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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견도 있네요. 페이스북 이충재님 글 국제 유가 하락도 'Strongman' 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국제 유가는 이제 $20~25/BBL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10/BBL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가격 하락은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과거 유가 하락 때도 그랬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요 증가는 정제 마진 개선과 점진적 가격 안정화로 연결됐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식상한 표현이지만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10년을 놓고 보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국제 유가는 '수요'에 대한 우려로 $150/BBL에서 $30/BBL 이하로 하락했다. 2014-2015년에는 미국 셰일 오일 생산량 증가에 따른 '공급' 우려로 $100/BBL에서 $30/BBL 이하로 하락했다. 지금은? 유가가 하락해도 수요는 얼어 붙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항공유 정제 마진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아니라, 2001년 9/11 테러 당시 수준까지 내려가고 있다. 휘발유 역시 원료인 석유보다 가격이 낮다. COVID-19 확산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해도, 수요가 늘어날 수 없다는 얘기. 너무나 뻔한 얘기다. 그렇다면 상황을 약간 다른 각도에서 보자. 저번에 포스팅했던 'Strongman Crisis'의 시각에서 국제 유가 하락을 접근해보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실패로 국제 유가가 크게 하락했을 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Twitter를 통해 'Good for the consumer.'라는 첫 반응을 내놨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석유를 공짜로 줘도 돌아다닐 수도 없다. 소비자에게 뭐가 좋은 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반응했다. 사태가 더욱 더 심각해지고 미국 회사채 시장을 비롯해 미국 경제에 문제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일자, '러시아 제재'와 '사우디 특사 파견'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여기에 주목해보자. 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실패의 출발점이 여기라고 본다. 두 나라는 '감산 합의'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산 합의'를 했다. 소위 미국의 '셰일 에너지 생산 혁명'은 미국 대외 정책 변화로 연결됐다. 중동에 대한 관심은 'Pivot to Asia'를 넘어, 미국 밖 세계에 대한 '무관심' 수준에 이르렀다. 툭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파병 미군 철수를 이야기했다. 고립주의를 대외 정책의 기본으로 삼는 듯 했다. 중동 지역의 불안 고조에 대한 무관심, 노골적 친-이스라엘 정책, 이란/베네수엘라/러시아 등에 대한 대규모 경제 제재. 미국이 이러한 방향으로 대외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의 에너지 자립'이 있다. 즉, 더이상 안정적 석유 조달을 위해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만가지 일들에 대해 더이상 참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 부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이번 바이러스 확산을 '위기이자 찬스'로 본 것이 아닌가 싶다. 사우디아라비아는 MBS가 주도했던 '언론인 살해 사건'과 '이란이 배후에 있다고 알려진 Aramco 드론 공격'에 대해 미국이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 불안감과 배신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 넓은 땅에 불과 2,500만명이 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돈은 많을지 몰라도 국방은 철저하게 미국에 의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의 맹주인 이란은 이라크와 관계가 개선되었고, 음으로 양으로 이라크의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라크 내에서 이란의 정치 개입 반대 시위가 있을 정도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배 세력으로써는 극도의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미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갑작스런 이란 혁명 수비대 사령관 암살로 중동의 긴장감만 높여놨다. 러시아 역시 미국의 계속된 경제 제재로 힘들다. 독일과 진작에 합의해서 추진하고 있는 Nord Stream 2 프로젝트까지 시비를 걸고 있다. 현재 90% 이상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프로젝트 협력 기업 제재 협박으로 마무리가 되지 않고 있다. 북극 LNG 개발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이 안정적으로 석유를 과거처럼 구할 수 없게 된다면, 미국이 이러한 정책을 계속 추진할 수 있을까?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점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두 나라 모두 경제가 어렵다. 그렇다고 경제가 어렵다고 정권이 위협 받지 않는다. 따라서 오히려 이참에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국 대외 정책의 근간을 흔들어 놓는 것이 앞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속에 암묵적 합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에너지 자립이 무너지면, 대외 정책 역시 바뀔 수 밖에 없다. 중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할테고,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 역시 완화되거나 관계 개선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경제 제재를 강화한다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친서를 보내고, 특사를 파견한다고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까?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Strongman들은 한참을 벼르고 별렀다.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희생양'과 '제물'을 얻기 전까지는 절대 '감산'에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지구상의 석유 저장 설비가 꽉꽉 차는 그날까지 말이다. 결국 미국 셰일 에너지 산업이 무너져야 된다. 미국 셰일 에너지 산업이 무너져야 이번 사태가 안정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은 셰일 에너지 산업이 무너지면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셰일 에너지 산업이 무너지면 회사채 붕괴가 올테고, 미국 대외 정책의 근간 역시 흔들린다. 그렇다고 미국 셰일 에너지 산업을 살리자고, 피 같은 재정을 쏟아 부을 수도 없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정한 결정의 시간'이 왔다. 미국 셰일 에너지 산업이 무너지는건 이제 시간 문제라 생각된다. 미국 셰일 에너지 산업이 무너지고, 유가가 반등하고, 미국 회사채 시장에 한번 큰 일이 생겨야 이번 일도 정리될 것 같다. 바이러스 확산 이후 지금까지는 그래도 미국을 중심으로 소위 '금융 위기'가 주가 하락, High Yield 채권을 중심으로 하는 회사채 금리 상승 등 어찌보면 '전형적'인 형태로만 진행되어 왔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파열과 균열로 '넋을 잃게 하는 공포'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아직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거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미국의 Strongman이 무너지고, 미국도 점점 무너져 가는 느낌이다. 그러길래 처음부터 잘하지. 독감이 어쩌고 저쩌고 비아냥 대더니 쯧쯧쯧... P.S 결국 11월 대선에서 미국 정권이 교체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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