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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은 며느리들과 어머니께서 합리적(?)이며 상식적(?)인 사람들이라 그런지 명절 스트레스니 고부 갈등이니 하는 건 지금껏 없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신혼 초기 아무 것도 모를 때는 대부분 여자들이 일을 다 해왔었지만 제가 뒤늦게 철이 든 이후부터는 명절 음식 준비할 때 나름 역할을 맡아 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식사 마친 후 설거지 거리가 산더미이지만 제가 도맡아 합니다. 그러다보니 제 성에 안차긴 하지만 형님도 언젠가부터 음식 준비 과정에서 콩나물을 다듬는다든지 박을 썬다든지 하는 일을 맡아서 하고 있죠. 3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이 추석보다 20일 가량 빠릅니다. 몇 년 전부터 기제사와 추석 차례를 합치거나 간소화 하면 어떨까 하는 얘기가 가족 사이에서 간간이 나오긴 했지만 여든을 넘기신 어머니께서 아직 정정하시니 공식적으로는 얘기를 못 꺼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성묘 갔을 때 어머니께서 얘기를 하시더군요. "절에서 천도제(맞나?)를 지내고 하니 추석에는 그냥 가족들끼리 모여 재미있게 시간 보내는 걸로 하자꾸나." 그간 물밑에서 얘기가 오갔기 때문에 당일 가족 회의를 거쳐 추석 차례는 없애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반대였고요. 제삿상 차림을 줄이더라도 가족들이 함께 나물 비빔밥에 탕국 먹는 것은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함께 먹는 것이나 같은 의식 행위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차례 지내고 가족들이 먹을 음식만 하는 것은 전혀 부담이 안되신다는 형수님도 비슷한 의견이셨고요. 하지만 대세는 거스를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추석날 낮 12시 정도에 형님 댁에 모여 맛있는 음식들을 서로 가져와 재미있게 놀자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복귀하기로 하고요. 명절 때 남자들은 고스톱 치고 술 마시고의 반복, 여자들은 상차리고 설거지 하기의 반복은 저희 가족들에게는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혁신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누군가에게만 부담이 된다면 고쳐 나가야겠죠. 회원님들도 고민해보실 만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번 음식은 거의 다 제가 해야 합니다. 얼마 전 마눌님 생신 때 참돔을 포 떠와서 1/4은 타다끼, 나머지는 회와 초밥용 네타 만들어 내놓고, 육전(마눌님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육전이라고......)도 만들고, 블루베리로 장식한 샐러드, 닭가슴살 냉채, 새우 소금 구이, 참돔 뼈에 소금 살짝 뿌려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것 등으로 생일상 차려 형님 내외 초대했더니 이번 추석에 이거 다 해오라네요. ㅠㅠ 적어도 회와 육전은 해오랍니다. 누군가에게만 부담이 된다면 고쳐 나가야...... ㅋ 그런데, 제가 한 음식을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어주면 그것도 좋더라구요. 내일 어시장에 회 뜨러 가야하고 육전 고기 사야 하고 찜갈비 주문해야 하고 조금 바쁘겠지만 전혀 스트레스가 아니거든요. 형제들 명절 선물로 줄 커피도 오늘 다 볶아 놓았고요. 2년 동안 가족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대던 시간을 더는 보내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해서 더 즐거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들 즐겁고 가족 구성원 누구도 스트레스 받지 않는 추석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추천:비니하나맘 추천:패즈 추천:굿모닝 추천:웅이~(º㉦º) 추천:장풍高手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sticker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SeeKeeR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수우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GNR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미니바 추천: 나두룩스 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투덜이스머프 추천:백면서생 추천:typeholi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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