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전이었나?



몇년 전부터 핫한 핑크뮬리(분홍 갈대)가 우리 동네 근처에도 있다며 마눌님께서 토욜 함께 가자시네요.



그런데 토욜 아침 눈을 떠보니 비가 오기에 앗싸하고 있는데 아는 분한테서 갑자기 낚시를 가자는 연락이 왔기에 마눌님 허락도 없이 겨나가 룰루랄라 우중 전투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낚시 간 죄로 오늘 오후에 정해진 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죄사함을 받기 위해 마눌님 모시고 함안 악양생태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어제 밤부터 집나서기 전까지 말도 한 마디 안하더라고요.



이틀동안 쌓인 설거지 싹싹 해두고(아니, 이 나이에 이게 뭐람. ㅠㅠ) 살살 달래서 나섰는데 생각보다는 길이 머네요.



창원에서 대략 50분 가량 걸려 근처에 이르렀는데 2km 정도 전부터 정체가 심합니다.



작년부턴가 핑크뮬리를 심었다고 하는 모양인데 들어가는 길이 엄청 붐비네요.

어찌어찌 들어가 두어 시간 같이 댕기면서 요즘 사진 배우는 마눌님에게 사진 기법 배워주고 하면서 같이 시간 보내 주었더니 그제야 좀 풀리네요.

핑크 뮬리가 크게 볼 건 없었지만 사진 찍긴 좋았는데 말입니다......

둘러보는 내내 눈살 찌푸려지더군요.

이게 뭔 일이랍니까.

아니, 끈은 폼으로 쳐두었나요.

애들까지 데리고 들어가고......

아주 개판이네요.

관리 직원이 돌아다니며 연신 바쁘게 제지를 하지만 이건 뭐......

중국 사람들 욕할 것 없습디다.

줄 안넘어가더라도 사진 찍기 좋게 식물 군락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군데군데 만들어 놓았는데도 굳이 저렇게 줄을 넘어가 지근지근 밟고 있더라고요.

보다못해,

넘어가지 말라고 줄 쳐놓았잖아요. 밖에서 사진 찍읍시다.

라고 한 마디 했더니 네 살 정도 되는 애 무등 태우고 사진 찍던 젊은 놈 하나는 너가 뭐냐는 듯 아예 싸우려고 덤벼들고 다른 사람들도 우리만 이렇게 밟았냐는 식으로 궁시렁궁시렁 하네요.

화단에 안들어가도 좋은 사진 찍을 수 있도록 핑크뮬리 군락 사이로 샛길을 만들어 두었고 사이사이에 사진 찍는 공간을 두었는데도 줄넘어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니 오래 있기가 싫어지더군요.

줄 넘어가지 않고도 잘 찍은 사진을 몇 장 첨부했었는데 마눌님 자랑질하는 것 같아 지우긴 했습니다만 구도만 잘 잡으면 화단에 기어들어가(!) 식물 지근지근 밟아대지 않더라도 괜찮은 사진 찍는 것이 가능합니다.

나하나만 좋으면 된다는 마인드를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에게서나 할 것없이 보게 되고 거기다 애들까지 동참을 시키는 걸 보니 돌아오는 차에서 내내 참 암담하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정말로 중국 사람들 욕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드는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