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글들을 퍼옵니다. 돕기방 이름으로 올려진 글들입니다.
꼼꼼히 읽어보시면 진실은 거의 다 나와 있습니다. 이 글 두 개만 읽어보셔도 사건이 어떻게 된 것인지를 이해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처음 오시는 분들에겐 중요한 자료가 될 듯합니다.
2002/7/9 먼저 1심 선고 이후 지금까지의 경과를 알려드립니다
이제야 그간의 경과를 전하게 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진작 소식을 알려드리지 못한 것은, 밖에서 진행되는 여러 일들과 이야기들이 사건 당사자인 은성이의 상황과 태도에 미치는 심리적 부담을 고려하여 되도록 조용하게 진행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민감한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셔서 양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야기가 많이 쌓여서 먼저 1심 선고 뒤의 경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1심 선고가 나기까지 저희들은 재판은 법정과 변호사의 소관이며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오직 선의를 가지고 아이들을 지켜보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 입장이 문제거리가 되었음을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와 관련해 게시판에서 논란이 되었던 몇 가지 사안에 대한 저희들의 견해와 판단은 따로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경과는 그야말로 경과로서 그 뒤에 있는 저희들의 생각이나 판단에 대해선 쟁점이 된 사안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 함께 자세히 밝히겠습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와의 협의
1. 인터넷에서 정민의 글을 접하고 난 뒤 이 방을 만들면서 저희들은, 이미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어 은성이를 맡아줄 변호사를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저희들이 변호사를 선임한 것은 아니고 임동언 변호사께서 부정부패추방 시민연합측에서 보내준 정민의 글을 읽고 변론을 자원해주셨던 것은 이미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저희는 임동언 변호사가 선임된 직후, 천주교 인권위원회가 이미 작년말부터 이 사건을 상당히 깊숙이 검토한 바 있다는 사실을 어떤 경로로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만약 사전에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저희는 인권위에다 도움을 요청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판을 코앞에 두고 다급하게 변호인을 찾던 중이었고, 은성이가 새로 나선 임변호사를 선임하기로 한 사실이 고무적이라고 생각했기에 인권위원회가 어떤 경로로, 어느 정도까지 사건을 검토하고, 또 왜 선임을 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선고가 있기 얼마 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은수씨와 은성양 친구들이 인권위와 여러 번 만났고, 정민이가 인터넷에 글을 띄운 것은 인권위가 사건을 맡을 의사 아래 준비를 하고 있던 중에 일어난 일이었으며, 그 글로 인하여 임변호사님이 변론 의사를 밝히셨고, 이에 강은수씨가 임변호사를 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이 만들어진 초기에 강은수씨는 자신이 접촉한 여러 사람과 단체에 대한 정보를 저희에게 메일로 알려주었습니다만, 간단히만 언급해 놓았을 뿐 저희들이 나중에 인권위로부터 확인한 바와 같이 특별히 깊숙히 논의를 했다는 언급은 없었습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의 저간의 활동과 역량을 알고 있는 저희로서는 그러한 정보가 저희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1심 판결이 난 후 인권위와 만나서 그간의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고 항소심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임동언 변호사님께는 사전에 만나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였습니다.
2. 5월 6일 인권위 사무국장님과 천주교 사회교정사목(교도소 내의 재소자들을 상대로 한 사목)을 담당하고 계신 이영우 신부님, 그리고 박영호 신부님 세 분이 만나셨고, 이어서 고요한님과 인권위 사무국장님이 만나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 두 번의 만남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인권위와 저희는 거의 견해를 같이 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인권위가 애초에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인천교도소의 어떤 교도관이 요청을 해 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톨릭 신자인 그 교도관은 은성양이 엄마 살해 부분에 대해선 정말 죄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권위측에다 검토를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권위에서는 교정사목을 담당하시는 이영우 신부님께 은성양을 접견해 주실 것을 요청했고, 이어서 사무국장님도 신부님과 함께 은성양을 접견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독자적으로 사건을 검토하고 있던 중에, 변호인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던 강은수씨와도 접촉을 하게 되었고, 여러 가지 자료도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집을 나온 정민이가 천주교 쉼터로 갈 수 있게 주선한 것도 인권위와 이영우 신부님이었습니다.
당시 인권위는 몇 번의 접견 끝에 은성이에게 자신의 심경을 밝히는 편지를 써서 인권위로 보내라는 말을 해 놓은 상태였고, 은성이는 그러겠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인권위는 김형태 변호사님께 사건 검토를 의뢰해, 변호사님이 여러 가지 기록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편지를 기다리는 중에 새로 변호사가 나타났고 은성이가 임변호사를 선임함으로써 인권위는 그대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한편, 이때의 만남에서 저희들은 이미 사건을 검토하셨던 김형태 변호사님께 항소심을 맡아주실 것을 요청하기로 하고 박영호 신부, 윤정모, 노혜경, 고요한 명의로 된 요청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강은수씨와 은성양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
1. 여러 번의 의견 교환을 거친 끝에 5월 24일 인권위 사무국장님, 윤정모 선생님, 고요한님이 함께 김형태 변호사님을 만났습니다. 변론을 요청하는 요청서를 전해 드리고 사건에 관한 의견도 나누었습니다.
김변호사님은 저희와 만나기 전 이미 은성이와 이민석씨를 접견하고 온 상태였습니다. 변호사님은 은성이에게 사건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의문점을 묻고, 변호사님의 생각을 말해주었다고 합니다. "재판부를 납득시키기 위해선 먼저 변호사인 나를 납득시켜야 하는데, 지금의 진술로는 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고, 특히 은성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발언이 모두 이민석씨에게서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서를 다시 읽어 볼 것을 권했고, 그런 다음 은성이의 생각과 바라는 바를 변호사님께 편지로 알려달라고 하였답니다. 은성이는 그러겠다고 동의했습니다.
변호사님의 견해도 저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강의 요지만 정리하면 "이민석씨를 아이들이 주장하는 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서원장 살해 건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이 사건 전체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과 연결되는데, 서원장 살해 건에 대한 은성의 진술은 아직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강은수씨가 그간 보인 행동으로 보아 강은수씨는 단순히 은성의 구명을 호소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은성양의 태도, 그리고 재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변호사님은 "은성이는 '이민석 선생과 우리들은 선, 서원장과 가족들은 악'이라는 식으로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 구도를 깨지 않으면 변론을 위한 최소한의 토대도 얻기 힘들다."는 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즉 "은성이를 돕기 위해선 은성이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은성이를 돕기 위해선 은성이와 싸워야 하는 상황"은 1심 때부터도 가장 근본적인 난제였습니다. 변호사님은 그 문제를 풀지 못하면 항소심에서 어떤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하셨고, 저희들이 그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고민 끝에 그날 모인 저희들은 비록 은성이의 저항에 부딪치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심 재판과정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기를 바란 것이 무리였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강은수씨와 은성양에게 직접 사건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밝히고 설득을 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 동안 저희들은 강은수씨가 은성이에게 미치는 영향, 또 그것이 재판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은수씨에게 저희들의 견해와 판단을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으려고 애써 왔습니다. 재판은 변호사님께서 맡기고 은수씨와 다른 친구들은 자신의 문제들을 돌보도록 하라는 식의 간접적인 견해만을 말해왔지만, 이제 시간적 여유나 은성이에게 주어진 기회의 희박함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은 은성이나 강은수씨가 스스로 깨우치기를 바랄 수 없게 된 때문이었습니다.
2. 5월 30일 고요한님이 돕기방을 대표하여 강은수씨를 만났습니다. 사건의 성격과 변론의 방향에 관한 저희들의 생각을 말해 준 뒤, "은성이가 가장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 은수씨이니 은수씨가 생각을 바꾸어서 은성이를 설득해 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이날의 만남은 저희가 우려했던 여러 가지 상황 중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결론이 나고 말았습니다.
은수씨는 자신은 결코 자신의 생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은성이의 의지를 자신이 대리하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은수씨는, 은성이를 접견했더니 은성이가 "교도소측에 조서를 요청해 놓긴 했으나 '보내줄지 여부는 모르겠다'고 했다. 편지로 쓰면 전달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내 말을 대신 전해 달라"며 변호사님께 전할 말을 불러주었다고 하면서, "부르는 그대로만 받아 적어 온 것"이라며 공책에 적어온 은성이의 말을 낭독했습니다. 요지는 이러했습니다. "제가 살기 위해선 이민석 선생을 공격해야 한다는 변호사님의 말씀을 이해합니다. 이제 저는 민변에다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이민석 선생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살기 위해서입니다."
사실상 김변호사님의 변호를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은수씨는 은성이의 부탁을 받고 썼다며 민변에 보내는 7장 짜리 요청서를 내놓았습니다. 요청서의 내용은 약간 달라진 부분이 몇 군데 있긴 했으나('검찰이 사건 초기 수사를 잘못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커넥션을 맺고 변론까지 방해하고 있다', '이 사건은 시국 사건이다' 등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대체로 지금까지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은수씨를 설득하기 위해 만난 자리였으나 은수씨는 오히려 저희를 설득하려 들었고, 결국 만남은 냉랭한 분위기로 끝났습니다. 그날 고요한님은 은수씨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도 했습니다. 임변호사님이 선임계를 내신 직후부터 저희들은 상당히 여러 차례 "이젠 변호사가 선임되었으니 은수씨는 이제 은성이의 대리인으로 발언하는 것을 멈추고, 여러 가지 비난을 받고 있는 관련자로서, 한 개인으로서, 스스로를 변호하라"고 간곡히 말했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은수씨는 그후로도 은성이의 대리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은성이가 변호인한테 직접 발언하면 되는데, 왜 은수씨가 이렇게 대변을 하느냐. 은성이가 그럴 능력이 없느냐. 은수씨가 지금에 와서도 계속 은성이 대변인 노릇을 해야만 할 사유가 있으면 말해 보라."고까지 했으나 은수씨는 "은성이가 원하면 그만두겠다"고만 말했습니다.
은수씨는 고요한님을 만나러 오기 전에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은성이의 전언이라며 변호사님께도 예의 그 공책에 적힌 말을 낭독했으며, 민변에 보내는 요청서도 팩스로 보냈다고 합니다. 또한 민변의 다른 변호사분들께도 요청서를 팩스로 발송했으며, 예전에 도움을 요청했던 분들께도 전화를 걸어 다시 도움을 요청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고요한님과 만난 다음날, 은수씨는 노혜경 선생과 고요한님에게 "은성이를 돕는 것은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며, 두 분이 사실상 아무 것도 돕지 못한 상황에서 나더러 손을 떼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 뒤 인권위 사무국장님이 다시 은수씨를 만났으나 역시 설득에는 실패했습니다.
은수씨의 태도나 상황 판단에 관련해서는 우려할 만한 여러 가지 징후가 있습니다만, 이 점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3. 이영우 신부님을 통해 교도소 측에 특별접견을 신청하여 6월 4일 이영우 신부님, 인권위 사묵국장님, 박영호 신부님, 노혜경 선생, 고요한님이 은성이를 1시간 동안 접견하였습니다. 1심 때에도 특별접견을 여러 차례 요청하였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말미암아 성사되지 못하였고, 은수씨의 지속적인 접견과 이미 사건 이전에 쌓여진 그들만의 결속이 대단히 단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모친살해라는 혐의가 인정된 점, 그리고 무기징역이라는 형량에 대한 충격 등등을 고려할 때 은성이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우선, 과연 은성이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려 하였습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민변 소속인 데다 법조인으로서의 신망이나 능력의 면에서 그보다 나은 변호사를 구하기가 힘든 분이라 할 수 있는 김형태 변호사님과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시점에, 민변에다 그런 요청서를 보내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또 이번의 기회를 놓치면 이제는 법정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득하려 하였습니다.
김변호사님과의 대화가 마무리되기 전에 그런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민변에 요청서를 보낸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은성이는 "나는 여기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변호사를 만나는 것 외엔 어떤 선택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이민석씨와의 공동변호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선 "이해관계가 동일할 경우엔 공범이라도 한 변호사가 공동변호를 할 수 있다고 들었다. 나와 이민석 선생은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검찰의 조작"이라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은성이는 이번에 다시 검찰을 고소해 놓은 상태입니다.)
시간에 쫒겨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저희들이 설득한 요지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변호사가 사건에 대해 너 자신과 의견을 달리한다고 해서 변호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면 우리로선 너를 도울 길이 없다. 이민석씨를 위해서라도 공동변론은 바람직하지 않다. 네가 주장하듯 이민석씨가 억울하다면, 진정으로 너의 선생님이 명예를 회복하려면 따로 변론하는 게 오히려 떳떳하지 않느냐. 그리고 변호인이 선임되면 재판에 관한 한 변호인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너 자신의 생각은 접견을 통해서건 편지를 통해서건 네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밝히고 전달하길 바란다."
4. 6월 10일에는 박영호 신부님이 정민이와 함께 다시 한번 은성이를 특별접견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현재 은성이가 본인이 상상하듯 민변이나 그 밖의 인권변호사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처지가 아니라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김변호사님의 변론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말씀을 다시 한 번 하셨습니다.
김형태 변호사님의 최종 결정
1. 박영호 신부님과 정민이가 접견을 하고 난 며칠 뒤 김형태 변호사님이 다시 은성이를 접견하셨습니다. 이날 변호사님은 사건에 관한 변호사님의 견해를 보다 분명하게 밝히고, 은성이의 생각을 확인하였다고 합니다. 변호사님이 은성이에게 피력한 견해는 간단히 요약하자면 "서원장이 다 잘못했고 이민석씨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식의 구도에 동의할 수 없다.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너는 그 사이에서 볼모로 희생된 측면이 있다고 보여진다"는 것입니다. 은성이는 변호사님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부드러워지고, 변호사님이 사건을 맡아줄 것을 바라는 마음도 밝혔지만, 그러나 변호사님을 안심시키는 데는 역시 실패하였습니다. 태도는 좋아졌지만 사건에 대한 주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때 변호사님은 은성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 뒤, 다시 한번 접견을 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나지 않아 6월 17일 이영우 신부님과 인권위 사무국장님이 변호사님 대신 은성이를 접견했습니다. 사무국장님 역시 은성이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였으나, 변호사님은 결정을 내리시는 데 큰 부담을 느끼시는 듯했습니다. 한번 더 은성일 만나 보겠으며, 만약 공판 예정일인 21일 전에 결정을 못 내리시면 국선 변호인한테 연락해 일단 재판을 연기하겠노라고 하셨습니다.
법정에서 변론을 진행할 사람은 변호인이고, 변론에 따른 여러 부담을 궁극적으로 책임지는 사람도 변호인이어서 수임 여부는 결국 변호인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복잡하고 무겁고 부담이 큰 사건의 경우엔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맡아 주셨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자꾸 간청을 드리는 것은 변호사님께 지나친 부담을 드리는 행동 같아서 저희는 더 이상의 간청은 드리지 않고 변호사님의 결정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2. 6월 27일 변호사님은 수임이 어렵다는 최종 결정을 알려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서원장 살해 건에 대한 피고인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100 퍼센트 확신(변론을 하기 위해선 이러한 확신이 절대불가결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하기 어렵다는 것이었고, 주변의 변호사들도 많이 만류를 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은수씨가 민변에 보낸 장문의 요청서는 도움은커녕 오히려 해가 되었음을 밝혀 두어야겠습니다.
변호인을 선임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
1. 김변호사님은 수임을 포기하시면서 저희에게 다른 변호사 한 분을 추천하셨습니다.
강은수씨의 맹렬한 노력 덕분에 변호사들, 특히 공익적 변론활동에 관심을 가진 변호사들 내에선 이 사건을 모르는 변호사가 없다시피 하고, '여성의 전화'가 위촉한 변호사 해임 건, 그리고 김변호사님마저 수임을 포기함으로써 이젠 공익적 변호활동의 일환으로 이 사건을 검토할 변호사를 얻기란 전혀 무망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그저 '하나의 사건'으로서 이 사건을 맡을 변호사를 추천하신 것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분이 백지 상태에서 사건을 보는 게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한다"는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이번에는 수임료가 큰 문제였습니다. 두 건의 살인이 일어난 사건, 게다가 항소심......통상의 사건보다 수임료가 높을 수밖에 없는 사건입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저희는 은성이 아버님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전에 밝힌 바와 같이 노혜경 선생과 고요한님이 은성이 아버님을 한번 만난 적이 있고, 1심 끝난 뒤에 아버님이 매우 화가 나서 저희에게 전화를 해 왔으며, 이후 여러 차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상황을 전해들은 아버님께서는 그러면 수임료를 자신이 내겠다고 제안하셨습니다.
지금도 은성이는 아버지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며 극단적인 불신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의 도움을 은성이가 받아들일 리가 만무하기 때문에 저희들로서는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간 아버지와 전화로 이야기를 주고받은 바에 따르면, 적어도 아버지가 은성이를 도우려 한다는 사실을 저희는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은성이 아버지는 초기와는 달리 이제는 은성이가 엄마를 살해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변론 방향에 대해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변호사와 의견을 교환할 수 있으므로 만에 하나 변론이 은성이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국선 변호사에게 의지하는 것보다는 무리가 따르더라도 그 방법이 더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지금 은성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 살해에 대한 혐의을 벗는 것, 혹은 형량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 재판이 7월 5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만큼 급하게 연락을 취해 7월 2일 이영우 신부님과 박영호 신부님 두 분이 은성이를 특별접견 했습니다.(지난번 저희들 다섯 명과의 특별 접견 때 시간을 초과하며 사건에 관련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였다는 이유로 신부님 이외의 일반인은 접견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3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은성이의 반응은 예상대로 완강한 거부였습니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지만 박영호 신부님은 "그래도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하셨고, 은성이의 답변을 듣기 위해 고요한님이 4일날 접견을 갔습니다. 그러나 은성이는 접견을 거부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3. 7월 5일 김형태 변호사님이 추천하신 변호사가 은성일 접견하였고, 그날의 접견을 통해 은수씨쪽에서 다른 변호사를 구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은성이는 그 변호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그분을 만나본 다음에 찾아간 변호사의 선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7일날, 김형태 변호사님이 추천한 변호사가 은수씨쪽에서 구한 변호사를 만나기로 했다고 해서, 인권위와 저희들은 그 자리에 참석할지 여부를 논의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이민석씨만 맡고 은성이 변론은 따로 할 수 있도록 부탁해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은성이가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며, 따라서 변호사 설득보다는 은성이를 먼저 설득하는 것이 순서라는 의견이 우세해서 그 자리에 참석하지는 않았습니다. 7일날 확인한 결과, 은수씨가 선임을 요청한 그 변호사는 공동 변론을 포기할 뜻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그간의 노력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나 버리고 결국 은성이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게 되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재판과 관련하여 저희들이 은성이를 돕기 위해 어떤 노력을 더 할 수 있을지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1심 선고까지 저희들이 내린 판단과 취한 행동, 1심 변론이 강은수씨가 의도한 바대로 진행되었다는 비판과 저희들이 강은수에게 이용당했다는 비판, 강은수씨의 의도와 역할에 대한 의구심 등등에 대해선 곧 정리해서 저희들의 생각을 밝히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은수씨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만일 이 사건이 실제로 살인이 벌어져서 재판진행중인 사건이 아니라 단순히 한 과외교사를 둘러싼 작은 지역내의 분란이라면, 저희들이 관심을 가질 이유도, 계기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한 사람이 죽었으며, 그 살인의 범인으로 지목되고 자백까지 한 소녀가 자신의 엄마를 살해했다는 혐의까지 함께 쓰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그 소녀의 주장대로 엄마를 살해했다는 누명이 학원장을 살해하는 데로 이어진 비극적 사건이라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실제로 엄마를 살해하지 않았음을 인정받는 일일 것입니다.
감옥 안에 있어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고 판단력이 흐려졌을 것으로 보이는 은성이는 그렇다치고, 강은수씨는 은성이가 엄마살해를 하지 않았음을 확신한다면 그 누명을 벗기는 일이 이 재판에서 이민석씨나 자신의 명예회복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민석씨와 제자들의 명예회복은 재판정에서가 아니라 사실이 무엇인가가 다 드러난 다음에 다른 경로로 해야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은수씨에게 호소합니다. 은성이에게 저희들이 추천하는 변호사를 받아들이라고 설득해 주기를 부탁합니다. 은성이에게는 저질러진 범죄 행위에 대해 법률적 판단과 증거에 의지하여 도움을 줄 변호사가 급한 것이지, 사건을 둘러싼 정황에 대한 해석과 주장이 급한 것이 아닙니다. 은수씨의 지금까지의 노력이 진정으로 은성이를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이번에야말로 은성이를 설득해야 합니다. 은수씨가 끝까지 이 책임을 은성이에게 미루면서 사건의 배후에 숨으려 한다면, 은수씨는 이민석과 더불어 법적 책임은 면할지라도 도의적 책임을 결코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이처럼 뒤늦게 그간의 경과를 밝히게 된 것은 게시판이 바람직하지 모습으로 과열되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보태는 것은 소모적인 논란만 가중될 뿐 은성이에게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항소심 변호인 선임이 기대했던 대로 잘 마무리되면 조금은 밝은 기분으로 그간의 경과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뜻한 바대로 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늦었지만 약속드렸던 대로 1심 경과와 쟁점이 된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저희들의 견해를 밝힙니다.
1심 선고까지의 경과
1. 정민이의 호소문을 접한 노혜경님이 정민이의 행방을 찾기 위해 강은수씨와 연락을 취한 경위에 대해선 게시판이 열린 초기에 노혜경님이 자세히 밝혀놓은 바와 같습니다. 정민이를 찾은 이후 돕기방에서는 정민이의 거취와 변호사 선임 이 두 가지가 돕기방이 도울 수 있는 모든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정민이는 박영호 신부님께서 맡으시기로 하고 다른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경로로 변호사를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임동언 변호사가 변호를 자원하고 나섰으며 은성이가 임변호사를 신임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변호사를 찾으려는 노력을 중단하고 2월 20일 윤정모님과 고요한님이 처음으로 강은수씨를 만났습니다. 그간 관련 자료를 읽고 저희가 좀더 자세히 확인해 보고 싶었던 사항들을 강은수씨로부터 듣고자 했으나 그날은 아무 이야기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강은수씨가, 그간 잠을 제대로 못 잔 데다 저희를 만나러 오기 전에도 기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왔다며 매우 힘들어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저희와 만난 두 시간 뒤에 임변호사와 만나기로 되어 있다고 해서 안쓰러운 마음에 잠만 한 시간 재워서 보냈습니다. 때문에 이날은 의례적인 인사 외에는 사건과 관련한 어떤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습니다.
2. 일주일 뒤인 2월 27일 윤정모님과 고요한님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임동언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강은수씨와 유경아씨도 왔었고, 사무실에서의 이야기가 끝난 뒤 저녁을 먹을 때 이시진님이 뒤늦게 합류했습니다.
이날 윤정모님과 고요한님은 돕기방을 대표해서 네 가지 문제를 변호사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우선 돕기방이 은성이를 돕자고 나서게 된 동기와 경위를 말씀드렸고, 두 번째로 수임료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지금 은성이의 처지로는 수임료를 내기가 불가능한데 일부에서는 모금이라도 하자는 이야기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더니 다중으로부터 모금을 하는 방식은 부담스럽다고 답하셨습니다. "나중에 좋은 결과가 나와서 그때 돈 많은 누군가가 수고했다고 주면 받겠다"고 농담처럼 말씀하셨는데, 저희는 무료 변론 의사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심리 분석 또는 치료의 필요성을 말씀드렸습니다. 존속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어린 학생이니만큼, 혐의가 사실이든 아니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여러 변호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사실도 불안정의 표지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은성이가 있었던 사실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 진실에 접근하는 가장 빠른 길인데, 그러기 위해선 일단 은성이가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필요하며, 은성이의 상태에 대한 전문가의 소견이 재판 진행에 보탬이 되지 않겠는가' 하고 건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은성이가 심리적 안정을 찾고, 은성이로 하여금 사실을 그대로 말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된다고 판단되면 저희들과의 특별접견을 좀 신청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론 활동 중에 혹시 저희들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여기에 대해 변호사님은 심리분석은 어머니 살해의 진상 여부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 부분이 좀더 명확해진 다음 신청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으며, 특히 이 사건이 지나치게 여론화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검찰이나 재판부를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삼가해 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3. 공판이 재개된 후인 3월 17일 노혜경님이 부산에서 상경하여 고요한님과 함께 임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그 사이에 여러 가지 경로로 사건이나 관련자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접했기 때문에 이때의 만남에서는 사건과 변론 진행 방향, 특히 이민석씨와 강은수씨, 그들과 은성이의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실로 볼 때 이민석씨와 은수씨가 은성이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은수씨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최소한 실리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여러 가지 의혹을 받고 있는 은수씨로 하여금 은성이를 대변하게 해서 은성이에게 도움될 것이 전혀 없다고 본다. 은성이를 은수씨로부터도 떼놓을 필요가 있는데, 그게 은성이의 반발을 부를 수 있으므로 좀 자연스럽고 표나지 않는 방법으로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심리분석을 위해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은 은성이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부가적으로 은수씨로부터 떼놓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저희의 생각에 변호사님은 전적으로 동감을 표하셨고, "이 사건은 법리적으로는 사실은 대단히 간단한 사건"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즉 서원장 살해건은 목격자와 증언이 있기 때문에 은성이가 뭐라고 주장을 하건 증거에 입각해 판결이 나야 하며, 엄마 살해 건은 정황 증거 외에는 직접 증거가 하나도 없으므로 그 부분을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4. 이후 임변호사가 은성이를 접견할 때(3∼4회)마다 고요한님이 변호사님을 만나 대강의 내용을 전해듣고 의견을 나누었으며, 공판이 있는 날에는 공판이 끝난 뒤 다른 분들과 함께 변호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이 오해하시는 것처럼 강은수씨를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은 한번도 없으며, 다만 지난번 고요한님이 밝혔듯이 공판 끝난 뒤에 자리를 같이 한 적이 한 번 있을 뿐입니다.
저희들은 임변호사님을 만날 때, 은성이의 진술 내용이나 태도에서 의문이 나는 점, 꼭 확인해야 할 점 등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그에 대한 저희들의 견해를 말씀드렸습니다만 매우 조심스런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변호인의 판단이나 변론방향에 간섭하는 것으로 비춰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저희의 입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공동변호와 1심 변론 방향에 대하여
1. 이민석씨와 은성이를 공동변호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은성이의 의사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3월 8일 임변호사가 선임된 후의 첫 공판이 끝난 뒤, 여러 사람이 함께 한 자리에서 임변호사는 "공동변호는 문제가 있다. 적절한 시기에 해결을 할 것이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즉 공동변호의 문제점은 변호인 자신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끝까지 공동변호를 하게 된 데 대해 임변호사는 나중에 이렇게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민석씨의 변호를 그만두면 재판이 또 중단되게 되는데, 시간이 얼마 없는 상황에서 재판이 중단되는 걸 무릅쓰면서까지 그렇게 할 실익이 없었다." 사실 임변호사는 이민석씨와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약 5분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왜 은성이가 엄마를 죽였다는 말을 당신에게 했다고 진술했느냐?"고 물었던 게 거의 유일했다고 합니다.(이민석씨의 대답은 법정에서의 대답과 동일했습니다.) 즉 임변호사는 이민석씨를 실질적으로 변론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은성이와의 신뢰 관계를 위해 공동변호를 맡았다는 것인데, 임변호사와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어본 고요한님이 누구보다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가족분들은 임변호사가 강은수와 유착되어 이민석에게 유리하게 변론했다고 의심하셨지만, 그것은 절대로 그렇지 않음을 말씀드립니다. 임변호사께 정민이 호소문을 팩스로 보낸 부추련의 당사자 및 대표도 직접 만나보았거니와 결과만을 놓고 임변호사의 애초 선의를 의심하는 것은 유감스런 일입니다.
2. 그러나 아시다시피 1심 진행 상황과 선고 결과는 저희의 기대와 어긋났습니다. 저희들은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을 임변호사가 '이 사건의 근본적인 난제', 즉 "은성이를 돕기 위해서는 은성이와 싸워야 하는 문제"를 처리한 방식에 있다고 봅니다. 저희들이 보기에 임변호사는 그 문제를 은성이와 싸우지 않고 해결하려 하였습니다. 즉 서원장 살해 건은 은성이가 뭐라고 주장을 하건 증거에 의해 판결이 날 것이고, 법정에서의 증언을 듣고 은성이가 사태를 파악해 줄 것을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엄마 살해 건은 직접 증거가 전혀 없이 번복된 자백만 있는 상태이므로 법리적으로 그 부분을 파고들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은성이의 진술을 토대로 변호사님 입장에서 사건을 판단하고, 그 판단이 은성이의 진술과 어긋나더라도 굳이 싸우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애초의 구도를 깨트리기엔 역부족이었고, 변론은 무력해지고 말았습니다. 또 애초의 구도가 깨지지 않음으로써 은수씨가 은성의 대변인으로서 적극적으로 변론에 개입할 여지도 생긴 것입니다.
변호인께 결례가 될 듯하여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습니다만, 임변호사는 이민석씨나 강은수씨에 대한 판단에 있어 저희와 의견이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고는 그렇게 내려졌고, 이에 대해선 임변호사님도 무척 안타까워하였음을 밝힙니다. 선고가 내려진 뒤 임변호사님은 은성이를 한번 접견하였으며, 고요한님이 임변호사님을 만나 그 결과를 전해들었습니다. 수고하신 임동언 변호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강은수씨에 대하여
1. 정민이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위해 강은수씨와 연락을 취할 당시 저희는 사건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것 이상의 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강은수씨에 대한 정보도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정민이의 호소문을 읽은 노혜경님이 회원들만 사용하는 어떤 커뮤니티에 이시진님이 올려둔 탄원서(강은수씨가 한겨레 신문사에 보낸 것입니다)를 읽었던 것을 기억해내고 거기에 적힌 강은수씨의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처음에는 주로 강은수씨를 통해 사건을 둘러싼 정황을 접했습니다. 하지만 정민이 호소문의 여파가 커지면서 사건을 취재한 적이 있는 기자분들이나 다른 경로로도 이런저런 정보를 듣게 되었고 강은수씨를 둘러싼 의구심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2. 저희들은 그런 의구심에 대해선 명확한 판단을 유보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당시로선 은수씨가 은성이와 연결되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니만큼 필요한 부분에선 전화로 의견을 주고받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하였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일단 변호인이 선임된 이후에는 변호사께 모든 것을 맡기고 은수씨는 사건과 관련된 한 개인으로서만 발언하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함께 임변호사를 만나기 직전인가 직후에 은수씨가 전화로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을 때부터 여러 번 그러한 저희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변호사가 선임되기 전까지는 은수씨와 연락을 취했으나, 변호인이 선임된 후는 변호인에게 모든 일을 위임하라고 은수씨에게 요청하였습니다. 요컨대 은수씨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도, 은수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비슷한 거리를 유지하려 하였습니다.
3. 지금도 은수씨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 특히 가족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이민석씨와 불륜관계에 있고 이민석씨를 구명할 목적으로 모든 사태를 배후조종하고 있다'든지 '범행에 직접 관련되어 있다'는 등의 중대한 의혹에 대해선 저희들이 그것을 판단할 권리나 자격이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 또한 법정에서 가려져야 할 무거운 사안입니다.
다만 그 동안 저희들이 은수씨를 만나고 은수씨와 접하면서 느낀 점, 다시 말해 은성이의 구명과 관련하여 은수씨에 대해 저희가 확실하게 판단을 내리고 있는 부분만 몇 가지 밝히겠습니다.
첫째, 은수씨는 '감옥에 갇힌 은성이를 대신해 구명을 호소하고, 피해자 및 피고인과 잘 알고 있는 관련자로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힘으로써 진실이 드러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것이 저희들이 생각하는 은수씨의 적당한 역할입니다) 이상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은수씨는 사건의 성격에 대해 '이 사회의 모순이 모두 얽혀 있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식의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 또한 이민석씨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편견의 희생자라 주장합니다. 따라서 그 자신도 이 사건의 당사자라고 주장합니다. 은수씨는 모든 사람들에게, 심지어 변호인에게도 그러한 자신의 확신을 설득시키고 관철시키려는 자세를 보였습니다.(이견을 제시하면 변호인을 해임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온 은성이의 태도도 그와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예컨대 저희들이 이민석씨에 대한 판단이나 서원장 살해 건에 관한 은성이 진술의 불충분함에 대해 말을 하면, 은수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근거를 들이대며 저희를 설득시키려할 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또 그 근거란 것들은 대부분 의혹을 해명하기엔 불충분한 것들이었습니다. 은수씨가 이 사건에 대해 스스로 지니고 있는 확신 자체의 진정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하더라도, 그 확신은 객관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확신입니다. 뿐만 아니라 도움을 주려는 다른 사람들을 대상화시키고 자신의 '정답'을 한사코 '관철'시키려고 드는 그러한 태도는 주장의 진실성을 반감시켰습니다. 또한 사건으로부터 은수씨가 손을 떼어야 한다는 저희들의 요구에 대하여 민변에 탄원서를 넣고 새로운 민선변호사를 선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개입을 관철시켰습니다. 실제 살해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강은수씨의 이러한 과도한 개입이 은성이에게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둘째, 은수씨는 사실을 투명하게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즉 자신이 생각하는 사건의 성격에 맞추어 정보를 적당히 가감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저희들은 '있었던 사실을 있었던 그대로 드러나게 하면 사실이 말을 할 것이다'고 생각했고 은수씨가 적어도 은성이를 도우려는 사람들에겐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은수씨는 몇 가지 사소한 일들에서 금방 확인될 거짓말을 했고, 나중에 그 사실을 지적하면 이런저런 이유를 댔습니다.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느니 만큼 혹시라도 드러난 현상만 보고 비난받을까 봐 걱정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명이라도 분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 또한 은수씨가 충분히 투명하고 믿을 만한 사람인가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하게 하였습니다.
셋째, 재판을 자신의 정답에 맞추어 끌고 가기 위해 고의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은수씨의 성격적 특성이나 미숙함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위와 같은 점들 때문에 저희들은 '은수씨가 어떤 경우에든 은성이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한 부정적 판단을 내리게 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천주교 인권위원회와의 접촉 사실에 대한 처리였습니다. 은성이를 가장 편견없이 도울 수 있는 위치와 성의를 지니고 있었던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신부님이 은성이와의 접견을 마치고 은성이가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하는지에 대한 은성이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는 편지를 쓰라고 요청해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은수씨는 그러한 사실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저희에게 제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저희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앞에서도 밝혔듯이 1심 재판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인권위원회측의 연락을 통해서였습니다.) 왜 그 정도로 깊이 접촉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을 때 은수씨는 처음엔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선임 의사를 밝히지 않아서 특별한 접촉이라고 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으며 노혜경님께도 특별히 물어보지 않아서 답하지 않았고 자료에는 적어드렸다는 식의 답변을 했으나, 나중에 그 문제로 고요한님과 전화로 언성을 높이게 되자 그때는 인권위 사무국장이 한 발언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그분을 격렬히 비난했습니다. 또한 김형태 변호사가 선임의지를 지니고 은성이를 접촉하는 도중에 민변에 변호사 선임요청서를 보낸 행위라든가, 더구나 그 요청서 뒤에다 은성이의 일기장 사본(서원장 살해 직전의 것으로 은성이가 심리적으로 극히 위험한 상태에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은수씨의 의도가 무엇이었던지간에, 그 일기는 누가 봐도 은성이가 충분히 서원장을 살해할 만한 상태에 있었음을 증명해 보이는 역할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을 첨부한 것은 은수씨의 판단력을 의심케하기에 족한 행동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저희들은 은수씨가 은성이를 효과적으로 대변하거나 도울 수 있는 역량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은성이는 그러한 은수씨를 제외한 그 어떤 사람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상태이며, 이는 1심때와 똑같은 상황의 되풀이입니다.
다만, 은수씨의 행동이 은성이를 실제로 돕기보다는 사건에 대한 과장된 해석을 강화하여 은성이를 오도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저희들의 판단이 '은수씨가 진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사건의 성격을 호도하고 모든 사태를 배후조종하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과 부합하는 것은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정말로 그럴 수가 있을까"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정답'에 대한 확신이 정말로 대단해 보이는 한편으로 그만큼이나 미숙하고 허술한 구석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들과 이 게시판이 결과적으로 은수씨에게 이용당했다는 견해에 대하여
1. "그냥 믿기에는 너무나 중대하고 심각한 주장을 담고 있는 정민이 호소문에 섣불리 반응하여 편을 들어줌으로써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한편, 재판을 이민석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강은수의 의도에 힘을 보태주었다." 저희들에 대한 비판의 요지를 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들만 선하다는 태도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을 배척했다"는 비판도 알고 있습니다.
2. 첫 번째 비판에 대해서는, 은성이가 연루된 살인사건의 피해당사자인 서원장님 가족께는, 저희들의 이러한 태도가 매우 가슴아픈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들 역시 은성이가 서원장 살해사건에 응분의 죄값을 치르고 충분히 반성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절박한 도움의 요청을 해온 어린 학생의 호소에 귀를 기울인 것 자체가 비난의 표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정민이의 호소문에서 은성이가 엄마를 살해하지 않았다는 주장, 정민이가 갈곳이 없다는 호소 이렇게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구원의 호소에 귀기울인 만큼 정민이의 말의 진위 자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일단 들어주기로 한 터였습니다. 그러므로 정민이의 주장의 반대편에 계신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편파적이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물론 그분들의 주장대로 정민이의 호소 가운데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을 가능성도 많다고 봅니다.(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노혜경님이 아이가 과도한 공포심에 사로잡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할 가능성에 대해 초기부터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힘들어하고 절박해하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인 만큼, 아이가 꼭 옳아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착한 아이이건 나쁜 아이이건, 눈앞에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있다면 힘이 자라면 돕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에 저희들의 태도가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전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오히려 영향을 미칠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들은 처음부터 이 사건은 법정에서 가려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들이 자의적 판단을 내리거나 그런 판단을 변호사에게 강요하거나 해서 재판정에 나갈 때 어떤 예단을 지니고 가도록 유도한 일은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게시판에서 사건에 대한 여론재판이 벌어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판결은 어디까지나 재판정에서 하는 것이며, 증거와 심리와 판결을 통하는 것 이외의 어떤 방법도 없다는 것을 저희들은 처음부터 알고 시작했으며, 이는 게시판을 조금이라도 성의를 가지고 읽으신 분들이라면 아시는 사실입니다. (게시판이 만들어진 초기의 송명수님 글 참조하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바로 그 재판이 저희들이 바라는 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그 가장 중요한 이유가 은성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가슴아플 뿐입니다.
저희에게 어느 일방의 편을 들라거나 저희들이 판결을 내리게끔 강요하려는 글들에 대하여 호의적으로 대하지 못했던 점 인정합니다.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강은수씨에 대한 저희들의 판단이 어떠한가에 대해 게시판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일이 없다는 점 때문에 오해하신 분들께는 너그러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강은수씨가 은성이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점차로 깊이 알게 되고 강은수씨의 행동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차츰 알게 되면서, 이로 미루어볼 때 저희들의 활동이 은성이에게 자신이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어떤 행동으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해 저희들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강은수씨나 은성이를 설득하지 못한 저희들의 능력부족입니다. 다음으로는 강은수씨를 향하여 퍼부어지는 수많은 공격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인 강은수씨가 게시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은수씨는 바빠서 게시판을 읽어볼 틈이 없었다는 말로 게시판에 사건 진행을 알리고 소명을 하라는 저희들의 요구를 피해가곤 했습니다.) 강은수씨에게 퍼부어진 공격의 화살을 게시판 운영자들에게 돌리는 데 성공하였고, 그리하여 운영자들이 강은수씨를 변호하는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는 운영자들의 인식과 매우 다릅니다. 운영자들은 강은수씨에게 특별히 적대적이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은수씨에게 특별히 호의적이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강은수씨가 은성이의 구명에 실질적으로 이롭지 않다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3. 두 번째 비판에 관해서는,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상처입은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저희들은 저희들이 선하다고 생각하거나 그런 판단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다만 사건이나 인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단 도움을 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태도가 "우리만 선하다"라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두 자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으나 저희들의 태도로 말미암아 상처를 입고 물러선 분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선"을 독점하려는 오만을 저희들이 혹시 저질렀다면, 결코 알면서 저지르지는 않았음을 인정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이 두 자매에 대해 도움(이 때의 도움이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충분히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은성이에게 불리할지라도 충분히 소명의 기회를 준다면 결과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저희들은 은성이에게 단독변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일단 변호사가 선임된 이후는 범정에 모든 판단을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단독변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지금 현실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을 주겠다는 의도 자체를 비난하시는 분들께는, 처음부터 그분들과 저희의 의도가 달랐으므로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4. 정민이를 비롯하여 여러 학생들이 일부 관련자들의 주장처럼 "나쁜 아이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저희들은 원칙적으로 판단을 유보합니다. 판단유보란 아이들이 "착한 아이들"이라는 뜻이 아님을 강조하여야겠습니다. 저희들보다 더 깊이 어떤 사실을 알고 계신 분들이라 할지라도 아직 두 자매의 주장을 뒤집거나 설득하지 못하였고 정민이와 은성이는 처음의 주장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은성이와 은수씨가 주장하는 바 이 사건이 "일종의 시국사건"이라는 주장 역시 인권변호사들이나 저희를 설득하지 못하였습니다. 은성이는 자신의 친모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저희들은 그러한 은성이의 주장을 믿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재판정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기다려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정민이의 글과 은성이의 주장에 의해 손상된 가족의 명예 또한, 저희들의 판단이나 주장으로 회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정민이가 인터넷에 글을 올려서 언니의 구명을 호소한 노력은 언니인 은성이 자신에 의해 거부되는 아이러니컬한 결과로 귀결되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들의 노력은 모두 허사로 돌아갔으며, 아무런 실질적인 도움도 되지 못했다는 점을 자인합니다. 이제 시간을 두고 은성이를 지켜보는 일말고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부터 변호사가 관건이었던 재판에서 은성이에게 공익적 차원에서 나설 수 있는 단독변호인을 구해주지 못한 책임은 우선은 변호인의 신뢰를 얻지 못한 은성이 자신과, 은성이를 설득해서 변호인에게 신뢰할 만한 태도를 보이도록 변화시키지 못한 저희들의 능력부족에 기인합니다. 이 가슴아픈 현실 앞에서 그동안 이 방을 지켜보며 때로는 질타를, 때로는 격려를, 그리고 수많은 정보를 제공하며 저희들을 지탱해 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 1~3년은 지났고 사건은 해결됬다든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