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은 1주일이 멀다하고 폐쇄됩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저는 응급실이 폐쇄되면 일이 적어서 좋지만 아픈 사람들은 다르겠지요. 거기에 응급실에 갔는데 옆사람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당연히 들겁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만 환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때문에 다른 환자들은 입원할 병실이 부족합니다. 뭐 대구에 병실이 없으면 서울가면 되지요.

내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이거나 열이나는 환자라면 어떻게 해야할 까요. 일차진료기관도 열이 나는 환자는 두렵습니다. 만약 코로나 감염증 환자가 방문했을 때 방호복 없이 진료하면 의료진도 자가격리해야하는데 이 경우 14일간 일차의료기관은 폐쇄해햐합니다. 물론 보건소의 명령에 따른 폐쇄가 아닌 자진 휴업이라서 보상은 못받을 겁니다. 그래서 열이나면 1339로 연락해서 선별진료소로 가야겠지요.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확진이 나려면 빨라도 6-7시간 걸립니다. 열이 나지 않으면 상관이 없지만 열이 나더라도 확진이 될 때까지 집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감기라면 약먹으면서 쉬면되고, 인플루엔자는 검사 결과가 빠르게 나오고 약이 있으니 처방받아서 쉬면됩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최근에는 열이 40도에 이르는 노인환자도 집으로 돌려보낸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받아 준다는 병원도 없고 병실도 없어서 이겠지요. 이 환자가 확진이 되면 집에서 입원 시켜줄 때 까지 기다리면 되고, 음성이 나오면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아야하는데 치료받기가 어렵습니다. 검사가 위음성일 수 있기 때문에 추후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적어도 환자가 입원한 병동 및 접촉한 의료진은 격리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진료하는 선생님들과 통화를 했었는데, 다들 절망적입니다. 차 한대값이면 구입할 수 있는 인공호흡기가 부족해서 환자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고 선별진료소에서는 열나고 폐기능 떨어지고 있는 환자를 병실이 없어서 집으로 보냅니다. 인공호흡기 없으면 ECMO연결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급종합병원도 ECMO 없는 병원이 있습니다.

이쯤되면 코로나 확진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공중보건이라는 공리가 개인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으니까요.

아마 이번 코로나 사태가 끝이나면 서울 집값은 더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는 아프면 서울가서 치료 받으면 된다고 했지만, 이제는 아프기 전에 서울가야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이 다들 뇌리에 밖혀 버렸을 것이니까요.

그래도 대구는 나은편입니다. 교통도 좋고 병원도 여러개 있고 서울까지 KTX도 있으니까요.

상주에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두개 있는데, 하나가 코로나 감염증 전담병원이 되어버렸습니다. 졸지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되지 않은 사람이 갈 수 있는 병원은 하나 밖에 남지 않은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