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말았습니다.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고,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합니다."



후보자로써 진심을 다하여서 사과하셨다고 생각했고, 사법 개혁 완수를 위해 법무부 장관을 무사히 수행하시고 학교에서 다시 학생을 가르치시는 학자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실, 지난번 올린 계급사회의 민낯의 글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바로 "계급사회 기득권의 대물림"이었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기득권이 가지고 있는 대물림은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는 국민들에게 더욱더 큰 상처를 주게 됩니다.



고시를 통해서 행정/외무에서 고위공직자가 되거나, 사법에서 판검사 또는 변호사가 되는 길이, 의대에 입학해서 의사가 되는 것이 신분 상승의 길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개천에서 용난다는 비유가 이 루트를 말하는 것이었죠.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겪으셨던 학력고사와 수능시험 정시지원이 전부였던 시절까지는 공부만 잘하는 것으로 기득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획일화된 교육을 지양하고 다양성으로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수시지원과 법조인과 의료인의 확대 양성을 위한 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된 이후 한국 사회는 기득권의 대물림이 더 쉬워졌습니다.



이 말은 반대로 뒤집으면 돈 없고, 빽 없는 보통 사람들이 공부만 잘해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더 좁아진 것이라는 것을 반증합니다.





1. 예전에 썰전에서 로스쿨의 대물림이라는 주제를 다뤘던 기억이 떠올라서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이철희 강용석이 패널이던 시절에 나온 얘기인데 대형 로펌은 법조인 자녀, 장관/의원 자녀를 우대하고, 현대판 음서제가 공공연히 이루어진다는 자막을 보았습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zandaa&logNo=220080325642



또한 자료를 더 찾다 보니까, 2015년도에 일간지에서 사회지도층 법복 대물림 기사에 이런 글이 있더군요.

https://news.joins.com/article/19094591



"로스쿨에 입학한 일부 학생들의 명단을 확보한 결과 정치권과 기업인,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고위층'이라고 불릴만한 인사들의 자녀가 대거 로스쿨에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정치인의 아들은 불행히도 10년 동안 사법시험을 치러 1차 관문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로스쿨로 방향을 틀었다. 그 역시 졸업하자마자 역시 유명 로펌에 취직했고 다시 1년 만에 검사로 특별채용됐다."



여당과 야당에 상관없이 기득권인 그들은 법복의 대물림을 통해 기득권을 대물림하고 있는 글이지요.



기사 중 어느 정치인의 딸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도 전에 유명 로펌에 취직했지만 정작 변호사 시험에 떨어졌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중*일보라서 거짓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서울대를 비롯한 로스쿨의 학생들은 학생 시절에 이미 대형로펌에서 오퍼를 받는다고 직접 들었습니다.





2. 얼마전 중학생 자녀를 둔 지인분과 입시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인데 공부를 꽤 잘하고, 부모님도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아이의 미래를 위해 경기도에서 대치동까지 학원을 보내고 입시 컨설트를 받는다고 하더군요.

의대 입학에 관심이 있는 아들을 위해 입시 컨설턴트가 지인분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친한 노인요양병원 원장 있으시면 잘 얘기해서 중학생때부터 주말, 방학마다 요양병원 보내서 스펙 쌓게 하시라."



학부모님이신 여러분, 주변에 병원 원장 한분쯤은 다 인맥으로 가지고 계시죠?

저는 아직 그런 인맥이 없는데, 나중에 5살된 아들이 의사가 되고 싶다면 요양병원 원장 한명 정도는 인맥으로 쌓아둬야 하겠더군요.



MEET, DEET, LEET, PEET....

요새 국민들 사이에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영어단어들입니다. 바로 의학/치학/법학/약학 전문대학원 준비시험입니다.



의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를 꿈꾸는 학생들은 대부분 공대와 자연대에서 과 수석과 같은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지원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이공계 출신의 홀대와 비교하여 높은 수입과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 지원한다고 하더군요.



전문대학원 시험은 일년에 한차례 있습니다. 마치 대입시험과도 같지요. 여기서 떨어지면 그 다음해까지 또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자소서와 면접을 위한 스펙도 쌓아야 한다고 합니다.

4학년 때는 학교 수업과 준비시험, 스펙을 쌓기 위한 봉사활동, 인턴활동 등 엄청나게 고생을 합니다.



성대교수 자녀의 치전원 입시비리와 같이 기득권층 부모가 권력을 가지고 입시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부당하게 쌓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발생해서 올해 교육부에서 교수 자녀의 논문등재 전수조사가 실시된 것이구요.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9051307921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서 기득권의 대물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예전에는 보수라 일컫는 사람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였는데, 로스쿨 문제와 같이 진보라 일컫는 지도층이라고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기득권을 가진 자와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죠.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자기 자식이 더 좋은 직업을 가지고 풍족하게 살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저를 포함한 모든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조국 후보자가 개혁 완수를 위해 등떠밀려 공직에 나오지 않았다면 누구든 돌 던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있는 것들이 더하다고 시기는 할 수 있었겠죠.



솔직히 내 자녀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자괴감이 드는 요새 입니다.





조국 후보자님의 사과문 중 일부를 발췌하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