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매서운 날씨에도 구세군은 변함없이 종을 딸랑이며 온정어린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한 스님이 지나가다가 빙긋이 웃더니 그곳에 멈춰섰다.
스님은 갑자기 바랑을 주섬주섬 풀고 구세군 냄비 옆에 주저앉더니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받기 시작했다.
목탁소리와 종소리가 오묘하게 울려 퍼지고, 구세군 사람들은 얼핏 당혹스러웠으나 어쩌지 못하고 그저 계속 종을 흔들고 있었다.
종 소리와 목탁 소리의 어울리지 않는 어울림이 볼만했다.
시간은 흐르고 구경꾼들이 여기저기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심리란 참 이상한 것이다. 기독교와 불교꾼들이 모여 들어 양쪽에서 소리없는 응원전(?)이 펼쳐진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이쪽 이겨라!' '저쪽 이겨라!'
응원이라도 하는 듯 이쪽과 저쪽으로 나뉘어 돈을 넣기 시작했다.
한 명 또 한 명 또 ... ...
그러면서 은근 슬쩍 어느 쪽에 돈이 더 모이나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이었다.
양측 진영은 그야말로 경쟁적으로 기부금을 몰아 넣었다. 말도 안 되게 돈은 자꾸만 쌓여갔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한참 후,
이윽고 스님은 목탁과 염불을 멈추고 주위를 한 번 힐끗 쳐다 보더니 돈을 세기 시작했다.
줄줄이 나오는 뭉칫돈이 장난이 아니었다.
보는 사람들의 숨이 탁 멎었다. 돈을 다 세자 스님은 짐을 이리저리 싸더니 돈을 덥석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었다.
그리고,
스님은 계면쩍은 듯 씨익 웃으면서 그 시줏돈을 구세군 냄비에 털석 집어 넣고는 손을 탁탁 털며 '나무아비타불' 하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 순간 소리 없는 아우성은 멎었고, 그때까지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허탈하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고, 그냥 한 마음으로, 마치 머리에 총을 맞은 듯한 표정들 이었다.
한 해가 또 이렇게 좋게 끝맺음 되고 또 좋은 일로 시작되려나 봅니다.
내가 옳으냐 네가 옳으냐는 중생들의 편견에서 나옵니다.
예수님과 부처님의 경지에서는 진리는 하나입니다! 추천:네로5 추천:그림자_ 추천:지니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