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브랜드를 처음 만났던 것은 1999년이 다 지나가던 때였을게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하면서 휴대폰을 구입했는데, 그때 샀던 폰이 SKY IM-1100 이었다. 당시에는 최고가의 프리미엄 폰이었고, 진주빛 펄의 매끈한 디자인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일본 교세라에서 제조한 IM-1100 은 쉽게 고장이 나지도 않았고, 나름의 프리미엄을 계속적으로 유지했다. 그후로 8년, 휴대폰을 10대가 넘도록 바꾸는 동안 SKY 브랜드의 휴대폰은 IM-5000, IM-7300 만을 썼었다. 초기 교세라에서 제조하던 정도의 제품 퀄리티가 나오지 않아서이기도 했고, 삼성의 약진으로 인해서, 그리고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삼성의 휴대폰만을 쓰던 와중에 우연한 기회로 SKY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게 되었다.

필자의 직업은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다. 쉽게 말하면 휴대폰이나 각종 디바이스의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삼성의 햅틱폰이나 LG 의 오즈등 다양한 터치폰들을 접하고,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데, 유독 SKY 의 터치폰은 테스트용으로 나오지를 않았었다 . 그래서인지 R300 에 더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리뷰를 진행하면서 될 수 있으면 업계에서 쓰이는 전문용어는 지양하도록 하겠다.

R300 의 박스는 푸른색의, 패턴이 가미된 플라스틱 박스로 되어있다. 충격에 아주 강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용물이 파손될 정도의 약한 내구성을 가지지는 않는다. 깔끔한 디자인에 적당한 내구성이 있는 전체 박스다. 하지만 다른 메이커의 고가폰들의 패키지 디자인에 비해서는 다소 부실하다고도 할 수 있다.

박스를 열면, IM-R300 이 바로 보이고, 안쪽의 커버들을 열면, 내용물들이 잘 정리가 되어있다. 구성되어있는 내용물들은 IM-R300, 표준형 배터리, 대용량 배터리, 표준형 배터리 커버, 대용량 배터리 커버, 사용설명서, 이어폰, 터치펜, 충전용 젠더, USB 연결선, 멜론 이용권등이 들어있다. 다른 사용자들은 액정필름이 들어있었다고 하는데 필자에게는 액정필름이 들어있지 않아서 R300 용 퓨어플레이트 필름을 구입해서 붙였다.

기존에 쓰던 삼성전자의 SCH-W270 (일명 고아라폰) 에서 USIM 으로 전화번호부를 복사한 후, 배터리 뚜껑을 열고 USIM 카드를 빼낸다. 그리고 T-world 로 로그인 한 후 기기변경 메뉴로 진입하여 시리얼 넘버를 입력 후 기기변경을 완료한다. (본인은 이미 3G 폰인 SCH-W270 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T-world 에서 바로 기기변경이 가능했다.) 이제 R300 의 USIM 슬롯에 USIM 카드를 잘 밀어넣고 배터리를 넣은 후 배터리 커버를 닫은 후, 전원버튼을 누르면 기기변경이 완료된 R300 이 부팅된다. 부팅후, 전화번호부를 USIM 카드에서 R300 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한다. USIM 카드로 전화번호부를 복사한 경우는, 그룹에 대한 정보는 다 사라지기 때문에 SKY Manager 로 전화번호부 그룹을 재정리 해줄 필요가 있다. 전화번호를 다 옮기고 나면 사용할 준비가 끝이 난다. 기능적인 리뷰는 다음번에 하기로 하고, 하드웨어 디자인을 먼저 살펴보자.

R300 은 블랙의 심플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블랙은 각 제조사의 Flagship 을 의미하는 컬러로 여겨져왔다. 자동차든지, 카메라든지, 항상 가장 고가의 제품군들과 품위를 상징하는 컬러는 블랙이었고, R300 역시도 블랙컬러에 실버 라인으로 마감을 하고 있다.

전면부 상단에는 10만화소의 전면부 카메라가 위치하고, 그 아래에는 터치가 동작하는 LCD 와, 마찬가지로 터치로 동작되는 메시지, 카메라, 지상파 DMB 버튼이 위치하고 있다. LCD 는 240x400 의, QVGA 를 변형시킨 WQVGA 2.6인치의 터치 LCD 를 사용하고 있다. LCD 의 컬러나 계조등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또한 버튼식인 통화버튼, 취소버튼, 종료버튼이 아래쪽으로 위치하고 있으며 은색의 크롬몰딩이 얇게 들어가 있어서 블랙 컬러만의 단조로움을 없애 주고 있다.

R300 의 크기는 타사의 터치폰들에 비하면 다소 작은편이다. 타사의 터치폰들에 비해서 작은 사이즈를 가지고 있고, 두께 역시도 적당한 수준의 두께를 가지고 있다. 한손에 촥 감긴다는 느낌이 드는 크기이다. 일반적인 폰의 사이즈들과 비슷하면서 두께는 약간 그립감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반자동식의 슬라이드는 탄력이 좋아 너무 쉽게 열리지도 않고, 너무 어렵게 닫히지도 않는다. 적당하다. 슬라이드를 열면, 곡선 라인이 정리된 키패드가 보인다. 키패드의 촉감은 나쁜편이 아니다. 혹자는 Full Touch 폰에 왜 키패드를 넣었냐? 라고 말할 수 있는데, 키패드가 없는 Full Touch 폰들의 경우, 사용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직까지 터치 LCD 기술이 완벽한 것이 아니고, 터치 영역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터치 입력의 사용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터치만으로 입력을 하면서 실수를 한다거나 잘못 누르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팬택은 키패드를 선택했는데,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다.

왼쪽 옆면부에는 적외선 포트, Hold 버튼, T-Map 버튼, Multi Access 버튼이 위치하고 있다. 통화중에는 통화음량의 조절을 Hold 와 T-Map 버튼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버튼들의 재질이 그냥 검정 플라스틱인데, 크롬도금을 했으면 하드웨어 디자인이 더 돋보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윗면부에는 I/O 슬롯과 TDMB 안테나가 위치하고 있다. 충전을 할 때나 컴퓨터와 연결할때에는 이 I/O 짹에 젠더를 연결하고 충전기를 연결하면 된다. I/O 단자는 20핀을 지원한다. 개인적으로는 20핀보다는 Mini USB 를 표준으로 지정하는 편이 어떨까 싶다. TDMB 안테나는 꽤 길게 빠져나오고, 수신율도 나쁘지 않다. 아래쪽에는 통화를 위한 구멍만이 위치하고 있다.

후면부에는 200만화소의 카메라가 위치한다. 플래시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아래쪽에는 인조가죽으로 마감된 배터리 커버가 있는데, 이 인조가죽의 재질감은 Canon EOS 1D, 1Ds 시리즈에 쓰이고 있는 인조가죽의 재질과 유사하다. 필자는 Nikon DSLR 들의 고무그립 재질을 좋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무가 들뜨고 손에 땀이 차거나 청소를 할 경우에 불편함을 많이 느꼈었다. Canon 의 중급기 이상의 DSLR 들은 땀이 많이 차지 않고, 기스도 적고 그립감도 좋은 인조가죽재질을 사용하고 있어서 꽤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R300 역시도 기스가 잘 나지 않는 Canon DSLR 들의 인조가죽과 비슷한 재질로 배터리 커버를 제공하는 것은 좋아보인다.

R300 을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꽤 깔끔하다 라는 것이었다. 다른 제조사들의 터치폰들과 비교하면, 화려한 요소들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면서 블랙컬러만의 심플함과 고급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된다. 또한 스피커부분 왼쪽에 작게 위치한 T Live 로고와 SKY 로고는 최대한 전체적인 디자인을 해치지 않기 위해 고심한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블랙만을 강조하다 보니, 자칫 단조로와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은 있다. 전체적으로는 디자인의 밸런스를 잘 살리고 있고, 기존에 SKY 브랜드가 선택해왔던 심플함과 모던한 느낌은 R300 에 와서도 마찬가지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지만 이왕 고가의 Full Touch 폰이라면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면서 첫번째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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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