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생각나는 봄나물 이야기가 두가지가 있습니다.

 다 늦은 초가을에 왠 봄나물인가 하시겠지만, 봄나물 말린것이 이맘때쯤이면 모두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두가지 다 어머니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 때부터, 어머니는 몸이 편찮으셔서 일년에 2-3개월을

강원도 추곡이라는 곳에서 지내셨습니다.  요즘은 사람도 많고 유명해 졌지만,

그때만 해도, 알음알음으로 몇몇 사람만이 요양차 내려가곤 했지요.

내려가실 때 막내인 저를 보시고는 쓸쓸해 하시던 표정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날이 따뜻해 지면 이런 저런 짐을 차에 싣고 내려가셨고,

저는 2-3주에 한번 정도 주말에 내려가서 하루밤 자고, 여러가지 불편함에 도망치듯

서울에 올라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봄날들을 추곡에서 보내시고 서울에 올라오실 때면,

가실때는 승용차에 몇몇가지 짐만 가지고 가셨던 분이 오실땐 봉고차에 한가득

여러가지 봄나물을 가져 오셨습니다. 그 다음 부터는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니들이

며칠동안이나 삶을것은 삶고, 말릴것을 말리고, 기타 여러가지 가공(?) 방법을 총동원해서

1차 가공후에 작은 호박정도의 크기로 노끈이나 새끼줄에 주렁 주렁 엮어서 (한 줄에 보통 5-6개 

이상이었던것으로 생각나네요..) 처마밑에 주욱 매달아 놓곤 하셨죠...

어린 나이였지만 나물이 매달려서 뿜어대던 냄새가 아직도 콧가에 오락가락 하는것 같습니다.

친척 분들이나, 어머니 아버지 친구분들, 고향분들.. 서울에 오시기만 하면 우리집은 으례 하루

이틀은 묵었다가 가야하는 곳으로 아셨던 그분들, 동네에서도 아주머니들의 한담을 나누는 곳으로

지정되다 시피 했던 우리집은 그 나물이 걸리고 나면 그야말로 문전성시 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 나물 뭉치들을 하나씩 나누어 주는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셨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나물 뭉치들이 하나씩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하고,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되던 때가 아마도 

초가을 정도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 그 나물 뭉치들의 숫자가 어느 정도였는지 ....-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도 벌써 15년이 되어 버린 지금 엊그제 할인점에서 팔던 취나물에 혹해서

약간 샀다가... 한젓가락도 못먹고 실망만 한껏 느낀채 버린후에 갑자기 봄이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봄나물, 어머니, 강원도 한적한 추곡 약수터....

또하나 ,

고속도로나 국도를 지날때 길이 조금만 막히면 으례 차에서 내리셔서 도로변 기슭이나 야산에

 철퍽 주저 앉으셔서 냉이, 쑥, 그외 저는 이름을 잘 알지 못하는 이런 저런 나물을 뜯으며

 흐뭇한 웃음을 지으셨던 어머니, 그 때는 왜그리도 청승 맞아 보이고 짜증스레 보였던지..

 당신께서는 18살에 시집와서 서울올라오신지 30년이 다 되어서도 경북 예천군 감천면 석송령 동네의

 못살고 철없던 동네 처녀였던 모양입니다.

 대학 4학년 때 돌아가시고 제가 하도 애가타서였는지, 1주일 가까이 물까지 토해내고, 잠을 못자고

 울기만 했던적이 있었습니다. 그리도 냉정하시던 아버지까지 절 붙들고 정신차리라고 애원하시던

 기억도 갑자기 납니다. 갑자기 외가에 가고 싶어서 기차를 타고 풍기에 내려서 1시간에 한번씩 다니던

 버스를 타고 외가동네에 거의 다다를 무렵 잠결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어기 논두렁에

 한 여자아이가 흰 한복을 입고는 막 뛰어가는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외가에 도착해서야 편한 잠을 자게 되었는데 그날 밤 꿈에 나오신 어머니는 왜그리고 무섭고

 모질게 나타나신건지 모르겠습니다. 외숙모께서는 "니 어메가 니 땜에 몬 올라가고 있다가. 인제 가야

 긋다 시퍼가가.... 니 정 띨라꼬 그란기다... 너무 서운케 생각 마레이..."

 그 논두렁 사이를 뛰던 여자아이가 전 아직도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주말엔 몇년전 동짓날 청평사 올라가는 길에 초라한 천막안에서 취나물에 막걸리 팔던

 할머니나 한번 찾아가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