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엑페와 톰니아 사이에서 고민할 때 엑동에서 눈팅을 많이 하고 다른 분들의 사용기를 보고 결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손을 거쳐간 pda가 일곱 종류니 엑페에 대해 간단한 평을 한다 해도 그리 흉잡힐 일은 아닐 것 같아 아직도 눈팅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나마 몇 자 적어봅니다.

 

15년이 넘도록 열자리 번호 하나만을 고집해오다 결국 엑페 때문에 010 번호로 변경하였습니다.

번호 변경 때문에 정말로 엄청 고민했었습니다만 엑페에 깃든 지름신의 능력은 상상을 뛰어넘더군요.

마침 지난 달 전화비가 250분 요금제에 비해 높게 나온 것도 결정에 한 몫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흡족해하는 부분을 몇 가지 적어보자면,

GPS가 내장되어 있다는 것이 2년 동안 써오던 오공이를 버리게 만든 이유인데 아주 마음에 듭니다. 건물 안쪽에 있어도 잘 잡아냅니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한 맵피를 깔아 놓았더니 그걸 본 주위 사람들, 요즘 말로 떡실신합디다.

맵피는 별 쓸 일 없고 아주 장거리를 통근하다보니 속도계로 사용하는 정도입니다만 가끔 유용하게 쓰이게 될 것 같군요.

 

3.5파이 이어폰잭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군요.

어디든 꽂기 편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보다는 음질이 꽤 마음에 듭니다. 물속에서 웅얼거리는 듯한 다른 pda들의 음질과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엑페 때문에 차 안에 있는 장비들 세 개가 한꺼번에 처리가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ive+입니다.

pda로서는 최악의 기능을 가졌지만 웬만한 mp3 못지않은 훌륭한 음질을 뽑아내기 때문에 mp3 대용으로 비치해 두었던 것이죠.

엑페는 ive+ 보다는 아주 조금 떨어지긴 합니다만 저 같은 막귀에게는 충분히 들어줄만한 음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거기다 여타 mp3플레이어 프로그램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pocket player의 능력까지 합쳐지니 한 마디로 왔다입니다.

 

아직까지는 메모리 냠냠 현상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오공이에 넣어두었던 메모리 카드는 여러 가지 내과, 외과 수술을 거쳤지만 결국 서거하셨습니다. 중요한 자료 중에서 두어 가지는 최후 서거 직전 회광반조를 보일 때 겨우 건져내긴 했지만 나머지 자료들은 아마 복구 불가능할 듯 합니다.

오공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분들도 오공이의 메모리 냠냠 현상을 얘기하시는 것을 보면 오공이가 잘 나오기는 했지만 pda로서의 기본은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자료 보존에 대한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personal data(!!!) assistant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공이를 포기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죠.

 

번들로 들어있는 핸즈프리의 마이크 성능이 뛰어나 오공이 쓸 때처럼 차 안에서 고함을 지르며 전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입니다. FM 트랜스미터를 겸한 충전기(투피에서 공구하는 것)를 사용하여 핸즈프리 대신 썼었는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음질 나쁘고 마이크 성능 나쁘고...... 충전 빨리 된다는 것 빼고는 최악입니다.

 

단점들을 지적하자면, 우선 맵피가 다른 프로그램과는 함께 실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주 편리하게 써왔던 spb mobile shell을 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걸 설치하면 맵피가 사용불가가 되더군요. 혹시 해결 방법이 없나요?

어쨌든 이건 맵피의 특성일 것 같으니 시비 걸기는 뭣하지만 그래도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입니다.

 

똥침을 놓기가 불편하다는 것도 가끔 귀찮은 일 중의 하나입니다. 빤스(?)를 벗겨야만 쿡 찌를 수 있게 만들다니...... 제가 쓰던 것들에서는 아직까지 보지 못한 해괴한 경우입니다.

 

외관은 생각한대로 별 예쁘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실속을 중요시하는 터라 아무 지장 없습니다.

다른 것보다 뒷태는 예쁘다고나 할까요?

 

무게는 상상을 초월하는군요

제일 처음 들고(?)다녔던 냉장고형 휴대폰 생각이 납니다.

낚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깜빡이며 발 밑으로 잠수하는 휴대폰을 본 지가 몇 번 되다 보니 항상 목걸이줄을 하고 휴대폰은 셔츠 주머니에 넣어둡니다만 엑페는 불가입니다.

셔츠주머니가 추~~~욱 쳐져버리니 안 그래도 시원찮은 외모에 뽀대는 절대 안납니다.

 

하드웨어 버튼들은 약간 불편한 편입니다.

버튼 크기가 남자들 엄지에 비하면 많이 작다보니 아주 가끔 원하지 않는 버튼이 눌려지기도 합니다.

 

키패드 단추도 생각보다 많이 작네요.

그런데,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스피드가 안날 뿐 앞으로 키패드 없는 스마트폰은 쓰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몇 가지 투덜거리기는 했습니다만 솔직히 말해 결정적으로 불편한 부분은 없는 것 같군요. 8비트 시절부터 컴퓨터를 다루어온 터라 웬만한 건 알아서 처리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객관적으로 본다해도 pda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쓸만한 놈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 아, 그러고보니 오토포커스의 카메라도 무시못할 부분이군요.  반응이야 좀 느리지만 오공이로도 똑딱이 비슷하게 사용해왔던 저로서는 대만족입니다.  첨부한 사진은 오리지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