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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로 십몇만 원에 영입한 펜탁스 K-30에 시그마 18-250을 물렸습니다. 연습 겸 시험 겸 민속촌에 들렀는데, 코로나 어쩌구 때문인지 관람객이 거의 없더군요.  옛날에는 초롱에 고작 촛불이나 켜 달았을 테니 한낮에야 쓸모가 없었을 겁니다. 지금은 전구를 들여서 한낮이라도 그나마 빛이 납니다. 푸른 하늘에 거뭇한 나뭇가지들을 배경으로 빨강과 파랑이 선명하게 대비됩니다.  잔잔한 겨울 바람에 오색 천들이 술렁입니다. 우리 전통에 저렇게 염색한 천을 걸어 두는 것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성황당이라면 몰라도 보통 거리에 말이죠. 옛날 중국 영화 '국두'에서 염색 공장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차가운 날씨에 고작 십여 명 관객을 두고도 공연을 하네요. 한 순간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에 감동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박수 쳐 주는 것 밖에 격려할 길이 없었습니다.  뷰파인더 들여다 보다가 깜짝 놀랐네요. 뉘신가 했지 뭡니까. ^^  우리나라 전통 건축이 아름다운 것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 떄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나라만의 특성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지역 어느 시대든 그 시대 그 지역에 맞는 자연 환경을 이용하기도 하고 그에 거스리기도 하면서 함께 살아온 것이 인류의 역사일 테니까요.  어쨌든 야산에 폭 안기듯 둘러싸인 우리 전통 건축물은 정말 그 일부라고 해도 될 만큼 배경에 잘 녹아 듭니다. 사람 손이 더 간 지붕 아래쪽 부분을 제하고 보면 그 산등성이의 일부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전통 건축물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볼 때 그 멋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절반쯤은 자연에 숨어들고 절반쯤은 뚜렷하게 구별되는 형태, 그게 참 멋있어 보입니다.  어린 시절 한옥에 살았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밝음과 어두움이 뚜렷하게 대비되던 기억이 지배적입니다. 대체로 건물 안쪽의 어두움과 건물 밖의 밝음이 대비를 이루고, 창이나 장지문, 마루를 통해 밖의 빛이 안으로 스며드는 모습이 인상적이 기억으로 남아 있지요.  그런데 때때로 밝은 밖에서 어두운 안을 들여다 보는데도 그 안쪽이 전혀 어둡다는 느낌이 없이 화사하게 다가오는 시각적 체험들이 있었습니다. 아, 사진으로는 이건 그냥 과다노출에 다름 아닙니다만... ^^  저는 이 대문도 참 좋아했습니다. 살던 집 대문은 이렇게 크지는 않았습니다만, 문턱을 이리저리 건너뛰며 노는 것을 좋아했지요. 누가 오는지 문턱을 밟고 고개를 쭈욱 빼서 건너다 보는 것도 좋았고요. 오래 된 돌쩌귀의 "삐거억~"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폴짝거리기도 했었지요.  이건 서원의 정문입니다. 계단을 통해 올라오게 만들어서 바깥과의 경계를 강화하고 드나드는 이들에게 근신할 것을 요구하는 구조라고 들었습니다. 실제로는 밖의 홍살문부터가 구별되는 땅이었겠지요.  밖에서 보면 홍살문과 정문을 거쳐 강당까지 계속 올라가게 만들어 두었군요. 공부하러 들어가는 학생들 기분이 어땠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래서 지금도 학교들마다 무다리 고개 하나씩은 다들 끼고 있는 걸까요. ^^  이건 서원 정문의 천장 구조입니다. 마루에 올라가 찍고 싶었지만 올라가지 못하게 해 놓아서 문 지붕을 찍었습니다만, 여름철 땡볕에 놀다 지쳐 마루에 누워 있노라면 졸음에 겨운 비몽사몽간에도 들보며 용마루, 서까래들이 보여 주는 질서와 집중에 묘한 기분이 들곤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반가운 체험을 했습니다. 겨울 추위 피해 가라고 온돌방 몇 개를 개방해서 불을 때고 있더군요. 한옥에 살아 보신 분들은 압니다. 저 굴뚝 근처에 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이게 되는지요. 집에서 가장 후미진 자리이니 어른들 눈길 피해 모이기 좋고, 저 굴뚝 옆에는 온기가 돌았지요. 물론 연기가 모락모락 나올 때 한정입니다만. 산가지며 장작을 땐 연기가 구들을 돌며 재 다 가라앉히고 마지막에 나오는 연기는 그저 구수하기만 했습니다. 물론 불 잘못 때는 날이면 불똥도 튀었지만요.  여하튼 저기서 연기가 올라온다는 건, 뭔가가 끓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지요. 아궁이 앞에서 이런저런 자잘한 불장난을 하기도 좋고, 불 보는 어른들이며 형님들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기도 좋고요. 불 다 때고 숯불 남은 적당한 때 고구마나 감자 묻어 두는 것도 참 침 넘어 가는 일이죠. 꼴깍꼴깍 침 삼키다가 이제쯤 됐겠지 하고 나가 보면 누군가 파헤쳐서 벌써 캐 간 후라 울음을 터뜨린 일도 있었고요. ^^  처마밑이 비어 있었던 일은 없었습니다. 계절에 맞게 항상 뭔가 매달려 있었죠. 시래기 나부랑이는 대개 겨울나기용이었고  여기 매달린 옥수수는 이듬해 씨앗으로 쓸 거라고 먹는 것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먹거리며 농기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처마 밑은 비 오는 날 공연히 빌빌거리기도 좋았고 눈 많이 온 뒤 푹해졌다 다시 추워진 밤 지내고 아침에 얼어 붙은 고드름 따서 장난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아유아유... 저 녀석들이 다 까 먹는군요. 쫓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요....  그래요. 멍석이며 가마니도 있었죠. 저걸 까는 날은 무슨 일이든 신나는 일이 생기는 날이었습니다. 물론 초상을 치르는 때도 있었지만, 어린 마음에 그게 뭔지 모르고 까불거리기만 했으니...  그렇게 뒤란으로 돌아 가면 뭔가 항상 놀 거리가 있었어요. 물론 조심하지 않으면 사고가 납니다만...  제일 놀기 좋은 곳이야 역시 숨기 좋고 헤집기 좋고 이것저것 열어 볼 것 많은 장독대였지만 여기서 놀다 실수하는 날이면 부지깽이 작대기로 두드려 맞는 경우가 생기니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었죠.  그래서 겨울이면 결국 뒤란으로, 툇마루에 옹기종기 앉아서 햇볕 쬐는 게 일이었던 거지요. 뒤란에는 바람도 덜 쳐서 따뜻했거든요. 지금 아이들은 그냥 전설처럼 들을 일입니다.  저도 이제 오십줄이니 나이가 많은 건 아닙니다만, 다행이라 해야 할지, 어려서 여러 곳 이사 다니면서 몇 번이나 한옥에 살았던 경험이 있어 추억거리가 자꾸 튀어 나오는군요.  그러니까 생각이 달라지는 겁니다. 이런 걸 보면, 벌써 귀찮아지지요. 이걸 전부 패서 장작으로 만들어야 겨울을 나거든요. ^^ 아, 그리고...  얘 이름 아시는 분 좀 알려 주십시오. 새 사진 잔뜩 찍었는데, 볼만한 건 이 한 장 뿐이네요. -_-;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걷는 건, 사람을 치유하는 일이더군요. ^^ 추천:네로5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양구스패너 추천:형신짱 추천: 타이레놀 추천:현구아빠 추천:시냇물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수우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추천:Jip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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