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접해온 배터리 종류 별 에너지 밀도를 봅시다.
종류 |
상업화 연도 |
재충전 |
Wh/kg |
Wh/L |
|---|
납산 |
1881 |
O |
30-40 |
60-75 |
망간 |
1898 |
X |
36 |
92 |
알카라인 |
1949 |
X |
85-190 |
250-434 |
니켈카드뮴 |
1960 |
O |
30 |
100 |
니켈수소 |
1990 |
O |
100 |
401 |
리튬인산철 |
1996 |
O |
90-160 |
333 |
리튬이온-NCM |
2008 |
O |
205 |
580 |
납산배터리는 부품 조달이나 제작의 용이성은 물론이고 재충전 특성, 높은 방전전류 지원 때문에 19세기부터 21세기에 걸쳐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배터리라는 개념의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죠. 19세기 말, 전기차가 자동차의 주류 중 하나였을 때도 썼지만, 지금 나오는 저속 전기차 중에도 단가를 낮추려고 사용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망간 건전지가 개발되면서 소형 휴대장치에 전기를 공급하기가 용이해졌는데, 재충전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밀도와 성능을 높인 알카라인 전지가 뒤를 이었고, 현재 일반 건전지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에너지 밀도는 꽤 준수한 편입니다. 1회용이라는 단점만 없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
그 재충전 문제를 공략한 게 니켈카드뮴(니카드, NiCd) 충전지였죠. 투피 할배님들 어리거나 젊었을 때 충전지로 많이 쓰셨을 겁니다. 망간 건전지의 충전 가능한 대체재 위치를 점하는 성능이 나왔는데, 대표적인 단점은 이른바 "메모리 효과". 방전을 덜 하고 충전하면 제대로 충전이 안 되었죠.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 알카라인 수준으로 밀도가 올라간 게 뒤이어 등장한 니켈수소 충전지입니다. 현재 일반 소형 충전지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 나오기 시작한 게 리튬이온 계열 충전지들입니다. 부피 관점의 밀도에서 니켈수소 대비 탁월할 정도는 아니지만 질량 관점에서는 상당히 우수합니다. 즉, 경량화에 유리하다는 것이죠. 이 효과는 휴대기기의 보급에도 영향을 많이 끼쳤지만 전기차가 장거리 주행이라는 상품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 또한 마련했다고 봅니다. 1990년대 전기차를 보면 납산에서 니켈수소로 넘어가고 있었는데, 2000년대 들어서 리튬이온으로 옮겨가며 같은 무게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고 갈 수 있게 되었던 것이죠.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용 기기는 성능을 올리면서도 전력 효율을 최적화시켜서 작은 배터리를 가지고도 더 빠른 신제품을 계속 내놓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배터리의 발전이 휴대폰 관련 소자의 발전만큼 빠르지 않아도 큰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전기차는 상황이 다릅니다. 주행용 모터에서 대부분의 전력을 쓰게 마련인데, 이게 이미 현재 극대화된 상태입니다. 제가 타는 볼트EV만 해도 최대 효율이 97%입니다. 현재의 패러다임에서는 배터리의 밀도를 극대화 하는 게 주요 해법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게 과연 얼마나 유효한 전략일까 다소 의문이 드는 점이 있습니다. 밀도를 올린다는 건 어쨌든 많은 에너지를 싣고 가겠다는 뜻인데, 그걸 단시간에 충전하려면 충전 전력이 어마어마해지기 때문입니다. 요즘 건설되고 있는 초급속 충전소의 350kW라는 수치는 소형 아파트 한 동이 끌어쓰는 만만치 않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모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을 바꿔서 전력소비를 줄여보려는 이런 시도에 눈길이 갑니다. 휴대폰처럼 기왕이면 전기 덜 먹고 오래 가는 게 좋으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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