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막걸리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마시지 않습니다.

특별한 경우라 함은 해외에서 손님이 오셔서 대접하는 정도 입니다.



시중에 파는 막걸리는 제가 기억하는 막걸리가 아닙니다.



제가 기억하는 막걸리 제조 과정을 적어 보겠습니다.



추수가 끝나고 새해가 다가오면 

어머니는 가마솥에 고들밥을 한가득 하십니다.

(밥솥에 시루로 찌셨던거 같네요.... )

고들밥은 감주(식혜)도 되고 술도 됩니다.



가득한 고들밥을 양은 광주리에 답고

시장에서 사온 효모를 사서 섞은 후에 이불을 덮어

따듯한 아랫목에 놓습니다.

이불을 들춰보면 밥알 주위가 하얗게 튀겨져 있습니다.

튀겼다는 표현을 쓰셨어요.



그럼 거기에 직접 만드신 누룩과 때로 찹쌀죽을 쒀서 잘 버무립니다.

이걸 항아리에 담아서 문간방이나 건너방 구석에 이불을 덮어 놓습니다.



며칠이 지나면 이것이 발표가 시작되어 부글부글 끓습니다.

거품이 올라오죠. 

이윽고 거품이 더이상 올라오지 않아보이면

어머니는 성냥불을 켜서 항아리에 넣어봅니다.

불이 꺼지면 아직도 발효중인거죠.

불이 꺼지지 않고 있으면 발효가 끝난겁니다.



이걸 다시 면으로된 자루에 넣고

자루를 항아리에 넣은뒤에 그 뒤에 어른 머리만한 돌을 올려 놓습니다.

그렇게 하루 정도 지나고 보면

항아리 위로는 보리차 같은 진한 갈색의 동동주가 모입니다.

이걸 곱게 떠서 보관합니다. 이게 바로 차례때 쓰이고 손님도 대접하던 술입니다.



그때는 동네 집집마다 술을 담가서

서로 바꿔 마셨는데, 할때마다, 집집마다 다 맛이 달라서

마셔보고 품평회를 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제대로 된 동동주는 그야말로 맛이 달짝지근 쌉싸름...

그리고 숙취도 없습니다.



동동주를 다 떠내고 남은 찌꺼기는

다시 채에 받혀서 물을 부으면서 걸러냅니다. 

아까운거죠. 이게 막걸리입니다. 

이렇게 마시던 막걸리.

이게 진짜죠. 그 맛은 찾기가 힘드네요.



몇년전 작은어머니께서 재미로 조금 술을 담그셨는데

그때도 또 그맛이 나더군요. 



언젠간 어머니한테 술 만드는 법을 배우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20년이 흘렀고

어머니는 팔순을 넘기고 계시네요.



우리는 사라진게 너무 많습니다.

개방과 발전의 다른 면이죠.



어떤 면에서는 북한이 개방이 안된 덕분에 

오히려 우리 문화를 더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가끔 조선족 만나서 얘기들어보면 

이미 우리는 버린 문화와 풍속을를 그들은 아직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게 공존하기는 힘들겠죠.

옛날얘기하면 꼰대이고.



이런 추억얘기도 투피니까 먹히죠.

다른 곳에서 말하면 틀딱충이니 뭐니.... 



불금입니다.

비도 오고...

막걸리 마시기 좋은 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