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한번 조목조목 생각해 보시죠. 사고 실험입니다.
먼저 실험이니 통제조건.
1) 지면과 공기의 상대속도는 0이다.
- 곧, 바람이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 연에다가 선풍기 틀어놓으면 지멋대로 날아가는 그런 문제는 없는 겁니다.
2) 지면, 공기와 컨베이어 벨트의 상대속도는 0이 아닐 수 있다.
- 한마디로, 지면/공기와 벨트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겁니다. 당연하죠.
3)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는 무제한이다. 또한, 컨베이어 벨트의 자체마찰은 없다.
- 컨베이어 벨트는 절대 고장나지 않으며 상대성 이론 같은 것은 엿먹이고 무제한의 동력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4) 컨베이어 벨트와 바퀴의 마찰력은 무제한이다.
- 곧, 컨베이어 벨트가 도는 만큼 바퀴도 돌아가며 상대속도는 0입니다. 이렇지 않으면 바퀴와 벨트사이에 슬립이 생기면서
속도가 어긋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컨베이어 벨트 속도가 무제한이니 바퀴 속도도 무제한일 수 있습니다.
5) 바퀴와 비행기의 마찰력은 0이다.
- 한마디로, 바퀴가 부서지거나 열이 나서 터진다거나 하는 현상은 없는 겁니다.
6) 비행기의 추력비는 1은 아니지만 충분히 높다.
- 추력비가 1이 넘으면 로켓처럼 세워놓고 엔진 돌리면 날아가니까 안되고 비행기를 띄울 충분한 추력은 있다는 뜻입니다.
7) 비행기는 충분한 공기속도가 있다면 충분한 양력을 얻을 수 있다.
- 한마디로 땅에서 평범하게 비행기를 띄우면 날아가는데 문제가 없다는 말입니다.
8) 비행기와 공기/지면과의 속도는 0이 아닐 수 있다.
- 비행기가 땅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어떤 이유든 비행기를 앞으로 이동시킬 요인만 있으면 비행기는 제자리에서
앞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자. 위의 내용에 이의가 없으시다면 실제 사고 실험으로 들어갑니다.
1. 비행기가 엔진을 시동합니다.
2. 비행기는 앞으로 가려는 힘을 받습니다. 여기서 엔진 (제트엔진이든 프로펠러든)은 비행기 앞의 공기를 빨아들여 뒤로
밀어내어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 가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비행기의 속도는 컨베이어 벨트와의 상대속도가 아닌 공기
(= 지면) 와의 상대속도입니다.
3. 현재 컨베이어 벨트 속도는 0이었으니 바퀴 속도도 0이었지만 비행기가 앞으로 가려고 하니 바퀴에 속도가 붙습니다.
4. 바퀴 속도가 붙으니 컨베이어 벨트가 반대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돌아갑니다.
5. 비행기는 계속 앞으로 가려고 하니 바퀴는 현재 바퀴속도 + 비행기의 속도 (공기와의 상대속도) 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더 빨라지려고 합니다.
6. 컨베이어 벨트는 역시 바퀴속도에 맞춰서 돌아가야 하니까 계속 빨라집니다.
7. 비행기는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와는 무관하게 공기와의 상대속도로 이동하므로 당연히 앞으로 계속 이동하게 됩니다.
8. 따라서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까지 바퀴는 무제한으로 빨라지고 컨베이어 벨트 역시 무제한으로 빨라집니다.
9. 비행기와 공기와의 상대속도가 이륙에 충분한 속도 이상이 되면 비행기는 이륙하게 됩니다.
10. ??????
11. PROFIT!!!!
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컨베이어 벨트는 지면, 혹은 공기와는 별개로 동작한다는 것이고, 비행기는 컨베이어 벨트와는
상관없이 공기와의 상대속도가 일정 이상이면 이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헷갈리는 이유는 지면 대신 컨베이어 벨트가
있네? 그럼 비행기도 컨베이어 벨트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겠네? 비행기는 앞으로 가려는데 컨베이어 벨트는 뒤로 가니까
속도가 상쇄되겠네? (여기서 지면 = 공기와 컨베이어 벨트가 별개라는 것을 잊고) 비행기가 앞으로 못 움직이니까 비행기가
못 뜨겠네? 라는 잘못된 결론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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