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회원이었다던 연희동인지 연남동인지에서 전집을 하는 사람의 가게를 같이 가보자고 합니다.



사실 이런거 딱 싫죠.



나는 모르고 자기들끼리만 친한데 가서 뻘쭘하고. 뭐 활달한 성향이라면야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얼른 먹고 갔음 싶은데 여자들 특성상 말만 계속하고 있고





'언니 뭐로 해줘 볼까?'

'너네 집에서 유명하고 잘하는걸로 해줘 봐바'

'우리집은 다 잘나가고 다 맛있는데. 김치전이랑 육전에 막걸리 줄까?'



몇 분 동안 가게를 둘러보는데 넓지 않습니다.



가게는 기껏해야 5평남짓이고 테이블은 4개



 장기나 바둑은 두는 사람은 몰라도 훈수 두는 사람 눈에는 보인다고, 주제넘게 짧은 시간에 메뉴랑 가격을 보고



테이블 수를 보면서 매출이 80~100만원까지 올라간다는걸 기초로 쓸데도 없는 계산을 하고 앉았었습니다.



'뜨거울때 들어요. 김치전은 좀 더 해야 하니깐 육전부터. 간장에 찍어요'



뭐 육전이야 다 거기서 거기고 딱히 숙성법이 있을까? 



뭔가 비밀의 그런게 있는건가?

김치전이 나왔습니다.



뭐 이것도 그냥 김치전 우리가 아는 그맛이고만





맛집까지는 아녀도 주변에 얼굴 알고 편히 물어볼수 있는 자영업 사장님이 한명 생겼다는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후 그 전집 사장님과는 연락이 소원해졌죠.







어느날 누나가 같이 시장에 가잡니다.



시장에 들러 정육점에서 육전꺼리용 고기를 좀 사고 군것질꺼리랑 과일을 사들고 옵니다.



과일을 하나 깍아먹는동안 육전을 후라이팬에 구워 옵니다.



모양이랑 뭐 그런건 그럴싸 한데..



과일을 먹다 먹어서 그런가 입맛에 괜찮더라구요.



'에이 이런건 다 비슷한 맛이구만. 누구나 할수 있고 별것도 아니고'

'그래도 걔네가 이걸 해서 돈을 번다고 하는데 우리도 해볼수 있는거 아니냐?'

'우리가 호프집이지 전집이야?? 뭔 전을 한다고. 그걸 이걸 한다 치자. 이걸 얼마를 받을껀데?'

'글쎄 걔네가 2만원 받으니까 우리도 그쯤은 받아야지않을까?'





그렇게 또 기와집을 짓고 부수고 둘이 떠들며 과일을 깍아먹으며 막걸리를 한병 사옵니다.



역시 전에는 막걸리구만. 



'막걸리엔 또 김치 아닌가. 김치 좀 가져와봐바. 좀 같이 먹어야 맛나지. 삼합처럼 ㅎㅎ'

김치먹고 육전 먹고 그러니까 좀 더 낫네.





정식 메뉴도 아니고 사온 고기는 있고해서 그나마 단골로 오는 손님들에게 육전을 조금씩 맛보기로 돌려봅니다.



'이모! 맛있어요. 짱짱'

'이모 이거 파는거예요? 대박 맛있는데?'



저는 관조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아, 저는 ISTJ예요 ㅎㅎ



저런 반응은 공짜니까 그리고 면전이라 어쩔수 없는 반응인거다.



저런것에 속으면 바보 되는거지. 라고 생각하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손님들이 육전에 같이 딸려 나온 배추 김치를 좋아해주는건 맞는듯 했고



정말 별것도 아닌 테스트용 메뉴로 몇번 해보던것에 김치를 의논하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무슨 김치를 놓으면 더 좋을까??



그 와중에도 여기 저기 맛집을 다니며 분위기도 보고 메뉴도 보고 가격도 찍어보고 종업원이 몇명인지도 보고 그래봅니다.



눈으로 보는것도 공부요, 먹는것도 공부라





그렇게 어설펐던 테스트 메뉴가 이제 정식 메뉴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고난은 시작되었죠.



무슨 고난?





음식점에서 재료를 받아서 가공해서 팔면 돈이 좀 남겠죠.



근데 반조리나 완제품을 파는거에는 이미 원가율이 상당히 높아서 마진을 남기기 어려울것이구요.



일반적으로 음식장사의 경우 원가율을 30%정도로 봅니다.



8000원짜리 백반 하나에는 원가가 2400원 정도가 적당하다는것이지요.



원가율이 20%라면 1600원으로 원가란 소린데 그럼 반찬 가짓수가 줄어들고 국이나 찌개가 허여멀건한게 나오겠지요.



반면 40%정도라면 3200원 원간데. 이런 경우는 제법 먹을만한 수준이 됩니다.



그런데 원가가 높아서 마진이 얼마 안남게 되는것이죠.



그래서 원가율을 높이는 방법이 아닌 낮추는 쪽으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고난의 시작은 김치들을 담는것이었는데 생전 안해보던 쪽파김치 갓김치를 담으려니 미치겠는거죠.



남자분들중에 쪽파 좋아하는 분들 많을까요?



직접 까서 김치를 담궈본적 있을까요??



이게..아휴 말을 말아야지. 매우 이게 막 그냥 아휴. 허리에 발에..등에...아휴







상암동에 방송국이 밀집되어 있는건 잘 아실테고 



가게에 오는 연령대가 어느순간 살살 바뀌더니 아저씨들에서 젊은 3~40대들로 바뀌고 활기차지기 시작합니다.



가게 손님들 중에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화를 들어보면 뭐 그런 저런 얘기들이 많이 들리기도 합니다.



뭐 우리랑은 상관없는거니깐 ㅎ



열심히 서빙을 하며 고객 응대를 합니다.



여전히 쑥쓰럽죠.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그래도 고객인데 막말을 할순 없고, 그렇다고 존칭도 좀 애매하고



그래서 말을 잘 안하게 됩니다.





네. 이런게 바로 버려야하는 것들이죠.



간 쓸개 자존심



버리고 일해야 하는겁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죠. 말로야 뭐 다 들어서 알고 그렇지만 그걸 누가 모르나요





일이 끝나면 가게 정리가 제법 힘이 듭니다.



좁은데 의자 아래에 숨은 짐들 사이로 강냉이랑 머리카락이랑 휴지랑 등등



두가지 옵션이 있지요.



1. 청소를 힘들지만 새벽에 하고 들어간다.

2. 힘드니까 출근하면서 한다.



아..역시 2번이 더 편합니다.



밝아서도 잘 보이고 환기하면서 하면 바람에 쓸려 나가는것도 보이고





어느날 점심에도 딴 가게를 가서 밥을 먹는데 무의식적으로 사진을 찍어서 보관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밥도 먹기 전에 한소릴 들었죠



'야 너는 너네집껀 올리지도 않으면서 뭐 남에껄 맨날 사진을 찍고 지랄이야. 니네꺼나 찍고 올리라고 좀'



'누나, 나는 이거 찍어서 내가 그냥 갖고 있는거지 뭐 어디다 올리겠어 내가. 기껏 좋은데 가봐야 동네 밥집인데.

인스타에 올릴것도 아니고. 그리고 누나가 몰라서 그러는데 나같이 SNS안하고 팔로잉도 없는 사람들은 올려봐야

말짱 꽝이야. 뭘 알지도 못하면서 뭘 올려라 말아야야'



'야 그딴 개소리 집어 치우고 너네꺼나 관리하라고 제발 너네꺼나'



' 알았어 알았어. 짜증나게 하지말고. 밥이나 먹고 잔소릴 하던가. 체하겠나 스벌'





아효. 열받쳐



오늘은 이따 집에가서 네이버에다 하나 올리던가 해야지. 지랄거려서 안되겠네.



하긴 그것도 맞긴 한게.



부동산 하면서는 인터넷에 정보도 올리고 광고도 가끔 올리고 그랬는데 너무 무심했던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요.



최대한 광고가 아닌것처럼 등떠밀려 쓰는것도 아닌것처럼 사진들과 함께 동네 이야기를 좀 써봅니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래도 써봅니다. 꼴랑 하나를 포스팅 했습니다. ㅎㅎㅎ



이런다고 뭐가 달라진다고 에휴







그리고 다음날



아참, 우리의 루틴은 이렇습니다.



점심무렵 전화통화 -> 약속장소 또는 메뉴 확인 -> 점심 -> (커피) -> 가게(커피) -> 영업 -> 퇴근



점심을 먹으러 가게에 왔는데 누나가 물어 봅니다.



올렸냐고



'아, 당근 올렸지. 어제 먹은 욕이 한트럭인데. 자 봐바바라. 올렸지 자 자'



'야 이게 뭐야. 좀 더 사진도 올리고 쓸데 없는거 이런거 다 빼고 맛있다고 올리고 그런걸 해야지'



'내가 전문가니까 내가 한대로 그냥 내비둬 알지도 못하면서'



'아..그렇게 전문가여서 여태 하나도 안올렸나부지?'



뭐 그렇습니다. 이런게 바로 현실남매틱한 이종사촌인거죠 ㅎㅎㅎ





그리고 며칠뒤 반가운 ㅇㅇ이 













투피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