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래 괴수들의 동굴에서 노심초사하시는 분이 계셔서...

죄송한 마음으로...



마눌님이 침대를 좀 넓게(-_-;) 쓰시는 스타일이라

늦게까지 일하고 새벽녘에 들어가면 자리 잡기가 영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종종 거실 요가패드에 누워 수건으로 배만 덮고 잡니다.

어제도 몸이 몹시 피곤한 상태에서 그렇게 누웠습니다.

일찍 누웠지요. 한 열한 시쯤이었나...

그런데 언뜻 잠이 깨 보니 자기 방에서 자던 큰아들놈이

저를 흔들어 깨우고 있더군요.



"아빠, 진동이 너무 심해요. 아랫집에 민폐 되겠어요."

"어, 그래? 알았다. 내가 처리할게."



시계를 보니 새벽 한 시가 슬쩍 넘어 간 시간,

'이노무 핸드폰이 왜 한밤중에 진동을 해서 민폐람!'하고

책상 위에 충전해 둔 폰을 배 들고 이걸 꺼야 하나 고민하다가

아침에 알람은 필요하고, 진동 또 울리면 민폐고 해서

그나마 진동 덜 울릴 침대로 가져가자 해서 가지고 들어가 잤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버스 타러 나오면서

도대체 무슨 진동이 그리 울었나 궁금해져 폰을 뒤져 보았는데

밤 아홉 시 이후에는 전화며 톡이며 메일이며

아무것도 온 게 없는 겁니다. 애초에 알람은 설정해 두지도 않았고요.

그럼 도대체 아들놈은 무슨 진동을 느꼈고

그게 아랫집에 민폐가 된다고 저를 깨운 걸까요?



그제서야 퍼뜩 깨달은 겁니다.

이놈이 느낀 그 진동이라는 것,

그거, 코골이였던 거지요.

그 코골이가 얼마나 강려크했는지

아파트 바닥 시멘트 콘크리트를 넘어

온 아파트에 민폐를 끼칠 거라고까지

판단했던 겁니다.

한 번 잠들면 걷어차도 모르는 아들놈이 말입니다.



고백합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저도 괴수였습니다. 아니, 저도 오늘에서야 알았다고요! 진짜라고요!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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