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머나 먼 바닷길을 달려온 이양선의 선원들은 무엇보다도 식수 등 먹을 것이 필요했고 한국인들은 식량은 물론 이들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당시 서양인들이 남긴 기록에는 처음 만남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무척 친절하다는 인상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 1885년 일단의 영국인들이 제물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한 주막에 잠시 체류하게 되었다. 당시 영국인들은 3쿼터의 독일제 맥주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들은 주막에 머물고 있던 한국인들과 함께 이 술을 나눠 마셨다. 아마도 이 사례는 한국인들이 처음으로 독일제 맥주를 마신 경우일 것이다. 단지 한 사람만 "한 모금 마시더니 아주 싫어하는 표정으로 뱉어 낼뿐"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이 독일맥주에 대해 "아주 높은 찬사"를 보냈다.



서양인들은 술에 만취한 채 길거리에 드러누운 한국인들에 대한 기록을 수시로 남기고 있다. 상당 수 한국인들이 만취한 상태로 길거리에 드러누운 이유에 대해 1884년 한 영국인은 한국인들이 체질적으로 술기운을 지탱할 수 없어서 그러한지 의아해 했다. 그는 "스카치위스키로 일련의 주의 깊은 시험"을 통해 알아본 결과, 한국인들이 술을 잘 마실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정신없이 취하는 이유는 한국 술의 알코올 도수가 높고 또한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이 마셔서 그렇다고 기록하고 있다. 개항 초기 한반도를 찾은 서양인들은 일반 민간인들은 물론 군인이나 순검도 간혹 만취한 상태로 길거리에 방치되어 있는 경우를 수시로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술 취한 상태로 싸우거나 시비를 걸기도 했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주로 끼리끼리 다투거나 싸우지만 간혹 주변을 지나치는 서양인과 다투기도 했다.



1898년 4월 어느 날, 영국공사인 존 조단과 고종의 시위대 1연대 소속 군인과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조단과 한 미국인 선교사가 덕수궁 주변을 걸어가는 도중 시위대 소속 군인을 만났다. 이 군인은 술에 만취해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두 명의 외국인들을 보자 인사를 하고 싶어졌다. 이 한국 군인은 우호적인 표현으로 그러나 아마도 과도하게 공사의 목을 세게 치며 거칠게 그를 반겼다. 이 한국인의 선의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두 명의 서양인들은 깜짝 놀라 이 사람을 잡아 가까운 경찰서로 인계했다. 당시 외국인과의 사소한 사고도 크게 두려워하고 있던 조선 정부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 외부대신은 조단 공사에게 사과하고 군부는 즉시 이 불운한 군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 지나친 판결에 조단 공사가 오히려 놀랐고 그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한국정부에게 요청했다. 후에 그의 형량은 10년 유배로 감형되었다.



19세기 후반 한국인들의 지나친 음주는 한반도를 찾은 서양인들에게 수시로 언급되었으며 당시 한국 사회의 많은 점을 반영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버드 비숍은 62살의 나이로 1894년 3월 한반도를 처음 방문했다. 매우 관찰적인 그녀는 한국인들의 음주에 대해 "취태야말로 한국인들의 가장 대표적인 양상중이 하나이며, 보기 흉한 것은 아니다"라고 긍정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비숍은 "심지어 지체 높은 고관들도 배가 부를 정도로 포식한 후 취한 채 사회적 위신을 잃지 않고 마루에 뒹굴기도 하며, 술이 깨어서는 부하들로부터 그와 같은 사치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점에 대해 축하인사를 받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참고문헌 리스트

Cyprian A. G. Bridge, A Glimpse of Korea, 1876.

Harpers Monthly, March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