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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PDA는 충동구매하기 쉬운 놈이죠. 남들 들고 다니는 것 보면 부럽기도 하고, 그걸로 이것저것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막상 사 놓고 보면... 썩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액을 투자해서 사 놓고도... 마냥 썩히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중고로 팔려고 내 놓으면 중고가가 놀랍게 떨어져 있어 피눈물을 머금게 되지요. 솔직히 말해서... 평소에 메모지에 메모를 자주 하고 다이어리에 일정 철저히 관리하던 사람이 아니라면... PDA 산다고 해서 갑자기 PDA로 메모하고 일정관리 잘 하고 하는 등의, 그런... 이전에 없던 습관이 갑자기 생기진 않습니다. PDA는 준PC라고 할만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 종합기기입니다. 그래서 이걸로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지만... 작은 화면 크기와 불편한 입력 방법, 그리 오래 가지 않는 배터리 때문에 실상 의외로 활용도가 한정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만능 기기로 생각하고 구매하면 의외로 실망하게 되는 것이 바로 PDA입니다. 그럼 PDA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같은 만능 기기인 PC를 놓고 생각해 보죠. PC로 가지고 엄청나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지만...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PC로 하는 일이 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상당수의 사람은 PC를 단지 익스플로러랑 메신저 쓰는데에만 활용합니다. 수백만원을 들여 고가의 PC를 장만하고도 인터넷 단말기로만 사용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사람들도 이거 잘만 활용하면 PC 샀을 때 썼던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PC를 썩히는 일도 없을 뿐더러, PC가 고장나면 엄청난 불편을 느끼죠. 또 어떤 사람은 PC를 므흣한 동영상 보는 용도로만 씁니다. 이런 사람은 PC가 없으면 죽으려고 합니다. PC에 깔린 모든 프로그램은 동영상을 수집하고 감상하기 위한 용도이며, 고용량의 하드는 모두 이런 동영상 저장하기 위한 용도로 씁니다. 게임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도 많죠. 주로 젊은 사람들이 이에 해당하겠죠? 어떤 사람은 PC를 오직 엑셀과 파워포인트 쓰기 위해서만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워드 프로세서 용도로만 쓰는 사람도 꽤 많죠. 생각처럼 PC를 이용해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용도로든 이렇게 특정 목적을 이용해 PC의 수많은 기능을 다 희생하고 특정 기능만을 사용하는 사람일지라도, PC를 낭비하고 있다고는 감히 말 할 수 없습니다. PDA 역시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옴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주로 사용하고, 또한 그걸 위해 기기를 장만할 때... 그런 프로그램을 킬러SW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킬러SW에 맞춰 하드웨어 구매와 각종 세팅을 하게 되죠. PDA 역시 이런 킬러SW가 존재하게 됩니다. 제 경우엔 처음 WinCE를 탑재한 카시오페아로 PDA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땐 정말 킬러SW라고 할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고가의 장난감처런 이것저것 건드리다가 쳐박아 뒀습니다. 그 다음엔 리눅스에 대한 호기심으로 YOPI를 썼죠. 역시 킬러SW의 부재로 좀 건드리다가 다른 사람에게 넘겼습니다. 그 후엔 다시는 PDA 안 산다라고 결심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팜 계열인 클리에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고해상도 액정에... 오래 가는 배터리... 여기에 iSilo를 깔고 eBook을 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바로 제 킬러SW였습니다. 정말 이걸로 책 많이 읽었습니다. 심지어는 근무 시간에도 시간 나면 이걸로 읽었습니다. (근무 시간에 책이나 컴퓨터 화면에 영상 띄워 놓으면 쉽게 들키지만... 책상 아래 무릎팍에 PDA 놓고 책 보니 쉽게 안 들키더군요. ^^;) 특히 클리에는 조그 다이얼 덕에... 한 손으로 들고 책장 넘기는 것이 정말 편했습니다. 지하철 등에서 한손으로 손잡이 잡고... 한손으로 PDA 잡고... 좁은 공간에서도 책장 쉽게 넘길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더군요. 그러다가 PPC로 넘어갈 생각을 하고... 거의 한달 가까이 각종 PDA에 대한 스팩을 설렵(?)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도시바 e755 였죠. 때마침 e755 새거 리퍼가 저렴한 가격에 나왔기에 잽싸게 구매했습니다. 사 놓고 보니... 그 전에 쓰던 클리에랑 비교해서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좀 많이 있더군요. (사실 클리에는 정말 잘 만들어진 놈입니다. 이거랑 비교했으니...--;) 특히 320x240이라는 저해상도는 eBook을 봐도 폰트가 그리 이쁘지도 않고... 클리에랑 비교해서 배터리 지속시간도 훨씬 짧았구요. 액정도 클리에가 더 크고 깨끗하고 시원스러우면서도 그럼에도 PDA 크기 자체는 클리에쪽이 더 작았습니다. 가장 맘에 안 드는 것은 조그다이얼. 제가 e755를 고른 이유 중 하나가 조그다이얼이 있어서인데... 이 조그 다이얼은 클리에 거랑 다르더군요. 클리에는 조그 다이얼이 실제로 뱅글뱅글 돌아갑니다. 그래서 eBook을 볼 때 빠르게 휙휙 돌리면 페이지가 팍팍 넘어가고... 천천히 굴리면 한페이지씩 넘기며 볼 수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e755의 조그다이얼은 무늬만 조그다이얼이더군요. 그냥 아래위로 움직이는 버튼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e755를 사 놓고 보니... 의외로 제 킬러SW가 eBook에서 BetaPlay로 바뀌게 되더군요. 역시 팜에 비해 PPC의 가장 큰 장점은 멀티미디어였습니다. 이걸로 또 징하게 동영상 많이 봤죠. 이어폰 꽂고... 근무 시간에 몰래 동영상을 봤죠. 누가 옆으로 지나칠 때엔 마치 그냥 음악 들으며 일하는 척 하고... ^^; 그 이후 전 팜 계열보다 PPC 계열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계속 PPC 계열로 기변을 해 왔습니다. 처음 e755가 맘에 안 든 이유는 클리에와 비교해서였기에... 별로 좋은 인상 안 가지고 있었는데... 기변을 반복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역시나 e755만한 기종이 없더군요. 그래서 이제 다시 e755로 돌아가 정착하려고 합니다. 쓰다가 보니 장문의 잡설이 되었는데... 결론은... PDA에 대한 환상 그렇게 많이 갖지 마시고... 자기 자신에게 맞는 킬러SW 하나 찾아서 죽어라고 울궈 먹으라는 얘깁니다. 그게 PDA 사서 본전 뽑는 길입니다. 그리고 그 킬러SW는 시간이 지날수록 변합니다. 예전에 운전을 안 하고 지하철 타고 다닐 때에는 PDA로 eBook 보는 것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지하철 소음 때문에 동영상은 보면서 무지 짜증 나더군요. 동영상에서도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좋은데... 영화상으로 고요한 장면이 흐르고 있는데 주변이 시끄러워 보세요. 아주 짜증 납니다. 영화 볼 맛도 안 나구요. 그러다가 잠시 고시원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잠만 자기 위해서 고시원을 이용했는데... 고시원에 들어가 있으니 도통 심심해 견딜 수가 없더군요. 이때는 동영상이 정말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TV를 틀어 놓으면 주변에서 시끄럽다고 난리라서... (사실 TV 갖다 놓을 공간도 없더군요. 화질도 꽝이고.) 이럴 때 이어폰 끼우고 자리에 누워서 PDA로 영화 보니까 정말 좋더라구요. 최근엔 찜질방 가서 PDA 보는 것이 낙입니다. 물론 PDA 들고 찜질방 속으로는 안 들어가죠. 대충 찜질방에서 땀 빼고... 잠시 쉬면서 PDA로 20여분짜리 애니 한편 보고... 그 다음 PDA는 다시 탈의실에 놓고 다시 찜질방 들어가서 땀 빼고... 이렇게 하면 피로가 아주 팍팍 풀리더라구요. ^^ PDA 충동구매하고 후회하시는 분들께... 혹시 뭔가 PDA 활용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해서 잡설을 늘어놨습니다. 모두 부디 좋은 하루 하루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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