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분들이 VGA 지원기종인 hx4700을 학수고대하고 계실 겁니다. 제가 지난 2년간 pda를 쓰면서 Palm과 PPC 사이를 부지런히 왔다갔다 한 이유중 하나도, PPC가 여러모로 잘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nx80, Th55와 같은 고해상도 Clie에 대한 부러움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작년 11월에 처음 발표된 도시바 e800은 최초의 VGA(640×480)지원 PPC로 상당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최초로 VGA를 지원하는데다가 4인치 액정, 사용가능 메모리 160메가, ATI비디오메모리 2M 등 그 당시로는 굉장한 spec이었습니다. 다만, 혁신적인 제품이었음에도 문제가 됐던 점은 운영체계인 wm2003에서 VGA를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hack 프로그램을 통해서 부분적으로만 VGA 구현이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hack을 쓰면 동일한 화면에 4배의 정보를 뿌려주는 장점이 있지만, 글씨가 너무 작아져서 알아보기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었지요. 그래서 일부 매니아 분들을 제외하고는 큰 인기는 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wm2003 Second Edition이 VGA를 지원하게 됨에 따라 PPC에서 VGA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도시바에서는 e800용 wm2003SE롬을 무료로 배포하였습니다. 덕분에 OS 2종류를 모두 쓸 수 있는 기종이 되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e830(일본에서는 Genio로 발표)은 e800과 동일한 spec에 CPU만 벌버디로 업그레이드된 기종입니다.
4인치 액정이라 상당히 시원한 화면을 보여줍니다. 덕분에 덩치가 커지긴 했지만요...
e800 이전에 쓰던 클리에 TH55와 나란히 찍은 사진입니다. 클리에 고해상도 기종의 장점중 하나가 해상도가 높아서 (320×480) 코믹구루를 보기 좋다는 점이었습니다. ppc는 아무래도 해상도가 낮다보니 글씨 알아보기기 힘든 경우가 많았죠.. 480×640해상도에서 보는 코믹구루가 어떨지 내심 기대했습니다만, 아쉽게도 그냥 예전 240×320 해상도로 화면이 나옵니다. 프로그램 차원에서 지원을 해야 고해상도의 이점을 살릴 수 있나 본데, 과연 레이솔루션에서 업그레이드를 시킬지 모르겠네요...
고해상도가 되면서 가장 큰 좋은 점은 역시 폰트가 섬세해졌다는 겁니다. 동일한 글씨 크기에 픽셀 수가 4배로 되다보니 영문폰트가 아주 이쁩니다. 한글은 아직 디오펜베타 버전이 제대로 지원을 안해줘서, 좀 불안정하지만, 조만간 정식버전이 나온다고 합니다.
VGA 해상도가 되면서 2003SE는 글씨 크기는 그대로 두고 픽셀수만 4배로 늘리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글씨크기가 작아지면서 화면에 나타나는 양을 늘려줬으면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가독성을 고려할 때 지금 정도의 글자크기가 적당하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hack프로그램을 쓰면 2003FE에서처럼 글자 크기가 작게 VGA모드로 쓸 수 있습니다.
wm2003SE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은 윈도미디어플레이어가 320*240으로 인코딩된 동영상을 풀화면으로 재생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pda로 640*480 동영상을 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참 불편한 점이기도 하고, MS가 내장 프로그램의 그런 문제도 해결안한게 좀 어이가 없더군요. 동영상 위주로 Pda를 쓰는 사람한테는 참 큰 문제일 수 있지요.. 그런데, 고맙게도 베타플레이어에 WMV 재생 플러그인이 나오면서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베타플레이어에서는 Wmv 화일도 풀화면으로 잘 재생됩니다. 공짜 프로그램인데도 이런 기능을 지원한다는게 놀랍네요.
속도 측면에서는 2003SE이 FE 보다 조금 느려진 것 같습니다. 못 참을 정도는 아니지만, 소프트 리셋시에 부팅시간이 꽤 걸리고, 전반적으로 어플 전환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이는 아직 SE에 최적화되도록 프로그램들이 업글이 안되었다는 점, 도시바의 2003SE롬이 하드웨어에 최적화되지 못했다는 점에 기인합니다. 플러그인 프로그램들이 SE에서 제대로 작동 안하는 게 많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제경우 SPB Plus를 쓰는데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갑니다. 왠만한 어플들은 다 잘 돌아갑니다만, 아이콘은 예전 그대로이다 보니 VGA 특유의 고해상도 아이콘은 지원되는게 없습니다. 앞으로 나올 어플들은 아이콘도 고해상도로 나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화면빨 좋다는 걸로 느린 속도를 감수해야 겠지요. . XCPUsclar 같은 프로그램으로 오버클럭을 하면 속도문제도 해결이 됩니다만 전 그냥 정상속도로 쓰고 있습니다. 외국 포럼에 보면 일부 사용자들은 다시 wm2003FE로 다운그레이드하시는 분들고 있습니다. 저도 어플들이 2003SE용으로 업글될 때까지 2003FE로 쓸까도 싶었습니다만, 한번 고해상도 화면에 맛을 들이고나니 다시 돌아갈 수가 없더군요.
동영상을 많이 보는 분들은 배터리 수명에 관심이 많으실 겁니다. 1940을 쓰면서 좀 아쉬웠던게 배터리 였었는데, e800도 비슷한 수준이더군요. 동영상으로 3시간 정도 보는 수준이었습니다. 역시 외국 pda포럼에 보니 Mugen Baterly란 회사에서 e800용 중형배터리가 나와서 ebay에서 팔고 있었습니다. 표준배터리가 1320mah인데, 이넘은 2000mah였습니다. 벤치마크 결과를 보니 기본 베터리보다 사용시간이 1.7배 가량 늘어나더군요.(용량은 1.5배인데...). 난생 처음 ebay에서 배송료 포한 68불에 구입했습니다. 사용시간 좀 늘리자고 외국쇼핑몰까지 이용하는게 좀 거시기 했지만, 써보니, 만족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중형배터리인데도 크기가 표준배터리보다 1mm밖에 두껍지 않다는 점입니다. 원래 쓰던 가죽케이스에도 잘 들어갑니다.
제가 e800을 산게 한달쯤 전입니다만, 중고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히 고가이더군요. 사실 예전에 쓰던 PPC인 1940에 비해 딱히 더 잘 활용할 재주가 없음에도.... 고해상도 욕심에 덜컥 구입을 했지요. CPU면에서 앞으로 나올 최신기종이 조금 부럽기는 하지만, 그 외의 사양은 아직도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기변없이 e800을 오래동안 써보겠다고 결심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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