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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를 권리, '감시와 처벌'의 문명화] 최근, 볼드모트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분이 "일개 장관이 알 권리에 뽀샵질을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이미 고인이 된 분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분들은 몇 차인지 알기 어려운 기자회견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후기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성, 권력과 통제의 작동방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미셀 푸코가 형벌의 진화 과정에 대하여 분석한 책이 '감시와 처벌(Surveiller et Punir)'입니다. 첫 페이지부터 무시무시한 공개처형 방법에 대한 판결문과 집행 장면이 묘사됩니다. 복부를 비롯한 신체 곳곳을 달군 쇠집게로 찢어 구멍을 내고 펄펄 끓는 유황을 그 안에 집어넣어 내장과 근육, 혈관을 태운 뒤 네 마리의 말에 사지를 묶고 달리게 함으로써 절단한 뒤 몸통은 태우라고 되어 있습니다. 공개 처형이었습니다. 모두 다 와서 구경하라는 것입니다. 알 권리를 극대화하여 보장한 것입니다. 시대는 1757년 3월 2일로, 지금부터 약 260년 전입니다. 이후 수많은 인본주의 철학자들과 법률가들의 노력으로 야만적 신체형과 공개 처형 방법은 소멸됐습니다. 그 빈 자리를 피의자, 피고인의 '무죄를 추정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대신 채움으로써 근대 '관리'사법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피고인의 무죄추정'을 헌법상 권리로 명시함으로써, 피고인 이전 단계인 '피의자'는 더욱 더 당연히, 그리고 두텁게 보호하고 있고(27조 4항), 수사기관 종사자들이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하여 함부로 누설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둠으로써 국가기관의 품격을 준수할 것을 의무로 하고 있으며(형사소송법 198조 2항),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형법 126조). 공소를 제기한 단계에서는 '피고인'의 범죄가 공공의 관심사일 경우 공보준칙에 따라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일정한 내용에 한하여 공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을 뿐입니다. 대법원도 ' 담당 검사가 피의자가 피의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보강수사를 하지 않은 채 참고인측의 불확실한 진술만을 근거로 마치 피의자의 범행이 확정된 듯한 표현을 사용하여 기자들에게 피의사실을 공표한 경우,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97다10222호). 아울러, 헌법은 비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어서, 필요성이 없으면 공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37조 2항). 반대해석하면, 일반 대중은 '모를 권리', 즉 '수사기관의 위법한 누설에 따른 여론재판에 동원되지 않을 권리', '여론몰이로부터 해방되어 조용히 생업과 학업에 종사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개 장관이 알 권리에 뽀샵질을 한다"는 발언은 내용 자체도 충격이지만 발언자로 알려진 분의 헌법관과 형사소송의 대원칙 및 공무원 자신의 의무에 대한 인식, 법치주의국가에서 선출직 공직자가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이토록 참담한 수준이었는지, 이러한 가치관이 도대체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확산되어 있는지가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소식입니다. 아울러, 이미 공소권이 없어 수사라는 형식으로 국가직 공무원들을 동원할 필요성이 없는데도 연쇄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으로 여론재판을 계속하는 것 또한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형사소송법과 형법이 규정하는 '최소침해의 원칙'을 심각하게 경시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위험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집단과 연맹에게 누군가를 입건하여 마음대로 여론재판에 회부한 후 선배 전관이 선임되면 봐주도록, 또는 어차피 선배 전관이 선임돼서 돈 벌었으니 '버린 카드'로 취급해서 징역 10년씩 구형할 수 있도록 사건을 조작할 수 있는 권한를 그대로 두어도 좋은지 근본적인 성찰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천:UTOPiA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뻥.투.데이 추천:장자의꿈 추천:키드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처버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흥스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종일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나는야! 패들러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roggy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짧은눈썹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신지유하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그리운이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0623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파생인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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