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책읽기만 열심히 하면 되느냐?”는 질문에...감히 답을 드리자면 “만만의 콩떡이올시다. 아니오, 결코, 책읽기로 국어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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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말인고하니...그저 만화책이든, 글밥책이든 자기 스스로 찾아서 알아서 무한히 많이 보는 아이 같아도....독해력, 이해력, 그리고 결정적으로 문장 창작력이...현.저.히. 떨어지는 아이들을 상당히 많이;;;; 정말 제법 목격했습니다.

언듯 한 번 쓱 보고 책 좀 보나 보다가 아니라...거의 4년을 매주 본 아이가 있어요. 독서량 상당하고, 엄청 차분하게 책 좋아하고 아는 것도 많습니다. 실제로 아이큐도 높은 똑똑한 아이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글쓰기장을 보고 기함을 했네요. 모 독서클럽인지 독서모임인지를 2년 넘게 한 아이입니다. 글짓기 어느정도 기본은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기초의 구멍은 심각했습니다. 이 아이 진짜 다른 학습력 매우 높고 똑똑한 아이입니다. 수학머리도 있고 근성도 착실하고 성실한데다 암기력도 좋습니다. 그런데 글쓰기 수준이 자기 학년 아래로 2년은 아래인 것으로 보입니다. 공부머리는 있는 아이인데 문장력의 힘이 전혀 길러지지 못한 것이지요. 그동안 글쓰기를 강조하지 않은 담임만을 골라 만나왔다면 고학년 될 때까지 글짓기의 문제가 표면 위로 드러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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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한 상황의 아이들도 많을 줄 압니다. “학습력 좋고 독서량도 좋은 아인데 글짓기가 왜 안 늘죠? 왜 국어시험은 못 보죠? 왜 문장 쓰기가 이상하죠?” 하시는 분들의 아이...혹시 지금 소리 내어 책 읽기를 시켜보십시오.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의 구분을 제대로 호흡하고 끊어낼 줄 아는지, 어떤 단어와 어떤 주부, 술부를 강조해서 읽어낼 줄 아는 지 냉정하게 보십시오. (엄마가 리~얼하게 읽어주는 거 말고,,, 아이 스스로 그렇게 읽어낼 수 있느냐의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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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저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원인은.....아이가 정독을 못했거나 할 줄 모릅니다. 정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 판별법 중에 가장 쉬운 것이 "성독" 즉, 소리 내어 읽혀보는 겁니다.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의 구분을 제대로 호흡하고 끊어낼 줄 아는지, 어떤 단어와 어떤 주부, 술부를 강조해서 읽어낼 줄 아는 지의 유무에 따라...글짓기 실력도 상당히 비례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나름 똑똑한데 글짓기가 심각한 아이...몇 년을 문장 읽는 걸 옆에서 봤는데, 변함없이 "대충, 맛없게, 희미하게" 흐리게 웅얼웅얼 읽습니다. 띄어 읽기, 문장과 문장 사이의 호흡, 감정 표현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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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량에 비해 공부 잘하는 아이, 또는 글짓기 잘 하는 아이에게 짧은 동화책을 읽어보라 시켜보십시오. 분명히 글짓기 실력이 있다고 인정받은 아이들에 한해서요,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의외로 독서량이 적은 아이를 골라 시켜보십시오. 아마도 결과는... 어머머, 이 아이 연기를 해도 되겠다~ 하실 겁니다. 따박따박, 속도와 강조점까지 아이 스스로 문장을 읽으며 바로바로 찾습니다. 그만큼 성독을 "제대로" 할 줄 압니다. 저학년때 선생님이 소리 내어 읽기를 굳이 숙제로 귀찮게 내주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눈으로, 속으로 쫘르르 빨리 3번 연속 읽는 것보다...제대로 흥 살려서, 분위기 살려서 한 번 읽어보는게 표현력 키우기에는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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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으시겠다면 오늘부터 잠드시기 전에 시낭독을 매일 한 두 장씩 소리 내어 읽기를 딱 두 달 해 보신 후, 감히 '시'라는 걸 직접 써보십시오. 놀라운 경험을 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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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 물론 이 또한 중요합니다. 언제고 성대 망가질 때까지 목청껏~ 연기할 순 없지요. 그러나, 이렇게 읽을 줄 아는 아이하고 전혀 모르는 아이하고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거, 그리고 이렇게 읽을 줄 아는 놈은 이제 묵독과 다독으로 넘어가 줘야 '대박 실력'으로 이어진다는 거, 그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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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질문으로 와서 책읽기만 열심히 하면 국어는 다 되느냐? 아닙니다.

그러나, 책읽기를 "제대로" 하면 국어는 진짜 잘 할 수 있습니다. (완성의 정의는 며느리도 모르는 겁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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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제 말 믿어 주셔도 됩니다. 대학에서 미술 대학 전공 학생들 논술지도 했습니다. 글쓰기와 독해력은 노력하면, 반드시 실력이 성장합니다. 20살 넘은 성인도 1년이면 놀랄 만큼 글쓰기 실력 늘어나는 걸 경험했습니다. (영어 또한...이와 다름이 없겠죠. 소리 내어 "실감 나게" 읽기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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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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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가 읽는데 중간에 엄마가 탁 끊고 지적질 들어가면 위축감 들겠지요? 책 전부를 다 읽어보라든가, 긴 지문을 주고 읽게 하시면 안되구요 짧은 글, 짧은 분량으로 시작하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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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 읽은 후 고칠 점을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그래, 와 우리 애기 잘 읽었네~ 그럼 엄마도 질 수 없지. 나도 한 번 해 볼까? 너 보다 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너스레 떨면서 전도연이 되셔서 혼신의 힘으로 낭독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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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이가 오히려 엄마의 연기를 비웃을지도 몰라요;;; 놀아주세요. 학습이 아닌 놀이처럼..최대한 재미진 분위기 조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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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이가 엄마 하는 걸 들으며 웃었다면, 빙고.."어, 웃었지? 음. 아무래도 니가 더 잘할 수 있는 모양인데? 그럼 이번에 니가 다시 한 번 해봐. 엄마보다 잘하나 보자!" (배틀 시작~) 아이가 부끄러워 하거나 짜증나는 표정이다..싶으시면, 살짝 웃어주시고 다른 지문 하나를 엄마가 읽어주세요. 그리고 오늘은 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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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음 날, 다시 시작합니다. 매일 조금씩, 아이가 짜증나지 않을 정도로만...내용 이어지는 동화책도 좋지만, 전 동시 권합니다. 나이가 좀 있는 아이라면 한국명시 중 짧은 것 한 두편 좋습니다. 번역된 시보다 우리말 고운 시. 많아요. 아...권정생 시집 강추해요. 사투리 버전의 시를 찰지게 함 낭독해보세요. 디게 웃깁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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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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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집을 매일 2페이지씩..분량이 짧은 것도 있으니 한 5분에서 10분 미만으로 ... 느낌 살려서 한 달 읽혀 보시고 아이에게 구체적인 제목 (가령, 봄꽃. 바람. 생명.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 등)을 제시하시고 시를 써보라 시켜보십시오. (그냥 써봐~라고 요구하시면;;;; 아이가 온 몸을 뒤틀겁니다요)

이렇게 하는 이유 중 하나가...아이의 성격, 기질의 개선도 있습니다. 대게 (물론 다는 아니겠고) 글쓰기가 무미건조하고 밍밍한 아이들은 소극적이거나 내성적인 경향들이 보였습니다. 즉 자기 감정을 타인에게 솔직하게 전달하고 알리는데 적극적이지 않다 보니, 하다못해 일기장에 오늘 나의 "기분과 감정"을 쓰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경우를 봤어요. 일단 그 낯설음을 깨야 합니다. 낯가지러운 "시 쓰기"가 소위 오그라드는 면이 있는데 이를 씩씩하게 해내기 시작하면, 감정을 밝히는 데 조금 자신감을 가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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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번째 방법으로는 아이가 직접 적은 시, 학교에서 쓴 글짓기(일기든 무엇이든)를 직접 소리내서 읽어보게 합니다. 이 방법은 제가 대학생들에게 실시해봤는데 효과를 봤네요. 과제로 쓰게 한 자신의 글을 소리내서 읽게 합니다. 소리내서 읽다보면 의외로 자신의 문장이 어디가 이상한지 확 감을 잡게 됩니다. 분명 쓸 때는 주어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소리내서 문장으로 "말"을 해 보니 뭐가 안 맞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본인들도 "어 내가 왜 이렇게 썼지?"하며 웃더라구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 때문에 계속 단답형의 축약형의 짧은 메세지를 써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쓰겠죠. 긴 문장 쓰기는 더욱 더 고역일 겁니다. 자신이 길게 글을 써 본 적도 없고,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은 더더욱 안 해 봤겠죠. 자꾸 쓰게 하시고 (기본적으로 글이란 자꾸 써봐야 늘어요), 읽게 하세요.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