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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le #1 : 20190713_163213.jpg(183.7 KB), Download : 55 |
1. 팔순 앞두신 아버지, 교편 삼십사 년 끝에 은퇴하시고도 심리학 아동문학 복지학 글 쓰시고 강연 다니시느라 늘 바쁘십니다. 강연 준비며 저술에 쓰시는 컴퓨터는 늘 제가 관리하게 되죠. 일전에 들러 보니 데스크탑이 심하게 버벅거려 안되겠다 싶기에 SSD하나 챙겨서 오늘 마이그레이션을 하러 갔습니다. 한 삼십 분이면 끝날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건데 이래저래 다섯 시간 가까이 앉아있게 됐네요. 뭐, 일이야 제가 하는 것 아니고, 컴퓨터가 알아서 하게 설정해 놓고 기다리는 게 주 업무다 보니 어머니 아버지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게 됩니다. 웃고 떠들고... 어머니 계속 과일이며 차며 과자며 내 오시고... 다섯 시간 앉아 있다가 일 끝내고 나오는데 아, 이렇게 머릿속 개운할 수가 있나요. 괴로웠던 일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져 버렸어요. 마눌 자식 있는 집도 내 집인데 옛집 그리워할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늙어 가나요... 2. 화장실에서 나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서 부엌으로 가서 컵을 꺼내 한 잔 따라 마시고 컵은 헹궈서 찬장에 올리고 우유는 도로 넣었습니다. 그런데, 금방 손에 쥐고 있던 전화기가 없네요. 어디로 갔을까요? 화장실도 들어가 보고 냉장고도 열어 보고 찬장도 더듬어 보고... 없네요... 처음부터 다시... 세 번 되풀이하고 거실 보고 안방 보고 그래도 안 나와서 오른손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는데 아, 머리 긁을 때 버릇처럼 주머니로 들어가는 왼손에 묵직한 게 잡힙니다. 여기 있었네요. 대체 누가 여기 넣은 걸까요? 늙었나 봅니다... 3. 아이들이 팩으로 사다가 몇 개 끓여 먹고 던져 둔 그 유명한 불닭볶음면을 처음으로 끓여 먹어 봅니다. 뭐, 집안 남은 음식 처리는 누가 뭐래도 가장의 책무니까요... 잔뜩 긴장하고 맛을 봤는데요, 별로 안 맵네요. 그런데 이 라면은 무슨 맛으로 먹는 건가요? 푸라면처럼 얼큰한 것도 아니고 평택윗동네탕면처럼 건건한 것도 아니고 지~ㄴ라면처럼 시원한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느낌이 딱, 저 어피친지 뭔지 하는 녀석 내일 아침에 화장실에서 만날 것 같은 느낌인데, 요즘 애들, 이런 걸 맛있다고 하네요. 이해를 못 하겠어요... 늙었네요.... 아... 죄송합니다 형님들... 추천:솔개-울진BBQ는뻥카!? 추천:바람날개123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제제802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월레스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수우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지니78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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