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끝판왕급 공유기들에 관심이 생겨서 이런저런 공유기를 지르게 되었습니다.
나름 진짜 끝판왕 직전급도 써보고...
한때 끝판왕이라며 고가임에도 인기 절정이었으나 어느새 끝판왕 자리를 내주고 가격까지 착해진 왕년의 끝판왕도 여러대를 써보게 되었죠.
그것들 대부분 이미 제손을 떠나서... 이제 남겨진 몇대만 살짝 살펴 보기로 하겠습니다.
가정용으로서는 끝판왕급이 AC1900입니다. 듀얼채널로서, 2.4GHz와 5GHz 대역을 모두 지원하죠.
2.4GHz은 600Mbps의 현실적으로 거의 한계 속도를 지원해 주고...
아울러 5GHz에선 1300Mbps로 가정용으로는 오버스펙이다 싶은 수준의 속도를 뽑아 줍니다.
최근 802.11ac 지원이 일반화되어 감에 따라 5GHz가 대세가 되었고...
각종 전파 간섭 등으로 스펙상의 속도의 반도 못 뽑는 2.4GHz보다는 5GHz 쪽에 대역의 대부분을 밀어주는 추세입니다.
때문에 오히려 2.4GHz 대역을 약간 낮춘 마이너그레이드 제품들도 나옵니다.
AC1750 등과 같은 제품은 5GHz는 AC1900처럼 1300Mbps지만, 2.4GHz는 450Mbps로 대역을 약간 낮췃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에서 실사용시엔 그 대역조차도 다 채우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음으로는 공유기의 CPU와 RAM입니다.
공유기의 고대역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처리 능력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좋은 CPU와 메모리를 탑재하게 되었는데...
이게 트래픽이 대역을 거의 다 점유하는 수준으로 쓴다면 모르겠지만...
가정용에선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아무래도 시스템 리소스가 남아돌아서 탱자탱자 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아깝기도 하거니와... 가정에서 고성능 공유기를 쓰는 이유는 대부분 멀티미디어 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한 목적이 큰지라...
아예 멀티미디어 서버로서의 기능을 탑재한 공유기가 많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간이 서버 기능 수준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반응이 좋아서인지...
개인용 1bay NAS 시장을 죽여버릴만큼 기능이 강력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네트웍 트래픽에 집중해야 할 CPU 자원의 누수가 염려되어 CPU의 성능을 더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고성능 공유기는 거의 미니PC 수준의 스펙을 갖게 되어 버렸습니다.
자... 사전 잡설은 이쯤 하고...
이제 제품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죠.
먼저 넷기어...
넷기어의 고급 라인업은 나이트호크 시리즈입니다.
그냥 AC1900과 나이트호크 AC1900이 따로 있는 식이었죠. 서로 디자인도 다르고 성능도 다릅니다. 가격도 물론이구요.
지금은 저가 라인업은 대체로 단종시키고 나이트호크 시리즈만 밀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시리즈 중 가장 인기 있었는 제품이 R7000입니다. AC1900 이죠.
그리고 이것의 위탁판매를 위한 마이너그레이드 모델이 R6700입니다. AC1750이죠.
일설엔 원래 코스트코에서 R7000을 원했는데... R7000을 거기 싸게 풀면 다른 유통라인에서 팀킬이 일어날 것을 염려해서
일부러 약간 스펙다운을 시킨 R6700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줏어들은 썰입니다. ^^;)
실제로 겉모양도 거의 동일하고 CPU, RAM, S/W도 거의 동일합니다.
차이라면... 잘 안 쓰는 USB 2.0 포트 하나 제거하여 USB 3.0 포트만 남기고...
AC1750이라서 2.4GHz 속도만 약간 떨어질 뿐입니다.
대신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스펙에 현혹되지 않고 일부러 R6700을 사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고급 라인업답게... CPU도 1GHz 듀얼코어에 RAM 256MB를 탑재했습니다.
동급 경쟁사보다 H/W 스펙상으로 명백히 우위를 점한 것까진 좋은데... 문제는 S/W입니다.
실제 써보면 알겠지만... UX 정말 구립니다. ㅡ.ㅡ;;
기능도 빈약하고 사용성도 꽝입니다.
그 흔한 WOL 기능조차 지원 안 합니다.
대신 오픈소스 펌웨어를 지원하기 때문에... 커펌 올리긴 정말 쉽습니다.
어지간한 오픈소스 펌은 다 R7000을 지원합니다.
R6700의 문제는 여기서 나타납니다.
유명 오픈소스 펌은 R6700을 지원하긴 하지만...
오픈소스 펌이 아닌 사제 커펌 중엔 R7000만 지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제 커펌 중 바로 멀린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ㅡ.ㅡ;;;
(즉, R6700의 진짜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멀린펌을 못 올린다는 것이죠.)
그럼 포기해야 하느냐? 다행이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앞서 R6700과 R7000의 차이는 극히 사소하다고 했습니다.
뜯어 보면 보드의 레이아웃도 거의 동일합니다.
때문에 R7000의 펌을 R6700에 그대로 올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타나게 되었고...
실제로 그걸 시도해서 성공적이라는 보고가 들려오게 됩니다.
방법도 너무너무 간단합니다.
그냥 R6700의 보드 시그니처를 R7000으로 바꿔 버리는 것입니다.
그럼 이후 R7000용 펌웨어가 아무 제한 없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냥 R7000 펌 막 올려도 아무 문제 없이 정상 동작하는 것을 보면... 정말 H/W가 거의 동일한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R6700의 보드 시그니처를 변경하는 것인데...
이 정보는 NV 메모리 영역에 올라가 있고, 간단한 명령어로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R6700을 해킹하는 사례가 늘어감에 따라 넷기어측에서 이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 생각해서...
이후 보드 설계와 부트로더를 바꿔서 보드 시그니처를 바꿀 수도 없게 만들고...
한술 더 떠 R7000과도 펌웨어가 호환되지도 않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R6700을 구매하는 사람 중, 멀린펌을 올리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보드가 초기 모델인지 변경된 후의 모델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보드 Rev1만 멀린펌 올리는 것이 가능하고, Rev2부터는 불가합니다. 문제는... 요즘 팔리는 것들 대부분이 Rev2라는 것... ㅡ.ㅡ;;;)
자... 이제 ASUS 쪽으로 넘어갑니다.
ASUS의 가정용 끝판왕 모델은 역시 AC1900인 AC68U 입니다.
주력 모델이고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죠.
이 제품의 형제 제품들 중 주목할 제품들은 AC68P와 T-Mobile AC1900 이죠.
제품 외관도 다 거의 비슷하고 기능도 비슷합니다. (T-Mobile OEM 제품은 T-Mobile 로고가 박힘.)
(AC68W와 AC68R은 그냥 외관 색깔만 다르거나 판매 방식만 다른 동일 제품)
AC68U는 넷기어의 R7000/R6700보다 하드웨어 스펙은 떨어집니다.
CPU가 1GHz 듀얼코어인 넷기어의 나이트호크 시리즈보다 떨어지는 800MMz CPU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것과 다른 것이 복합적으로 원인이 되어 나중에 USB 3.0 속도 다운 및 불안정 문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때문에 상위 모델인 AC68P은 나이트호크와 같은 1GHz 듀얼코어 CPU에, USB-3.0 포트의 쉴딩을 강화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NETGEAR에서 R6700 해킹으로 좀 더 저렴하게 주력모델인 R7000을 득템한 효과를 누렸다면...
ASUS에선 AC68U의 OEM 모델인 T-Mobile AC1900을 해킹하여 AC68U를 득템한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
R6700이 R7000에서 별 필요 없다 생각되는 부분을 제거하여 약간 스펙다운 된 모델이라고 한다면...
T-Mobile AC1900은 AC68U와 완전히 동일한 모델입니다.
때문에 R6700의 경우처럼 보드 인식 시그니처를 바꿔서 완전히 AC68U처럼 쓸 수 있습니다.
펌웨어도 AC68U 것으로 올릴 수 있고, 당연히 멀린펌도 올릴 수 있습니다.
단지... T-Mobile AC1900은 그 과정이 좀 복잡합니다.
원래 R6700은 R7000과 같이 일반 판매가 되는 모델입니다.
또한 오픈소스 커펌을 지원하는 모델이구요.
때문에 펌웨어 올리고 내부에 접근하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는 모델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멀린펌 올리는 것이 수월했죠.
하지만 T-Mobile AC1900은 주문생산 모델이고, 기본적으로 T-Mobile의 통제 하에서 운영되어야 하기에
사용자가 이런저런 조작을 가하는 것에 관대하지 못 했습니다.
해킹을 위한 기능들 많이 막아뒀구요.
(초기엔 제한이 덜했지만, 해킹의 표적이 되자 이후 펌웨어에서 기능을 다 빼 버립니다.)
때문에 R6700에 비해 좀 먼 길을 돌아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 AC68U로 변경해 놓아야 하죠.
물론 이를 위한 자료는 풍부하게 많이 있으니...
용기를 갖고 도전하면 대체로 성공하긴 합니다만...
간간히 벽돌이 되어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도 없잖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R6700은 어지간해선 실패 안 하고, 좀 미숙하게 막 다루더라도 벽돌까지 가는 경우는 드믄 편입니다.)
대충 잡설들 늘어 놓긴 했는데...
최종 결론은...
앞서 말한 4개 모델 (AC68U == T-Mobile AC1900은 동일하니까 하나로 보고...) 를 스펙으로 비교하자면 다음과 같겠네요.
1. CPU와 RAM 면에서
R7000 == R6700 == AC68P > AC68U
2. 5GHz 통신 속도 면에서
4개 모델 모두 동일
3. 2.4GHz 통신 속도 면에서
R7000 == AC68P == AC68U > R6700
4. 간이 NAS 목적으로
R7000 == AC68P > R6700 >> AC68U
5. 가성비 면에서 (개인적인 판단. T-Mobile 별개로 분리)
T-Mobile AC1900 > R6700 > R7000 > AC68U > AC68P
단... T-Mobile AC1900은 대체로 리퍼로 판매되는데...
뽑기운이 심하게 존재하니 구매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커펌 올리는 난이도도 높고 실패시 높은 확률로 벽돌로 화하니
싸다고 막 덤비는 것은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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