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 6에서부터 애플은 구글 지도를 버리고 자체 지도를 씁니다.

 

그동안 iOS에 포함된 지도는 구글 것을 기반으로 했지만 직접 경쟁하는 회사의 데이터를 쓰는 꼴이 되다 보니 애로사항이 좀 있었던 듯 합니다.

단순히 지도 앱이 문제가 아니라 OS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API 차원 (Map Kit)에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게 된 셈이죠.

 

구글이 자체적으로 지도 앱 만들어서 앱스토어에 올리는 것이야 애플이 승인하면 그만이지만 그 지도에 구현되는 기능은 그 앱에 국한되죠.

마치 다음지도나 네이버지도와 같은 꼴이 됩니다.

 

시스템 차원에서 써야 하는데 구글과의 API 사용 계약 상에서부터 일정 수준으로 제한이 걸려있는 걸로 압니다.

그러다 보니 기본 지도 앱부터 그 제한을 이어받아 안드로이드 측 기본 지도 앱과 기능 상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애플이 기본 지도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일은 현금의 제왕 애플이라도 할 짓이 못되는지라...

기존의 지도 제작사와 손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iOS용 iPhoto에서 OpenStreetMap을 채택하게 되면서 iOS 6 지도가 이걸 기반으로 가나 말이 많았습니다.

OSM은 지도계의 위키피디아와 같은 존재로, 누구든지 지도 데이터를 첨삭해 가면서 만들어가게 됩니다.

 

이 방식의 장단은 분명합니다.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은 일반 지도보다고 빨리 업데이트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형편없는 상태가 됩니다. 최소한의 품질 보장이란 게 존재하지 않지요.

게다가 현재 OSM의 국내 지도 상태는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 이게 기본 맵으로 간다면 재앙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막상 iOS 6의 뚜껑을 열어보니 TomTom의 Tele Atlas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해외 좀 나가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서양 쪽에서는 잘 나가는 3대 내비 회사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 둘은 Garmin과 Magellan인데, 두 회사는 NavTeq 지도를 씁니다.

 

흥미롭게도 TomTom은 구글에 지도를 5년 간 제공하기로 2008년 계약을 했다가 이듬해 구글이 이듬해 혼자 가겠다고 버린 바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MS랑 맵퀘스트가 기반 지도를 NavTeq 것 위주로 쓰기로 하면서 Tele Atlas 기반 지도의 존재감이 더욱 줄어들기는 했죠.

 

TomTom 제품군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지만 시장 전반적으로 NavTeq에 밀리고 있다 보니 뭔가 전환점이 필요했을 겁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애플과 TomTom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보였고, 그래서 iOS 6에 그 결과가 나타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애플은 구글이 것이 아니면서 최대한 큰 지역을 아우르는 별도의 기반 지도가 필요했고, TomTom은 세력 확장을 위한 파트너가 필요했던 것이죠.

 

그냥 봐서는 NavTeq로 가는 게 당연했을텐데 굳이 Tele Atlas 지도를 채택한 건...

TomTom이 뭔가 뒤에서 거절하기 힘든 조건을 애플에게 제시했을 것으로 짐작케 하는 부분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가을부터 애플 제품 쓰시는 분들은 Tele Atlas 지도가 손에 들어옵니다.

 

 

배경은 그렇다 치고, 국내 지도에 관해서는 Tele Atlas와 NavTeq 모두 어느 정도 데이터가 있습니다.

 

TomTom은 실제로 한국 지도 데이터를 SK E&S에서 받기로 제휴 계약을 2008년에 한 적이 있습니다.

http://corporate.tomtom.com/releasedetail.cfm?ReleaseID=347954

 

현재 구글 지도의 한국 데이터가 바로 SK E&S에서 오고 있죠.

그런데 이상한 건, 막상 저 계약 이후로 TomTom이 딱히 한국 시장에 제품을 내놓은 게 없다는 겁니다.

공식 지도 데이터 목록에도 빠져있습니다.

http://uk.support.tomtom.com/app/answers/detail/a_id/9885/?locale=en_GB

 

한편, NavTeq의 경우는 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Garmin에서는 한국용 내비게이션 제품을 팔고 있으니까요.

http://www.garmin.kr/products/product/nuvi1450/

 

 

현재 iOS 6 베타에서 보게 되는 한국 지도 데이터는 제 경험으로 판단했을 때 2009-2010년 쯤에 해당됩니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일반 도로 데이터는 거의 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상당히 많은데 단지 내 도로는 완전히 생략하고 있어서 (2번째 캡쳐)...

평양 지도 (1번째 캡쳐)가 오히려 더 촘촘해 보이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목적지/관심지(POI) 정보가 터무니없이 빈약하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곳 아니면 뭐 하나 검색되는 게 없습니다.

이 상황은 제가 보기에 TomTom이 SK E&S에서 기본 지도는 가져왔는데 거기에 덧입히는 POI 정보를 제대로 못 챙겨서 그런 듯 합니다.

 

 

솔직히 NavTeq 쪽과 손을 잡았다고 우리에게 딱히 유리한 결과가 되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Garmin 측에 제품이 있기는 하지만 저걸 쓰는 사람은 거의 없죠. 업데이트도 딱히 잘 안되는 것 같고요.

 

그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TomTom이 SK E&S와의 계약을 제대로 살려서 한국 지도를 정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곁다리인데, 구글 지도에서는 북한 지도 자체가 아예 없는데 위에서 보았듯이 TomTom 지도는 북한 전역 지도를 그럭저럭 갖췄더군요.

지금까지 본 전자지도 중에 가장 잘 구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어 자율왕래가 가능해진다면 쓸모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