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글에 댓글을 달기도 했지만, 그 뒤로 올라온 글에서도 입시에 대한 오해가 많으신거 같아서 글을 올려봅니다.

일단 저는 경기도에 있는 일반고 3학년 담임입니다. 오늘도 수능 원서 마감일이고 대입전형자료 전송일이라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보내고 퇴근했습니다.



몇 가지 제가 읽어 기억에 남았던 말씀들에 대해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1. 수능으로 대학가는 정시가 가장 공정하다.

가. 수능이 공정할까요? 수능은 (국영수탐이라는) 일부 과목에 대해 (외우고 문제를 푸는 등의) 일부 능력만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체육을 좋아하지만 국영수에는 자신이 없는, 문제를 비판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암기는 

다소 자신없는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불합리한 시험이지 않을까요?

나. 마찬가지로 수능으로 대학가는 정시가 대입에서 대폭 확대되면 국영수탐이외의 과목들은 어떻게 될까요? 

사회나 과학 과목들 중에서도 이미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는 과목에 대해서는 학생들은 왜 배우냐는 식으로 

자습하겠다고 합니다. 기술/가정이나 정보, 제2외국어 같은 과목은 어떻게 될까요?

다. 수업도 수능에 맞춰서 파행식으로 진행되겠죠. 안 그래도 고3교실은 수능특강, 수능완성을 가르치는 

입시 학원같은 분위기입니다. 공립은 덜하겠지만, 사립에서는 학교에 특별반을 만들어서 수능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들만 관리하겠죠. 이건 불과 몇년전에 비일비재했던 사실입니다.

라.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을 대학에 잘 보내거나 혹은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도록 하는게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수능때문에 지금도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혼란스럽습니다. 학생들은 2학기 내신이 수시에 안들어가기 때문에

 2학기에는 전부 자습하면 안되냐고 혹은 수능 준비하는 학생들만 빼서 따로 자습시켜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런데 수시 없애고 정시를 확대하면 1학년때부터 수능 공부만 하겠다는 학생들이 나오겠죠.



2.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에서 조작하기 쉽다.

가. 우선 대입전형을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몇 년전부터 전형 간소화 작업을 수행해서 대입전형은 크게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논술/실기의 수시, 수능위주/실기의 정시 총 6개 유형으로 정리되었습니다. 

물론 각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반영 비율따위가 약간씩 다를 뿐이지 기본적인 틀은 똑같습니다.

나. 학생부종합전형은 크게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자소서/추천서 등의 서류를 가지고 학생을 평가하는 

전형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는 생기부고요. 근데 이 생기부를 누가 기록하냐면, 

자율활동과 봉사, 행동특성 및 발달사항은 담임이, 동아리는 동아리 담당선생님이, 진로는 진로담당선생님이, 

교과 세부능력및 특기사항은 각 교과 담당선생님이 작성합니다. 저 사람들이 각기 다 다르다고 할 때, 

한 학기당 대략 8과목 정도를 배우니 10분이 넘는 선생님들이 공동으로 작성하는 서류입니다.

다. 많은 분들이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조작하기 쉽다고 생각하시는데, 

우선 생기부는 학생의 활동을 기록하는 거라서 학생들이 활동을 하지 않으면 작성을 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몇년전에 저희 학교에 내신이 '1'인 학생이 있었는데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서 

생기부가 2등급대 학생들보다도 더 형편없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활동을 하지 않으면 

작성할 수 없기 때문에 없는 걸 부풀려 조작할 수 없는 서류입니다.

라. 아울러 담임에 따라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지적하셨는데, 어느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실제 재작년에 저도 그런 사례를 보고 엄청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담임한테 안좋게 찍힌 학생이 불이익 받는 것을 봤죠.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담임이 할 수 있는 보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학생이 학생부교과전형을 써버리면 

담임이 할 수 있는게 전혀 없거든요.

마. 많은 분들이 고1때 컨설팅 업체에서 학생들을 다 만든다고 말씀하시는데, 이건 정말 넌센스입니다. 

물론 컨설팅 업체에서 다 계획짜주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기부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10분이 넘는 선생님들이 씁니다. 학생들이 생기부에 이런 부분이 들어가면 좋겠다 요구할 수는 있지만, 

선생님들이 하지도 않는 활동을 부풀려서 써주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절대 안합니다. 

그런거 하다가 짤립니다. 성적조작은 원스트라이크로 바로 파면될 수도 있습니다. 그 아이 말고도 대학가려 

경쟁하는 애들 많기때문에 조금만 이상해도 교육청이나 언론에 찌르면 그 선생님은 바로 날아갑니다. 

컨설팅을 받는다 할지라도 그 영향력은 정말 적습니다. 혹은 컨설팅에서 시키는대로 학생이 진짜 활동을 했겠죠. 

근데 진짜 활동을 해서 생기부에 많은 것이 적힌 학생이라면 컨설팅을 받았던 안받았던 인정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바. 역시나 많은 분들이 자소서를 업체에 맡기는 부분을 말씀하시는데요. 

우선 자소서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작을 뿐더러, 

업체에 맡긴다고 대학에서 원하는 자소서가 써질까요? 제가 학생들과 상담하면서 들었던 컨설팅 업체들의 사정, 

대치동 가서 첨삭 받아왔다는 자소서의 내용을 보면 민망할 지경입니다. 

그 친구들의 입시결과도 마찬가지로 민망할 지경이고요.



우리나라 교육의 진짜 문제에 대해서 더 쓰려다 분량이 너무 많아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꼭 말씀드리고 싶은건 학생부종합전형이 그나마 공교육을 살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 때문만은 아니지만, 내신과 수업이 중요해지면서 선생님들이 다양한 수업내용과 방법으로 

학생들의 여러 능력들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밖에서 보면 아직 많이 부족할 수 있지만, 학교 내에서 그렇게 변화하려고 움직이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여러분들께서 다니시던 학교를 생각하면서 학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많으시겠지만,

한 나라의 시민을 교육한다는 사명을 가진 많은 선생님들이 수업을 변화시키고, 학생들과의 관계를 변화시켜가면서 

노력하고 계시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긴글 지루하셨을텐데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