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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피시키드 원제:방망이 깎던 노인/윤오영(尹五榮) 벌써 2년전이다. 내가 갓 HPC매니아가 된지 얼마 안되서 의정부에 내려가 살 때다. 용산 구경하러 왔다 가는길에, 용산역앞에서 친구들이랑 한잔하고 의정부역으로 가는 도중에 지하철안에서 HPC만지면서 한글화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내친김에 내 핸드피시를 가지고 한글화부탁을 하고 집에 가야겠구나 하면서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노인:"맨입으로 가능합니까?" 나:"1만원아닙니까?" 노인:"하나에 삼만원이오" 나:"좀 싸게 해줄수 없습니까? 다른데는 순수히 봉사로 하는데..." 노인:"한글화 하나 가지고 생계를 먹고 사는데,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직접 한글화하라우" 대단히 소고집불퉁인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한글화해달라고만 부탁을 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하드리셋을 하면서 한글화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bsquare buseful backup 으로 백업을 빨리 푸는것 같더니, 청량리역을 지나가도록 계속 하드리셋해가면서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계속 하드리셋을 하고 있었다. "더 한글화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지하철전선 스파크처럼 버럭 내며, "한글화한만큼 해야 제대로 된 한글환경이지. 한글화 더 재촉한다고 한중일환경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그냥 한글 입출력했으면 간단하는데, 저도 이번역에서 내려야 한다고, 그만 주시오."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한글화팩을 받아서 하시우. 난 안하겠소(기기를 집어들며 바닥으로 내리치려는 동작을 취한다)"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이번역에 내릴수도 없고,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한글화해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일본어환경으로 나오고 쓰기 불편할텐테." 좀 누그러진 말씨이다. 이번에는 한글화를 하는 김에 ppc 라이브러리를 올려놓고 있었다. 그러면서 태연스럽게 Palm 을 들고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동영상 제목이 "무한도전" 이었다. 나도 그만 지쳐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무한도전 언제봐도 잼있다니까...) 얼마후에야 기기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됐다고 내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한글입출력할때부터 다되어있던 기기이다.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고 다시 내려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한글화해서 그렇게 손님이 왜 안오는지 알겠구먼. 그냥 값만 비싸게 부르면 되나. -삐-같은 노인장같으니라고' 뒤를 돌아보니, 노인이 허리를 펴면서 내리면서 내리는 모습이 웬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간달프랑 닮은듯 했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사라졌다. 집에 와서 한글화를 백업해서 한 사이트에 올리고 다음날 리플을 확인하니 많이 달렸다. 한글화를 너무 완벽히 해서 한글환경은 물론 한중일환경을 구축할수 있다고 야단이다. 이전에 올라온 한글화롬보다 완벽한 한글롬판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유를 물어 볼려고 한 회원에게 쪽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왔다. 일본기기를 쓰는 아가씨의 쪽지내용에는 '최소한글 입출력하면 일본어환경이 튀어나와서 쓰기가 좀 불편하고 과다한 한글화를 하면 램용량이 부족해서 어플을 못돌린다고 하면서 이렇게 완벽한 한글환경백업파일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헀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엄청 죄송했다. 옛날로부터 내려오는 한글화방식은 efont.ttf 하고 diotek.ttf, dioime.exe, ime98.exe 이렇게 달랑 몇가지 파일을 가지고 한글화 한다. 거기에 PPC어플 돌린다고 커스텀까지 한다. 그렇게 9번 한글화 하고 9번 검증까지 하고 나서야 비로소 한글화가 된다. 그러나 요새는 cab 파일이라고 통합 한글화팩으로 이 기기 저 기기로 이리저리 깔고 나면 한글화가 금방 된다. 그러나 안정성면에서 많이 떨어진다. 남이 보지도 않는 것을 며칠씩 걸려가며 한글화하는 사람이 있을것 같지 않다. 기기만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모디아 힌지가 부러지지 않는것을 사면 보통 얼마, 힌지보강한것을 얼마, 값으로 구별했고 아홉번 다듬고 아홉번 강화한것은 세배이상 비싸다. 눈으로 보아서 힌지 강화했는지 안했는지 알수 없다. 단지 말을 믿고 사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말조차 없다. 힌지가 약간 덜렁덜렁거리면서 돈으로 제값치고 사는 사람은 피눈물을 흘린다. 힌지 부러짐과 동시에 모디아 사망이라니. 그것을 믿고 세배 이상 비싸게 줄 사람도 있다. 아직도 낚시로 득실거린다. 옛날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는 생계지만 기기를 다루는 그 순산만은 오직 안정성있는 기기를 만드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안정성있게 셋팅한다. 이 한글화도 그런심정에서 한글화한것이었을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노인을 찾아가서 이동갈비에다가 이동막걸리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일요일에 가는길에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있었던 자리에 노인이 있었다. 그 노인에게 물어보니 그 노인이 아니었다. 쌍둥이 노인이라고 한다. 노인의 형이, "동생이 한글화 한다고 늑장 부리는 탓에 열받은 사람한테 호되게 매질 당해서 병원에 입원시키고 왔는데 혹시 문병갈생각이 있다면 세브란스병원으로 가보게" 라고 했다. 다시 되돌아가서 세브란스병원에 갔을때 이미 늦었다. 의사샘의 말을 들어보니, 처음에 안정되었다가 부러진 갈비뼈에 폐를 찔려서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해서 응급수술까지 했는데 기력이 쇠약해져서 돌아가셨다는것이라고 한다. 나는 순간 멍해졌다. 멍해진 머리를 잡으며 응급실로 갔다. 그냥 영양제주사를 맞으면서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을때 파란하늘에 뜬 작은 솜털구름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노인의 웃은얼굴이 보였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노인의 형이 부음을 받고 한복춤사위 날리면서 헐레벌떡 달려오다 내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문득 2년 전 피뎅이 셋팅하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PS:제가 직접 패러디했습니다 -ㅅ- 추천:포스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수우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함께... 추천:Enigma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HackerArea 추천:화이트홀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경배아빠™ 추천:꿈보다해몽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 aconite 추천:우파니샤드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쌍칼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고공비행자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벌레잡이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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