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약속



빌린 카메라 가져다주고 오면서 아버지께 전화 드렸다.

벨이 여덟번 정도 울리고, 바쁘신가 싶어 막 끊으려던차에 전화받으신다.



"잉"



"아니, 아부지 '여보세요'도 아니고 '잉'이 뭐다요?"



"그라믄 '어따. 우리 큰아드님이 뭔 일로 전화를 다 주셨으까'이라끄나?"



"됐소. 처방전 테레비 단스 위에다가 올려놨는디 봤소?"



"오야. 봤다. 고맙다이. 바뻤으것인디."



"갠찮해라. 일 하다가 잠깐 들러가꼬 띠어가꼬 가믄된지라."



"지형이는?"



요즘 동화쓰는 아내가 많이 바빠져서 주말에 뵈러간지가 꽤 됐다.

전화통화는 한 번씩 하는 눈치지만, 보는것만할까.



"운동갔다와가꼬 글쓴닥합디다."



"보고싶다야."



"으짜것이요. 좀 바쁘겄소. 말을 하께라."



"잉... 그라고..."



"네. 뭐 있소?"



"아니다. 들어가라. 바쁘것인디."



"뭔 말을 할라다가 마시요? 걍 하시요..."



"그랑께. 주일 날 교회 끝나고 할아버지 산소 벌초를 할라고 했다 말이다?"



"그란디요..."



"비와브러가꼬 못했는디..."



"그라믄 은제할라그라요?"



"13일날 새복에 해브러야제. 뜨거지기 전에."



여기까지 말하시고는 그 다음말을 안하신다.

전에는 이런 말조차 없으셨다.

혼자 하셨다. 어머니가 간혹 도와드리기도 했었고, 남동생이 있으면 가서 도와드리기도 했었다.

큰아들이 어려우신지 늘 '신경쓰지 마라. 알아서 할 것인게.'라고 하셨다.

난 속도 없이 진짜 신경 안썼고, 나 사느라 정신 없었다.

왜인지... 먼저 말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일날 밤에 내려가믄 되겄소?"



오늘 전화통화에서 가장 밝은 목소리로 아버지가 되물으셨다. 



"그랄래?"



"그라께라."



"잉. 알었다. 들어가라."



전화기 너머로 실실 웃으시는 아버지의 입모양이 보인다.



아버지가 점점 더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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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는 했으니 이따가 일 끝내고 해남 내려가야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