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광화문 대형 서점에 갔습니다. 진짜 몇 년 만에 가본 듯..



언제나처럼 관심은 있지만 사지는 않을 책들을 보러 IT 서적 쪽으로 갔습니다.

요즘은 클라우드에 관심이 많아 AWS 서적 좀 보러 갔죠.



그런데 바로 옆이 홈페이지 만들기 관련 서적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직원이 한 어르신을 모시고 오더군요.



어르신과 직원이 대화합니다.



어 : 내가 스페인어를 잘하는데 홈페이지를 만들려고 한다. 책 좀 추천해달라.

직 : 어떤 툴을 쓰실건데요?

어 : 엑셀과 워드로 많은 자료가 있다. 그걸로 만들거다.

직 : 엑셀과 워드로는 홈페이지를 만들 수가 없어요.

어 : 그럼 무엇을 봐야하는냐 하나만 추천해달라

직 : 요즘 워드프레스를 많이 써요. 한번 쭉 보시고 골라보세요.

어 : 그냥 제일 잘나가는거로 하나 추천해달라.

직 : 여기 있는 책들 보시고 마음에 드는거로 골라보세요.



그리고 직원은 갑니다.

어르신은 워드프레스 책도 보시다가, 드림위버 책도 보시다가, 모바일웹-모두 책도 보시다가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오지랍 넓은 제가 나섰습니다.



나 : 홈페이지는 어떤 목적으로 만드시나요?

어 : 나는 손가락에 꼽는 전문가다. 내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광고도 받고 회원제로해서 회비도 받고 그럴려고 한다.

나 : 그럼 어차피 직접 만드시는 것이 아닌데 전문가들에게 맡기세요. 그게 더 낫습니다.

어 : 그래도 좀 기초라도 알아놓으면 좋지 않겠나?

나 : 직접 만드시려면 서버도 아셔야하고, 툴도 아셔야하고, 이미지에 디자인까지 다 하셔야한다. 어차피 못한다.

어 : 스페인에 돌아가면 그쪽 사람들에게 시켜서 만들긴 한걸데, 그래도 용어라도 아는게 낫지 않겠나?

나 : 전혀 모르셔도 상관없다. 필요하신거..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말씀만 하시면 된다. 그거하라고 돈주고 시키는거다.

어 : 선무당이 사람잡을 수도 있다는건가?

나 : 알면 선무당은 아니겠지만, 그거 알정도로 공부하실 것은 아닌 것 같다. 

광고도 받고싶다하신거 보면 비슷한 홈페이지도 들어가보지 않으셨나? 

그렇다면 어디에 뭐가 있었음 좋겠다는 내용은 생각하셨을 것 같다.

어 : 홈페이지 화면 구성같은 것은 생각해놓았다.

나 : 그럼 그렇게 꾸며달라고 말하시면 된다. 필요한 요구사항은 말씀하시면 되고, 굳이 전문 용어를 사용해서 대화하실 필요는 없다.

어 : 아 그런가. 여기 직원인가?

나 : 아니다. 책보러왔다가 대화하시는 거 듣고 말씀드리는거다.

어 : 어디 고문역같은거 하면 잘할 것 같다. 알겠다. 고맙다.



그리고 나가시더군요. ㅎㅎ



저 잘한거죠?

일흔은 넘어보이시던데.. 괜히 홈페이지 책 사서 봤자.. 아무 소용없을 것 같다는거..

그리고 홈페이지 만들겠다는 분이 서점에서 책 고르는 것 자체가 이미 인터넷과 거리가 먼 분 같아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