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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le #1 : 20220109_155541.jpg(264.6 KB), Download : 0 |
어린 꿈이 놀던 들판을 지나 아지랑이 피던 동산을 넘어 나 그리운 곳으로 돌아가네 멀리 돌고 돌아 그 곳에 담벼락에 기대 울던 작은 아이 어느 시간 속에 숨어버렸는지 나 그 곳에 조용히 돌아가 그 어린 꿈을 만나려나 무지개가 뜨는 언덕을 찾아 넓은 세상 멀리 헤매 다녔네 그 무지개 어디로 사라지고 높던 해는 기울어가네 새털구름 머문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숨을 쉬며 천천히 걸어서 나 그리운 그 곳에 간다네 먼 길을 돌아 처음으로 --------------------------- 다들 그렇겠지만 12월은 바쁜 달입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지요. 12월 31일, 연간 교육과정 결산을 위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진급 졸업 평가회도 있었고, 그걸 위해 성적도 마감해야 했고, 다음 수요일인 1월 5일에는 종업식, 졸업식이 있어서 그걸 위해 1교시 9시 20분에 기획회의를 준비 중이었죠. 전부 제 업무였거든요. 일찌감치 출근해서 회의 자료 이것저것 만들어 놓고 업무 리스트 정리해 놓고 오전 오후 회의 공지하고 회의록 양식 조정하고 있는데(회의 내용 정리해서 전체 공지를 하거든요.) 전화가 옵니다. 처제입니다. 아차 싶습니다. 장인어른 아주대에서 댁 근처 태안의료원으로 옮긴 게 일주일, 옮긴 지 사흘만에 임종실로 옮기시고, 두 번 비상 호출이 있었고. 두 번 모두 바이탈 사인이 회복되면서 당장 돌아가시지는 않겠다는 공감대가 가족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었거든요. 수요일 저녁에 다녀 오고 당분간은 괜찮으시겠거니 했는데 이날이 금요일이었던 겁니다. 이틀만이었죠. 전화를 받으니 울먹이는 처제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 눈앞이 캄캄합니다. 아내에게 연락했더니 당장 출발하기는 어렵고, 준비해서 내려가자고 합니다. 아이들도 일정 모두 중단하고 집으로 오라고 해 놓고 우선 1교시 기획회의 들어가서 회의 진행합니다. 협의할 게 널렸는데 뭔가 뒤죽박죽, 평소처럼 되지를 않습니다. 간신히 회의 마치고 올라와 부원들에게 이것저것 제가 했어야 했던 일들 나누어 업무를 맡깁니다. 시간이 자꾸 갑니다. 특별휴가를 써야 되는데, 규정대로라면 목요일까지 5일간 쓸 수 있는데, 졸업식이 수요일이고 그날 2021 부장단 회의가 있고 금요일에는 2022 신임부장단 회의가 있습니다. 도저히 그렇게는 안 됩니다. 월요일까지 이틀만 우선 올립니다. 그리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들 둘이 준비 다 마치고 앉아 있다가 애비 들어오는 것 보고 벌떡 일어나는데 말끔히 검은 정장에 백팩 하나씩 둘러멘 모습이 어른입니다. 정신이 괜시리 아득해집니다. 아내 픽업해서 태안 의료원 상례원으로 갑니다. 이박삼일, 장례식이 시작됩니다. 밖에는 영하 15도를 찍고, 빈소는 난방으로 건조한데, 향 때문에 눈과 목이 탑니다. 급진 기독교인이 된 아내와 교회와는 매양 다투기만 했던 처가 사이에서 최근 교회를 떠난 맏사위는 우왕좌왕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절차마다 갈등이 생기는 틈새에서 조정하고 가로막고 보호하고 일일이 찾아 다니며 양해를 구하면서 아내의 마음도 가족들의 마음도 다치지 않게 애를 애를 쓰는데 양쪽 모두에서 화살이 날아 오는 것만 같습니다. 가시방석입니다. 게다가 이 지역, 코로나19 청정지역이랍니다. 마을 사람들 중 몸 아픈 사람 빼고는 다 오십니다. 심지어 웬 군수 아저씨까지 와서 일일이 악수하고 갑니다. 좁디좁은 빈소에서 오십일 년간 했던 절보다 많은 절을 이틀 동안 한 것 같습니다. 열일곱에 부친 여의고 농사 시작해 여섯 동생 네 자녀 모두 키워 낸 평생 농군이셨던 장인어른, 그 순박하고 강인하시던 양반이 평생 얼마나 많은 인덕을 쌓고 가셨는지 새삼 느낍니다. 담담히 손님 맞던 장모님 입관에서 주저앉으시고 화장장에서서 도저히 화구로 들어가는 아버지 보러 못 가겠다고 또 주저앉으시는데 아들 있고 딸 있는데 사위가 옆에서 어떻게도 할 수가 없어 안절부절하다가 봉안당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분골의 온기가 남은 유골함 쓸어만지며 울고 또 우는 장모님 손에 간신히 화장지 쥐어 드리는 게 고작입니다. 장인어른 유골함 봉안당 모시고 마지막 제사까지 다 마치고 대가족이 식사까지 모두 마치고 일일이 인사하고 흩어진 뒤에야 정신이 좀 납니다. 아내는 형제들과 시골집에 남고 저는 아이들 태우고 집으로 출발했는데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다고 생각했는데 서산쯤 오니까 그제서야 뭔가 긴장이 풀리나 봅니다. 정신이 퍼뜩 나가 버립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길 옆에 차 세우니 아들 둘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자리를 옮깁니다. 큰놈이 운전대를 잡습니다. 중간에 잠시잠시 깨서 뭐라고 대화를 나눈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 보니 집 앞입니다. 아, 아들 키운 보람이 있습니다. 둘째는 그걸 보더니 당장 자기도 면허 따겠답니다. 이런 기특할 데가! 월요일, 주말에 했어야 했는데 못 한 빨래 대강 세탁기에 넣어 놓고 출근을 합니다. 특별휴가 상태지만, 그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걱정했던 대로 졸업식 준비, 평가회 마무리가 전혀 안 되어 있습니다. 파닥파닥, 일을 처리합니다. 정신 차리고 나니 이틀 지나 졸업식이 끝났습니다. 2년간 코로나 떄문에 아무것도 못 한 녀석들, 그나마 추억 남겨 주자고 포토존을 만들었는데, 대성황입니다. 두 시간이나 줄을 서서 함께 사진 찍고 마지막에 세 녀석들 찾아와 인사하고 갑니다. 담임 없는 교사에겐 이거면 대성공입니다. 또 정신 차리고 보니 신학년도 기획회의까지 끝나고 금요일 퇴근 시간, 뭐든 꾸역꾸역 먹고 쓰러져 잠들었다가 새벽에 깨서 생각해 보니 일주일, 장모님 마음이 어떠실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분주히 차려 입고 운전해서 또 내려 갑니다. 동네 마트에서 이것저것 과일 챙겨 들어가 보니 다행히 큰처남 와 있고 작은처남도 곧 들어 옵니다. 장모님 다행히 식사는 잘 하시고 새벽에 깨서 잠깐씩 앉아 있게 되는 것 외에는 잠도 잘 주무신다고 합니다. 한 시름 놓습니다. 두 아들과 함께 봉안당 가기로 하셨다기에 학교 일 핑계 대고 얼른 돌아 나옵니다. 사위 자리란 게 그렇습니다. 오는 길에 사거리 차 세우고 잠시 숨 좀 쉽니다. 참, 분주했네요. 수고한 나 위해 굴밥 한 그릇 먹기로 합니다. 간월암이 그렇게 예쁘다면서요? "사람은 진실해야 하는 법이여. 자네는 내가 믿네!" 만날 때마다 하시던 말씀이 너 잘 해라는 말씀이었는지 큰딸 잘 부탁한다는 말씀이었는지 이제 와서 여쭐 길은 영영 없어졌습니다. 조금 더 자주 뵙고 술잔이라도 올렸어야 했습니다. 남들 다 한다던 그 후회, 저도 예외 없는 거로군요. 간월암 입구에서 굴밥 한 상 받고 혼자 앉아서 장인어른과 겸상한 느낌입니다. 오는 길에 저 노래 귀에 밟히고 밟혀서 듣고 또 들었습니다. 오늘밤 잠이 올까 모르겠습니다. 추천:지나아빠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hanul3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건달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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