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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le #1 : SmartSelect_20190709_170935_Habit_Browser.jpg(152.9 KB), Download : 29 |
나이는 들어 가고 인간관계는 어그러져 몸도 마음도 허덕거리다 보니 이것저것 들은 풍월만 쌓입니다. 책도 읽고 강연도 듣고 스스로 이런저런 진단도 해 보고... 그 중에 그런 게 있었죠. 우울증 걸린 사람은 없는 벌레 기어가는 느낌이 난다고... 사실 한번 지독하게 지나갔어요. 주로 귓바퀴였는데, 이게 아무리 봐도 리얼한 거미 기어가는 느낌이었죠. 거울을 보면 아무것도 없는데, 내 귓가에서는 거미 달아나는 느낌이 드니 이걸 어쩌면 좋답니까. 때려도 보고 긁어도 보고 뭘 뿌려도 보고... 다행스럽게 새로 맡은 일이 손에 익고 인간관계에서 한숨을 돌리게 되면서 한 일 년이 못 되어 귓가의 거미는 사라졌지만, 영화 속에나 나오는 줄 알았던 "아악! 내 몸에 벌레가아아아!!!"가 어떤 느낌인지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더랍니다. 그런데 이삼 년 전부터 우울감이 다시 깊어졌어요.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일이라 시작 단계에서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터지는 사건들이 규모가 어마어마해지다 보니,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해 보기가 어려워지는데, 또 정서적으로 사정없이 쪼그라들게 되더군요. 한 며칠은 몸이 너무 괴로워서 정신없이 잠만 자게 되더니, 어제는 또 웬일인지 자리에 누워 두세 시간이 지나도록 온갖 생각만 머리에 가득하고 잠이 오지를 않는 겁니다. 기껏 살짝 잠들었나 싶어 시계를 보면 십 분 십오 분... 새벽 서너 시가 되도록 멍...했어요. 그러더니 또 그 느낌이 오더군요. 한동안 귓바퀴에서 떠나가지 않고 사람을 괴롭게 만들던 그놈의 거미... 이번엔 팔뚝이며 허벅지며 발등에서 그 스멀거리며 기어 가는 느낌... 아... 이러면 우울증이라던데... 나 정말 괜찮지 않은가 보다... 어쩌지... 팔뚝에 기어 가는 느낌이 나서 쓸어 보면 허벅지로 옮겨 가 있고... 허벅지를 긁으면 발등으로 옮겨 가 있고... 커텐이 두꺼워 깜깜한 방 한가운데 비몽사몽 정신은 오락가락하는데 눈도 못 뜨겠고 여기저기 스멀스멀 근질거리기는 하고... 정말 미치겠더군요. 아랫도리로 내려갔던 느낌이 다시 오른팔 팔뚝으로 왔길래 왼손으로 쓸었더니 느낌이 그대로 왼손 손등으로 폴짝.... 응...??? 뭔가 이 비몽사몽 와중에도 번개같이 오른손으로 왼손 손등을 딱! 떄린 겁니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불을 켜 보니... 거미는 아니었어요. 그냥 발 여러 개 달린... 그 왜... 나타나면 모두모두 다섯 옥타브 높여서 소리소리 지르는... 허옇고 꺼먼 게 얼룩덜룩한... 그놈이 왼손 손등에서 팔뚝으로 넘어 가려다가 오른손 손바닥에 얻어맞아서 납짝쿵이 되어 있더라는... 어이 디러... 투피님들... 밤에 뭔가 스멀거리는 느낌 들면요... 우울증, 치매, 파킨슨씨병... 이런 것 생각하지 마시고요... 그냥 딱 불 켜고 에프킬라 찾으세요... 안 그러면 마눌느님이 디럽다고 아침밥 저~기 거실 가서 혼자 먹으라고 해요... ㅜㅠ 하여간, 오만 잡생각이 다 드는 스펙터클한 밤이었습니다. 중딩 때 모긴 줄 알고 얼굴 때렸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광대뼈 위에 산화하신 여치님 발견했던 일 이래로, 잠 화들짝 깨는 체험이었네요. . . . . . 아, 참... 밤에 잠 안 오면 들리는 소리가 두 종류죠. 하나는 안 들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시계 초침 소리, 또 하나는 불만 켜면 더이상 들리지 않는 벽지 위로 뭔가 기어 가는 사각거리는 소리... 오늘밤에 잘 들어 보세요... ^^ . 근데 어젯밤 그러고 나서 괜히 민감해져서... 지금도 여기저기 막 근질거린다는 안타까운 현실... 추천:나무그늘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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