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늦은 오후, 쏟아진 졸음을 못 이겨 거실 바닥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잠결에 덜컥 문 열리는 소리를 들었나 했는데 일어나 눈 비비고 보니 큰놈 방이 비었다. 화요일에 군대 갈 몸이라 채비에 분주하겠거니 아내의 저녁 준비를 돕는데 이놈이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들어온다. 아! 눌러 쓴 모자 아래로 파르라니 깎은 머리! 아끼고 다듬느라 스포츠로 깎는 일도 드물었던 머리를 박박 밀어 버렸다. 제가 보기에도 어색한지 뿌리만 남은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썩썩 문지르는데, 애비 가슴이 갑자기 휑해지는 건 도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씩 웃으며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하는 아들 두상이 딱 제 어미 두상이다. 참, 별 게 다 눈물을 부른다. 어려워라, 애비 노릇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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