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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불같은카리스마님의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을 보면서... 제가 4년전에 다른 게시판에 쓴, 아들이 친 사고를 수습한 과정을 돌아보며 쓴 일기 같은 글이 생각났습니다. 그냥 임신해서 자녀를 낳으면 법적인 부모가 되긴 합니다만, '부모'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단순히 법적인 부양 관계 이상의 큰 의미가 있는거죠. 다소 장문의 글이고 내용도 뭐 딱히 재미있는 내용은 아닙니다만... 점점 경로당이 되어가는 투피에 많은 부모님들이 계시니 저의 고민을 같이 공유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재탕해 봅니다. ㅎㅎ 육아와 교육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부모는 최선을 다해서 아이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 고민하고 행동하고 보여주는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아래 사고를 친 중2 아들은, 이제 고3 수험생이 되어 있고, 기타리스트의 길을 가겠다며.... 스스로 진학할 학교를 알아보고 수험 준비를 하고 원서를 접수하고 6개 대학교 수시 시험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기가 알아서 다하고 저는 돈만 줬습니다. ㅋㅋ (수시는 다 떨어진듯.... 젠장.... 돈 많이 들었는데 정시 준비를 또.... ㅠㅠ;) --------------------- 아래 서진아빠님의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 글을 보고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서 한번 써봅니다. 글이 좀 길어질 것 같은데... 양해해주세요. ㅡ_ㅡ;; 저는 중2와 초5인 아들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중학생인 아들은 큐브 돌리기, 전자기타 연주, 스케이트보드 타기를 좋아하고 머리보다 손을 쓰는 쪽에 재능이 보이고, 초등학생인 아들은 레고, 게임, 농구, 역사책읽기를 좋아하고 머리를 쓰는 쪽에 재능이 보입니다. 중학생인 아들은 물로켓 전국대회에서 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나지만 공부에는 거의 소질이 보이지 않고 있어서 기술을 배우는 쪽으로 진로를 잡게 되지 않을까 생각 중이고, 초등학생인 아들은 반에서 다섯손가락에 드는 수준으로 공부는 제법 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공부에 재미를 느끼는 정도는 아니라 아직은 진로를 가늠하기에 좀 모호한 상태입니다. 중학생의 현재 꿈은 기타를 만드는 장인이고, 초등학생의 현재 꿈은 프로게이머입니다. ㅋㅋ 아이들이, 빠르면 초등 고학년부터인 경우도 많지만 보통 중학생이 되면 노는 시간이 많이 줄어듭니다. 부모들이 강제로 공부를 시키기 시작하는 시기라 나름 즐겨하는 취미 생활이 있던 아이들도 취미를 접고 공부에 집중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죠. 사춘기로 아이의 자의식이 강해지면서 부모와 갈등이 본격적으로 심화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희 부부는 공부는 필요할 때 하면 된다. 최소한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고 강요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서, 큰 아이는 다른 청소년기의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주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죠. 학교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보니 밴드 멤버들과 자주 어울려 다닙니다. 또 스케이트 보드를 좋아해서 집 근처 익스트림파크가 있는 공원에서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보드를 탑니다. 놀때는 충분히, 신나게 놀아야한다고 생각해서 아이가 노는것을 특별한 이유없이 제한하지는 않습니다. 어울려 노는 아이들이 좀 걱정은 되었습니다만, 저희 아이도 노는 아이(?) 축에 끼는데다가 평소 얘기를 해보면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어서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선을 넘지 않게 적당히 필터링을 하고 있어서 크게 걱정은 안하고 있었죠. 그러다 얼마전 문제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던 중 와이프에게 연락이 왔는데, 친구들과 보드를 타러 나갔던 아이가 집에 들어오더니 큰일이 났다고 한숨을 있는대로 푹푹 쉬길래 자초지중을 물었더니,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걸렸다고 하는겁니다. 편의점 알바에게 걸려서 학교와 이름을 알려주고, 학생증을 빼앗겼다고 하더군요. 연락을 받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철없을 때 가게에서 물건을 훔친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저의 용기를 시험하기 위해 도둑질을 요구한 적도 있고, 단순히 재미로 물건을 훔친 적도 있습니다. 속칭 '뽀린다'라고 불리던 이 청소년기의 도둑질은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별로 심각하게 취급되지 않는 일종의 모험 같은 이벤트였죠. 가게 주인에게 발각되는 즉시 어머니에게 통보되고, 어머니에게는 손에 잡히는 무기-주로 빗자루-로 두들겨 맞고 끝나는, 선생님에게 두들겨 맞던 것에 비하면 데미지가 훨씬 덜한, 그저 그런 작은 사건이었던 겁니다. 우리 아이가 제가 지나왔던 그 시기에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청소년기를 살아가던 80년대가 아니고, 지금의 청소년은 그 시기의 청소년과는 전혀 다른 뇌구조를 가지고 있죠. 집에 가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때릴까? 하지만, 저희 집에서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매질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일관성을 잘 유지해왔는데 이제와서 깨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또, 청소년기 아이들은 때려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편의점을 찾아가서 사장과 협상을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교육적으로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가서 부모가 사과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겠다 마음을 먹고 집에가서 일단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음료수 하나를 훔쳤다고 하더군요. 친구들과 내기를 했다거나, 집단으로 같이 훔쳤다거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고, 처음 있는 일이냐 물으니, 처음에는 이번이 처음이라 하더니, 계속 추궁을 하자 2-3번 정도 했다고 실토를 하더군요. (더 있겠지요... 아마도... ㅡ_ㅡ;) 용돈이 부족하지는 않을텐데 왜 그런 짓을 했냐고 하니, 처음에는 친구가 모험담처럼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했다고 하고, 그 뒤에는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이놈, 상습범입니다. 생각보다 심각하게 생각이 되었습니다. 일단 아이에게 편의점 사장들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너희들이 보기에 물건도 많고 부자처럼 보이겠지만, 그 물건들은 다 빚을 내서 사온 것들이고 그들도 아빠처럼 편의점 회사에 묶여있는 또 다른 형태의 월급쟁이들일 뿐이다. 자영업자라는 그럴듯한 이름은 허울일 뿐이고, 하루 종일 밤낮으로 서서 일을 해도 가족을 먹여살릴 돈을 벌지 못해 자살을 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너는 그런 사람의 물건을 훔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절대로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고 가르친 것이 소용이 없다. 네 행동이 너무나 실망스럽고 가슴이 아프다. 물건을 훔친 네가 첫번째 책임이고, 그 아이를 잘못 가르친 부모도 책임이 있다. 같이 가서 사과를 하고, 그 편의점 사장님께 용서를 빌자. 그러고는 편의점 사장에게 연락을 하고,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밤이 늦은 시간이라, 제 또래 정도 되어보이는 사장님이 마침 가게 마감을 하고 있더군요. 잠시 기다려달라 해서 아이와 함께 참담한 심정으로 기다리는데 잠시 후에 가게에서는 보는 눈이 있으니, 불편하겠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를 하자 하더군요. 편의점 매장 뒤의 창고같은 좁은 공간으로 네명이 들어가서 얘기를 했습니다. 우선 부부가 사장님께 고개숙여 사과를 했습니다. 아이를 잘못 가르쳐서 피해를 입히게 된 것에 진심으로 죄송하다 말씀을 드렸더니 편의점 사장의 하소연이 시작되더군요. 이런 일이 너무 자주 있다고 합니다. 마감을 해보면 물건이 많이 비는데, 카메라를 확인해보면 아이들이 집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어릴 때 생각도 나고 해서 잡아도 타이르고 보내주기도 했는데 그러다보니 쉬운 가게로 아이들에게 소문이 나서 점점 더 심해지더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발생하는 손실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이렇게 물건을 훔쳐가는 아이를 잡아서 부모에게 연락을 하면, 엄마가 혼자 찾아와서 물건값을 던져주거나, 거기에 얼마를 더 얹어서 보상이랍시고 주면서 "돈 줬으니 됐죠~?" 라며 너무나 당당하게 나가는 뒷모습을 보는 것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합니다. 장사를 그만둬야하나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 아이가 물건을 훔친 사실을 알고, CCTV에서 너무나 태연하게 음료수를 꺼내서 품속에 집어 아이의 모습을 보고는 이 아이는 꼭 처벌을 받게 하고 말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찾아가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아빠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하고 엄마가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부모가 모두 찾아와서 사과를 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아이의 행동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지만, 부모를 보니 이 아이가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어떤 보상이라고 원하시는대로 해드리겠다. 학교에 연락해서 아이에게 기록이 남게 되는 것만은 한번 용서를 해주십사 부탁드렸는데, 손사레를 치더군요. 돈이 문제라 아니라는 겁니다. 돈 얼마를 받아서 아이에게 용서 받았다는 마음이 들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잘 가르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만 받고 아이와 함께 다시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가게를 나왔습니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학생 정도되면 부모에게 자신의 생각을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분명히 매를 맞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교훈을 얻었을 거라고 위안을 해 봅니다. 아이는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1개월의 외출 금지를 벌로 받았습니다. 여전히 공부는 못하지만 밝은 표정으로 학교를 잘 다니고 있고, 벌이 끝나서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서 놀고 있고, (전보다는 외출이 줄었습니다. 벌의 효과인것 같기도...ㅎ) 제 요구로 그 편의점을 계속 이용하고 있고 제대로 돈을 내고 물건을 사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훈훈한 마무리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또 어떤 사고를 치게 될지도. 다음에는 어떤 곳에서 사과와 보상을 이야기하게 될지도. 하지만 이 사건으로 저도 한가지 교훈을 얻었네요. 가장 좋은 문제 해결 방법은 '진심'이라는 것...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정말 어렵습니다. 바쁜 아침에 잡설이 길었네요. 이만 총총... 추천:만사여의 추천:roggy 추천: 검정비닐봉지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제제802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형사랑 추천:눈내리는바다 추천:필그림81 추천:쫀치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욜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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