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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구조를 단순화시켜서 전기의 흐름을 보면 이렇게 됩니다. 발전 -> 도매시장 -> 소매시장 -> 소비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전 분야는 경쟁체제입니다. 한전 자회사, 대기업 발전사(포스코, GS 등), 각종 신재생 사업자 등 있죠. 이들은 완전 소규모(100kW 미만)가 아닌 이상 도매시장에 무조건 들어와서 팔아야 합니다. "의무 풀 시장"이라고도 합니다. 도매시장은 전력거래소가 운영합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이죠. 낙찰된 전기는 소매시장 쪽에 있는 판매사업자가 사간 뒤, 일반 소비자에게 되파는 형태로 전달됩니다. 도매 단계에서는 원가 또는 가격 기반으로 수시로 변동하는 시장가격(SMP)이 형성됩니다. 즉, 도매 가격은 상당히 유연하게 정해지고 있습니다. 전력거래소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고요. 그런데 그렇게 정해진 가격으로 판매사업자가 사간 뒤 소비자에게 되팔 때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첫째, 대규모 판매사업자가 우리나라에서는 한 군데 밖에 없습니다. 한국전력공사. 둘째, 소매 가격은 정부가 통제하고 있습니다. 형식 상으로 한전이 정해서 고지하나, 정부가 OK해야 하죠. 특정 지역이나 용도로 제한할 경우는 한전 외의 사업자도 전기를 파는 것이 가능합니다. 구역전기사업자와 전기차 충전사업자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일반 판매는 현재 한전만 합법적으로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사업자가 하나 밖에 없는 것도 모자라, 그 사업자가 요금도 멋대로 못 정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물가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나름 순기능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도소매 간 간극이 벌어질수록 발전 쪽이나 판매 쪽 어느 하나가 독박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괴리를 해결하는 방법 중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 소매가격 설정을 유연화한다. 둘, 판매사업자를 여러 군데로 늘리고 시장 논리로 정하게 한다. 최근에 대통령인수위에서 언급한 게 두번째에 해당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소매가격을 현실화한다고 하면 지금 상황에서는 인상이 불가피하게 되는데요. 첫번째 방법에서 보듯 경쟁이 전제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두번째로 하면 책임이 정부가 아닌 시장으로 옮겨가게 되죠. 개인적으로 시장 논리로 결정되는 건 "합리성" 관점에서 적절하다고 봅니다. 소매판매 독점이 계속 되면서 비정상적으로 큰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전 조직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시장의 규칙을 상당히 잘 짜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부당한 이득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정부가 뒤로 빠진다는 건 "공공성" 관점에서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시면 왜 전력산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숙원"으로 비춰지는지...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일반인 여러분이 "민영화"를 떠올리며 걱정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시리라 봅니다. 덧붙여, 직접 장기구매계약(PPA)을 맺는 것은 현재 한전이 소규모(위에서 말한 100kW) 신재생 사업자와 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PPA를 발전사와 수요자가 직접 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보다 도매시장 직접구매 쪽으로 가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시장 외 거래가 커지면 관리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말이죠. 물론 제가 그 시장 운영하는 곳에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천:보명당한약사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뻥.투.데이 추천:나와키 추천:나무그늘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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