싱크' 더군요. 적절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집 떠나기 전에 받아볼 뉴스나, 이메일 등을 읽을만큼만 PDA에 담아나가면(이 과정이 싱크) 굳이 무선랜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거래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급하게 보내야 할 이메일도 없고, 정 급하다면 핸드폰으로 문자 또는 이메일(핸드폰으로 이메일 보내기가 그리 불편한 것은 아닙니다)을 보내도 좋으니까요. 설령 외박을 하더라도 하루쯤 뉴스한번 안보고 이메일 확인안한다고 해서 제게 큰일이 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단 두가지 기능만 제외하고나니 기기 가격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이제부터 부딪히게 될 문제는 CPU의 사양과 RAM의 용량인데 CPU와 RAM은 과유불급이 통하지 않는 부품이라고 느낍니다. 따라서 다다익선인데 마음먹기에 따라 가격대가 한번 더 달라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PDA에 있어서 RAM의 가치는 매우 중요해보였습니다.  가상메모리 개념이 없으니 오로지 달고나온 메모리칩에 의존해야하니까요. 하지만 가격대는 낮춰야합니다. 필요한 주변기기를 함께 장만하려면 좀더 조여줘야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기종이 HP사의 iPAQ rz1717 모델인데 이 모델이 CPU와 RAM용량때문에 자주 회자됩니다. 따라서 한동안 고민은 했습니다. '윈도우 XP를 128M 로 구동하는 느낌이 나는 건 아닐까..' 했지만 32M로 별문제없이 쓰고 있습니다.  큰 문제 없습니다. PDA로 멀티태스킹을 할 것도 아니며(한다면 MP3를 연주시키고 전자책을 함께 보는 수준), 고사양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높은 수준의 CPU와 RAM은 금전적인 부담만 만들어주더군요. 느림의 미학을 이따금 느껴보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RAM을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들리는 말에는 지금은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항상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곁가지를 잘라내가면서 골라낸 iPAQ rz1717을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있을까요?
먼저 일정관리에 PDA사용시간의 절반 이상을 쏟고 있습니다. 소소한 것부터 중대한 일정까지 '생의 기록' 이라 생각하고 꼼꼼히 기입합니다. 여러 전화번호수첩에 흩어져 있는 연락처들을 하나로 통합해서 관리하고, 작업 기능 활용으로 각종 메모지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기념일 챙기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또한 여기서도 싱크 기능은 유감없이 발휘되어 노트북(또는 데스크탑) 아웃룩 프로그램과 동기화가 이뤄집니다. 매일 백업받는 기분으로 부담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PIMS 기능 다음으로는 (원래 사용 예정에 없었던 기능인) 네비게이션을 애용합니다. 친한 친구가 네이트 드라이브를 직접 개조하여 사용하던 것을 친구보다 자주 차를 몰고다닌다는 이유로 제게 선물하였습니다. 거치대와 더불어 네비게이션 프로그램인 맵피 MX 정식버전까지 함께 받았습니다.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요. 기기변경으로 가볍게 인증을 받고, 집에 있던 벨크로(찍찍이) 테이프 몇 개를 사용하여 네이트 드라이브 GPS 수신기를 대쉬보드에 부착했습니다. 100원도 없이 네비게이션 프로그램 매우 만족하며 사용합니다. 맵피 프로그램은 사용자 선택으로 약500M 용량으로 만들어서 설치했습니다만, 좀 더 사용해보고 (정말 알찹니다) 네비게이션 전용 512M 메모리카드를 추가할 계획입니다. rz1717에서 문제없이 끊김없이 길안내 잘해줍니다.

두가지 기능이 PDA 사용의 주된 용도라 할 수 있지만 멀티미디어 활용도 틈나는데로 하고 있습니다. DivX를 PDA용으로 인코딩해서 베타플레이어(PDA 미디어 프로그램)로 띄우면 그 작은 화면에 몰입할 만큼 재미가 있습니다. MP3 연주는 일주일 단위로 들을만큼 넣어서 네비게이션이 필요치 않은 상황에 카팩을 물려 차량 스피커로 듣거나, 이어폰을 휴대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잠들 때 듣곤합니다. 그리고 문제의 전자책. 몇 년 전 2000개 가량의 전자책 압축파일이 시디 한장에 담겨 왔습니다. 선물이라고 넣어두라고 하셨는데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할 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무식이(PDA 텍스트뷰어 프로그램)로 1메가 정도되는 텍스트파일도 무리없이 읽어냅니다. 하지만 실수로 워드로 읽게되면 주저없이 리셋합니다.  워드패드는 무식이와 달리 상당히 힘들어합니다.  지금은 전자책 활용이 부족하지만 PDA에 더 익숙해지면 일주일에 2권정도는 무리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PDA 하나로 여러 매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입니다. PMP가 하는 일을 PDA가 대신해준다고 생각지 못했는데 이거 됩니다. 제약은 존재하지만 큰 문제는 없어보여요.

비용 문제는 이렇게 해결했습니다. 대형 인터넷쇼핑몰에서 신규가입으로 15,000원 할인 쿠폰을 받아 PDA는 6개월 할부, 1G메모리+리더기는 3개월 할부로 구입했습니다. 359,000원이 들었습니다. 약 36만원으로 개인비서와 네비게이션(물론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주변기기지만 수혜받았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각종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 감상, 휴대용 MP3플레이어(rz1717은 상당히 작고 가볍기 때문에 휴대성이 높은 편입니다), 독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제게 꿈 같은 일이군요. 뿐만아니라 곧이어 활용하게 될 영어사전과 만화책 보기, 디카로 찍은 사진들을 볼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오릅니다. 그리고 필요한 키보드를 구입하게되면 빠짐없이 메모하고 하루의 생활을 일기로 담아둘 생각입니다. 노트북에 개인 관련 기록들을 담아두기가 불안했는데 PDA를 구입한 뒤로부터는 다이어리라 생각하며 사적인 내용도 부담없이 남기고 있습니다.

보급형으로 나온 iPAQ rz1717 기기로 이렇게 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점점 활용도가 높아져서 뿌듯합니다. 액정보호필름은 재단해서 사용하라고 친구가 한 장 건네주었는데 사이즈에 맞게 자르지 못해서 아직 붙이지 못했습니다. 운동화신다가 벌써 한번 떨어트렸기때문에 스크래치 한 두개쯤은 애교로 봅니다. 혹시나 분실하여 되찾게 되었을 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자국으로 자신있게 제껍니다!! 할 수 있을 것같아 나름대로 괜찮습니다. 그래도 케이스는 필요할 것 같아서 저렴한 투명케이스(여름철 무거운 가죽보다 화사해보일 것 같네요)로 몸통을 감쌀 예정입니다. 2만원대에서 해결가능할 것 같군요. 그리고 차량용 시거잭을 살 계획이었는데 네비게이션 장치가 충전까지 맡아주어서 대신 돌돌이 케이블을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rz1717은 내장형 배터리를 사용하므로 여분의 배터리가 없습니다. 이점 아쉽지만 뒷면이 미끈매끈하게 처리되어 깔끔해보이기도 합니다. 혹시나 배터리가 부족하게 되면 가까운 피씨방이나 이동통신대리점에 들어가서 돌돌이 케이블로 사용할 만큼만 임시로 충전을 하면 나름대로 한 고비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렴한 USB출력 어뎁터도 있으니 훗날 필요하게되면 구입하면 그만입니다.

rz1717은 보급형이기 때문에 기본 크래들이 없습니다. iPAQ H5450을 사용하는 친구(조만간 Axim X50V으로 넘어간다고 들떠있습니다)는 크래들이 없다고 하니 조금 놀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크래들 가격을 알아보니 4~6만원대라 보급형 모델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으므로 크래들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책상에 눕혀 놓고 충전, 싱크, 사용하기에 불편함은 없습니다. 타이핑(필기)은 그리 힘들진 않지만 오랜시간 사용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문서편집과 일기장 등으로  사용하려면 키보드가 필요합니다. 키보드는 종류가 다양한데 저는 엄지손 키보드로 불리는 GPK-1000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지금은 스타일러스 사용에 익숙해지려고 주문하지 않았지만 7월초 제 손에 쥐어질 것 같습니다. 바닥에 놓고 쓰는 포터블 키보드나, 돌돌 말아서 쓰는 실리콘 키보드는 이동중이거나 일어선 상태에서 타이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용성이 높은 엄지손 키보드로 결정했습니다. 많은 양의 문서 작업은 느긋하게 앉아 바닥 키보드를 사용해야겠지만 핸드폰 문자보내듯이 가볍게, 생활에 필요한 용도로 사용한다면 엄지손 키보드도  제 몫을 해낼 것 같습니다.

입문서로는 투데이스피피씨에서 공동구매하고 있는 PDA 마스터북을 구입했습니다. 워낙 손에 잡히는 책을 좋아해서 서점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덕분에 적립포인트가 제법되어서 정가 22,000원인 책을 10,000원에 기분좋게 구입했습니다. 보통 하루에 30분씩 읽어보고, 필요한 부분만 들춰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추가로 들어갔거나 들어갈 총 비용을 계산해보면 10만원 안쪽이 됩니다. 합 45만원 적정선을 유지하며 필요한 주변기기를 모두 구입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가격대 성능비가 무엇인지 감이 오는 순간입니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주된 용도를 압축하니 이렇게 효율적인 PDA를 구입하여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력이 뒷받침된다면 HX4700으로 남부럽지 않은 모바일 생활을 했겠지만 rz1717도 입문용과 기본적인 용도에 최적화되어있고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PDA라고 생각합니다. PDA에 충분히 익숙해지고 필요한 기능을 좀 더 만끽하고 싶다면 그때가서 기기변경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전제품과 달리 디지털 기기들은 변화가 빨라서 두고두고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시기가 올 때까지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처럼 갖고 싶은 욕구에 의해 구입할 수도 있는 것이 PDA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PDA활용과 기능을 원하는 분들과 저처럼 PDA에 입문(이라해서 '초급딱지를 떼면 더이상 볼 것없는' 의미와는 다릅니다)하려는 분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며, 부담없는 가격으로 통합된 멀티미디어 기기를 사용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을 것입니다.

끝으로 투데이스피피씨에서 다양한 정보와 알찬 프로그램들을 얻어간 보답으로 고민하시는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사용기와 조언을 남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