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워크맨 보고 생각난 기억.... 



LG에서 나온 아하 라는 브랜드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었더랬죠. 

고딩 시절 저는 당시 아하 브랜드 중 최상위 모델이 너무나 갖고 싶었습니다. 

중학생 때 학교 앞 문방구 사장님과 친했었는데 그분이 오디오 대리점을 차리셨고 

가끔 가게를 봐 드린 인연을 빌미로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려서 

무담보 무이자 할부??? (뭐 그냥 돈 생기면 드릴테니 하나 주세요... 굽신굽신...)로 

원하던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이어폰 리모컨이 채용되어 있고 동그란 원기둥 같은 각종 버튼이 달린 

미니멀하고 고급진 디자인의 제품이었죠. (잠깐 검색해 보니 그 제품은 안보이네요.... )



80년대 후반 20만원에 육박하는 제품을 부모님 몰래 사들고는 행복했더랬지요. (그게 다 빚이었지만....)

학교 기숙사 캐비넷에 잘 넣어두고 자습시간과 잘 때마다 잘 사용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애지중지하던 플레이어를 도난당하고 말았습니다. 

너무 슬펐지요. 물건은 없어지고 빚만 남았으니..... 

그래도 나름 착실히 몇 달 동안 용돈 아껴서 물건 값을 다 갚았어요. 



그 즈음 한 친구가 학교에서 무단 가출... 아니 교출^^을 해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몇 달 만에 그 친구의 어머니는 결국 아들의 자퇴서를 제출하고 기숙사에 짐을 챙기러 오셨습니다. 

제가 지내던 맞은 편 방이었는데 그 방 친구들이 가출한 친구 어머님을 도와 짐을 정리하다가

캐비넷 안에서 제 플레이어를 발견했습니다. 

가출한 친구가 제걸 훔쳤다가 캐비넷에 넣어 놓은 채로 가출을 했었구나 라고 생각하고는 저한테 돌려줬죠.



몇 달 만에 도난 당했던 플레이어를 찾아서 기쁜 맘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이 들었습니다. 

기분 좋게 잠이 든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이어폰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플레이어가 또 사라졌더군요. ㅠㅠ

처음 찾은 순간 눈치챘어야 하는데..... 



몇 달 동안 방치된 플레이어였으면 분명 방전이 돼 있어야 하는데 

배터리가 쌩쌩했다는 것을....!!!

훔친 사람이 주인이 떠난 캐비넷을 자신의 장물?을 보관하는 곳으로 사용했었나 봅니다.



결국 돌아왔던 그녀는 그렇게 몇 시간만에 다시 떠나갔고

그 후로 영원히 만날 수 없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