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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하신 조부께서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서 공무원도 하셨던 분입니다. 공무원이라야 면서기 정도이니 그냥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취직하신거죠. 덕분에 6.25때는 부르조아로 낙인찍혀 북한군이 왔을때 먼 밭에 수수깡 속에 숨어 계시고 할머니가 몰래 밥을 가져다 주셔서 겨우 살아 남으셨다고 하네요. 그당시 얘기를 할머니로부터 종종 들었는데 다른거 차치하고 국군오면 국군만세, 북한군 오면 북한 만세... 일반 국민들이야 알게 뭡니까... 그냥 살아남는게 우선이죠. 그런 치열한 세대를 지나오신 할아버지와의 일화입니다. 집에 아남 흑백 TV가 있었습니다. 그당시는 흑백방송. 어느날인가 흑백 TV로 MBC를 틀으니 할아버지가 KBS로 돌리라고 하십니다. MBC가 칼러 방송을 시작하니 저건 가짜라고 만화라고 보면 안된다고 하시네요. 현실이 칼라인데 칼라로 송출한다고 그게 가짜라고 믿으시는 겁니다. 나중에야 TV도 칼라로 바뀌고 모든 방송이 칼라로 나오니 수긍하셨지만 그때 저한테 채널 돌리라고 하시면서 가짜라고 하시던 그 장면이 제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네요. 우리는 무엇을 사실로 받아 들이는 것일까. 그리고 실제로 무엇이 사실인가. 이런 물음이 생길때마다 제게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AI의 시대에 가짜와 카피와 조작이 판치는 시대에, 우리의 혼란은. 추천:수우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magumani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행복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네로5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철원의학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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