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통상적인 고속 주행에서 연비가 잘 안 나오는 건 모터 효율 저하 때문이 아니라, 그냥 공기저항 같은 주행 중 발생하는 저항이 커져서 생긴 영향이 훨씬 큽니다. 그런데 다른 요소가 있을 수 있을까 봅시다.
1. 회생제동 때문인가?
회생제동은 고속이든 저속이든 쓸 필요가 없을 때 쓰는 것이 손해입니다. 에너지 회수 효율이 70% 정도이기 때문에 감속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썼다면 100% 날릴 걸 30%만 날리는 상황이 되지만 안 써도 되는데 쓰면 0% 손해가 30%가 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냥 타력(관성... "탄력"은 잘못된 표현) 운전하는 게 전기차도 가장 유리합니다.
다만, 그걸 하겠다고 중립으로 놓을 경우 어떤 차는 윤활유 공급도 중단이 되어서 구동부에 부담이 올 수도 있다고 하는지라 고속도로 주행 시 열심히 발컨트롤 하면서 소비 전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자신이 없으면 그냥 크루즈 눌러놓고 일정 속도로 가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회생제동에 의한 연비 영향 자체를 대부분 배제할 수 있죠. 4년 넘게 전기차 몰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2. 배터리 방전 효율 저하 때문인가?
정속 주행에서는 고속이라도 배터리 방전 효율이 떨어질 정도로 에너지 소비가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볼트EV는 60~66kWh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100km/h 찍어놓고 가면 13~15kW 소비합니다. 0.25C 이하라는 것이죠. 좀 더 밟아도 가속 중일 때 빼고 0.5C 이상 잘 안 넘어갑니다. 평소 급감속 급가속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이런 식의 운전은 내연기관차에서도 안 좋고, 그냥 평온하게 고속주행을 하는 상황에서 연비가 떨어지는 것과도 무관합니다.
3. 모터 효율 저하 때문인가?
볼트EV 기준으로 첨언을 하면, 모터 최대 회전속도가 8,810rpm이고 이 때 도달하는 속도가 148km/h입니다. 최대 출력은 5,000rpm 정도(약 84km/h)에서 나오고, 그 전까지 최대 토크는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그런데 이 시점을 넘어간다고 효율이 떨어지는가 하고 관련 논문을 살펴보면, 모터 효율은 토크가 0.3pu, 속도가 0.5pu일 때 97% 정도로 최고가 나오지만 그 외의 범위에서도 거의 대부분 92% 이상을 유지하므로 효율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즉, 속도가 올라간다고 모터 효율이 떨어져서 연비가 내려가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4. 그렇다면?
그런데 제가 80km/h 정속으로 달릴 때(소비 전력 7~9kW)와 100km/h 정속(13~15kW)으로 달릴 때 효율은 20% 정도 감소합니다. 모터 효율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회생제동 쓴 것도 아니고, 배터리 방전 효율이 떨어진 것도 아닙니다. 남는 건 공기저항을 비롯한 주행 저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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